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일레븐 다음으로 꽤 길게 본 영화다 - 장작 4일에 걸쳐 봤으니. 보다가 자고, 보다가 자고 ..... 다 보고 나니 잠이 깨네. :(
이 영화는 분명 착한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가슴으로 호감이 가는 영화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탁월한 감독의 화면 쓰는 능력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해야할 영화다. 오래간 만에 보는 빠른 화면과, 교묘한 앵글들, 거의 예술의 경지인 편집과 조명들,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 세명 모두 탁월한 연기에 '참 멋있는 배우들이다'고 다시금 각인시킨 영화.
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찝찝했다.
만일 타일러가 잭의 집을 폭파시키고, 보험금을 타먹고는 잘먹고 잘 살았다는 결말로 갈까봐 - 만일 그렇게 간다는 내 일생 최악의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고 - 이 참한 영화가 이렇게 최악의 영화로 기억될 것 같은 찝찝함이 영화 종반부까지 쭉 이어졌다. - 물론 이런 나의 유치한 잔머리를 비웃기라도 한듯 종반부에 확실하게 보여주지만. - 그래서 멋진 스토리 구성까지.
이렇게 말초적인(?) 영화는 관객과 영화를 조금 떨어뜨려놓아야하는 것이 감독의 몫일 것이다. 이 감독은 이것을 알고 영화가 중간 중간 계속해서 영화에 몰입하지 말도록 '이것은 영화야! 정신 차려'라는 식의 표현을 한다. 어쩌면 이런 것들 조차도 이 영화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우린 쓰레기야" - "그래 너희들은 쓰레기야!"로 영화 전체를 싸잡을 수는 없을 것같다.
하지만, 혹자가 말하는 유아적 수준에 그쳐있는 인간 탐구를 헐리우드식 폭력으로 포장하고는 "이 얼마나 심오한 영화인가?"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싶다. - 최근의 '그리스도의 수난' 영화 처럼.
아무튼 눈 좀 붙히고 출근하기 위해서는 그만 줄여야할 것 같은데,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같지는 않다. 아마도 개인적인 취향이 뒤틀어도 웃기게 뒤틀어야지 재밌다고 느끼는 모양인가보다. 이 영화처럼 적나라하게 뒤틀면 오히려 역반응을 일으키는듯. :)
세븐을 보면서 '참 잘만든 영화이긴 한데, 내가 좋아할만한 영화는 아니군'했던 것 처럼 이영화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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