<인어공주>라는 동화의 모티브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동화책을 읽어주던 어머니의 포근함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 <인어공주>는 참으로 착한 영화이자 또 기존의 영화들과 견주었을 때 반가운 영화이다. 스펙터클한 무언가가 있지도 않으며, 통쾌한 반전이 있다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영화인 것 만큼은 사실이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는 마치 동화처럼 아름답기만하다, 어머니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그 기억이 다시 서술될때는 여지없이 아름다운 동화가 된다. 본인들은 부정을 하겠지만 분명 생을 탄생시키고 사랑을 완성시켰을 그 시절, 그 아름다운 시간을 다시 재생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동화책과도 같다. 나영이 처녀시절의 엄마를 만나서 아버지와의 사랑이야기를 지켜보는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시간을 역행하여 그 시간속에서 공존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잃어버린 목소리 찾기-
상반기 영화를 결산하고 하반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 영화의 의미는 상당부분 크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간 한국영화속에서 남성의 전립품으로 자리하거나 희생자로만 비쳐지던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그 안에서 연대기를 형성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아버지를 부재시키거나 아버지의 목소리를 빼앗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서로에게 등돌린 그들을 마주하게 하며 과거를 공유하게 한다. 초반부에 전투적인 자세로 연기에 몰입한 고두심씨의 모습에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것은 "착하기 때문에 너무나 힘든" 저 아름다운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세상을 꾸밈없이 살아왔으며 착하게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는 생략되어있지만 사랑하기도 힘들다는, 또 사랑하기 때문에 수반되는 그 고통을 전달하면서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녀와의 정과 부녀와의 정 그리고 부부간의 정을 보여준다. 길위에서 현재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과 과거 어머니의 사랑에 아파하는 그 뒷모습이 부분부분 상치되면서 영화는 한 점으로 상쇄되는 사랑을 보여준다. 어머니가 위기에 빠졌을 때 달리는 딸의 모습과 아버지의 모습이 한 곳으로 모이며 아버지의 정성과 딸의 정성이 어머니가 있는 공간으로 모이는 것은 모든 것이 해체되고 분열되는 사회에서 그래도 사랑만으로 모이는 저 훈훈한 모습이다. 그래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마냥행복하다.
어머니는 억척스럽다. 너무나 억척스러운 그 여인은 쉽사리 진심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녀의 생활방식이 그렇거니와 성격이 그렇다는 것을 지레짐작 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오열하는 초반부의 저 모습에서 너무나 착한 사람들이 세상이라는 현실앞에서 얼마나 쓰라린 세월을 보냈을지 감독이 생략한 그 시,공간 속에서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어머니는 거짓말쟁이였다.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그 사랑도 거짓이었으며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무심한 태도도 모두 거짓이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위선자이다. 속내를 감추고 그 억척스러움으로 세상과 맞서면서 정작 본인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통해 그녀의 진심을 본다. 거짓편지를 받아들고 좋아하며, 전보를 붙이기 위해 우체국까지 갔던 것, 해물전을 만들어서 동네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속내, 다쓴 공책을 밤세 지우개로 지워야 했던 그 마음, 받아쓰기 20점을 받고도 좋아하고 80점을 받고도 마냥 좋아하던 그 천진한 여자의 마음을 말이다. 그녀는 과거속에선 거짓말을 하지 못 한다. 현실의 동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동화만큼이나 순수한 우리 어머니의 사랑이야기로 초대한다.
어머니와 딸이 이야기를 하고 만난다는 설정은 분명 시간을 초월한 의사소통의 행위이다. 이는 어쩌면 시간을 거스른다는 반칙과도 같은 행위이다. 그래서 그 과정이 이내 불안해 보이지만 영화는 자연스레 180도 패닝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카메라가 좌우로 회전하는 사이 시간을 점프하는 매력은 비현실적이지만 아름답기만 하다 그 이유는 그 속이 거짓이 없는 공간이며 바로 어미니와 아버지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진심으로 관객에게 대화를 건네며 착한 영상으로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 준다. 그만큼 영화는 순수하다. 특히나 어머니의 뒷모습과 아버지의 뒷모습을 비추어주던 그 영화의 진심은 그분들이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고개 숙여야 했던 아픔을 전해주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사랑하던 순간이있었으며 그것이 거짓과 위선이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전해준다. 사랑은 결코 숨길 수가 없는 듯하다. 아니라고 부정을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늘상 동화가 되기 마련이고 그것은 전해지기 마련이다. 고통을 생략하고 아픔을 감추는 영화이지만 사랑만큼 아름답고 또 슬픈것이 어디있겠는가? 사랑은 늘상 양면성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는 것은 너무나 큰 모순인가? 하지만 그 모순이 상쇄되는 순간 사랑은 분명 큰 힘을 발휘한다. 시간도 뛰어넘으며 서로간의 벽도 뛰어넘는다. 그리고 닫혀진 소통의 새로운 창구가 되어서 어머니와 아버지께 다가서게 한다. 이 영화는 어머니들께 바치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