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n Girls'라는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솔직히 기분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UIP에서 '새벽의 저주'에 소심한 홍보전략을 펼쳐 좋은 영화를 죽여놓더니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란 영화를 홍보할땐 너무나 적극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2000년 '존 말코비치 되기'에 대한 홍보 열의를 보고 UIP의 너무도 냉정한
영화 홍보전략 - 이를테면 전단지도 만들지 않는다던지 하는 그런 영화 홍보전략 - 때문에
UIP영화가 싫어지기도 했다.
물론 '좋은영화'의 기준은 '돈되는 영화'의 기준보다 모호하기 때문에 비지니스가 우선인
영화 사업체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치자 하지만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새벽의 저주'보다 잘난건 뭔데?
답은 객관적인 수치에 있었다. 야후에서 공개된 평단(전문가)의 평점도 '새벽의 저주'는 B-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B, 흥행수익은 25%정도 앞서있으며 블럭버스터 시즌을 통한 이익을
추가하면 두 영화의 흥행 수익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결국 배급사는 이런 수치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존한 셈이다.
'새벽의 저주'의 저주스러운 결과 때문에 다소 이 영화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것은 이 영화를 심판 할 수 있는 공정한 조건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이 영화를 욕할 자격은 영화를 보고나서 생기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음이란게 쉽지는 않듯이 한번 찍힌것은 계속 마음에는 남기 마련이지만.
마크 워터스 감독이 '프리키 프라이데이'의 10대스타 린제이 로한과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출신의
작가들과 팀을 이뤄 만든 트렌디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로사린드 와이즈먼의
'여왕벌과 워너비'라는 책을 영화화 했다.
아프리카에서 아버지의 고향인 미국으로 전학을 온 케이디는 여왕벌 클럽(일명 자뻑클럽)들의
새로운 표적이 되지만 그 그룹의 리더인 레지나는 일종의 탐색전을 위해 케이디를 끌어들이고
서로가 모르게 둘은 서로를 표적으로 놓고 학교생활, 연애활동을 망치기 위해 갖은 권모술수를
쓴다는 이야기이다.
레지나가 이끄는 자뻑 클럽을 비롯한 학교의 모습은 아프리카 소녀의 독백답게 하나의 동물의 왕국으로 그려진다
서로를 먹이감으로 놓고 싸우는 모습은 마치 학교 일대를 하나의 정글로 표현하곤 한다.
자뻑클럽의 일대기를 다룬 다른영화 '조브레이커'는 여성들의 권력남용도 남성 못지않게 잔혹함을
일깨워 줬다. 자신들의 미모에 위협을 느끼게 하는 여자애를 비의도적으로 살해한 뒤 그 목격자를
얼짱으로 둔갑시켜 잘못된(?) 자신감을 쥐여주고 사건을 무마 시켜보려는 위선적인 그녀들을
풍자했던 이 영화에서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살인'은 없지만.
권력의 핵심 즉 악의 축인 레지나는 교내의 여학생들에게 좋은 말을 일삼지만 '적군의 노트'를 적을
정도로 잔혹한 장난을 즐기는 여학생이다. 인류가 재수없어하는 인간형중 하나인 얼굴만 이쁘고
머리는 텅 비었으며 남 씹기 잘하고 건방지고 위선적인 인간형, 아직도 얼굴만 이쁘면 성격은
개조시켜 줄 수 있다 믿는 사람들에게 묻노니 그대들 생각은 하고 사는 사람들인지...
하지만 권력자가 선사하는 달콤함에 빠진 시람들은 그 안락에 좀처럼 잘 빠져나올 수 없다.
레지나를 골탕먹이기 위해 술수를 쓰던 케이디는 오히려 레지나에게 무의식적으로 동화되고 말았다
단순한 구조를 가진 영화라면 당연히 주인공은 악자로 대표되는 인물에게 마땅한 벌을주고
'반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겠지만 영화는 그런 단순한 구조를 과감히 탈피한다. 얄밉지만
레지나도 필요 이상으로 굴욕을 당했다는건 '벌'이라는 수단의 가학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
한마디로 수단이 목적을 능가하는 목적전치의 현상을 가져온 것이고 현대의 외모 지상주의적인
발상, 즉 '이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보통사람들에게도 전이된다는 사실에 대한 일침을 가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장면은 졸지에 마약상으로 몰린 노버리선생이 2학년 여학생들에게
자기 고백의 시간을 마련하게 하는 장면이다. 레지나의 '적군의 노트'의 대상이 되어 억울하게
자신들의 컴플렉스가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단점으로 비춰지게 된 여학생들의 자기고백을 통해
외형적인 모습을 타인이 함부로 기준으로 삼아 평가를 한다는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린제이 로한을 너무 착하게 만들어서 인간적이지만 너무 동떨어진 캐릭터를 만든게
흠이다. 솔직히 너무 착한척 하는게 닭살이었다. 착한척 하는 애들 왕따시키고 싶어하는 마음
있는것 보니 나도 레지나와 다를 바 없나보다. 이처럼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아무 생각없이
혹은'얘 참 이쁘다'이런 반응만 보이며 볼 영화는 아닌것 같다. 물론 어떤 영화든 내용이상의
메시지는 다룰 수 있지만 그것을 상투적으로 다루느냐 독특하게 다루느냐는 영화에 대한 기대이상의
성의라고 보여진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요즘 눈으로 때우는 10대 트렌디 영화와는 그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생각한다. 물론 그 틀을 크게 벗어나는것은 아니지만
영화는 젊은 여자애들 못지 않게 보통학생의 비중도 많이 다루고 있어 솔직한 면을 많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키팅 선생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지닌 노버리 선생역의 티나 페이(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의
작가 출신으로 이 영화의 각본가기도 하다)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트렌디 무비가 작품성을 갖추게 된 모범답안은 아니지만
하나의 유행을 쫓는 말그대로 '트렌드'의 종속물이 아닌 트렌디 무비가 더 나은 영화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된 영화임은 확실하다.
우리나라도 인터넷 소설따위를 영화화 하기보다 개성 넘치고 특정 세대와 계층의 목소리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좋은 트렌디 무비가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물론 그렇게 되면 더이상 '트렌디'는 될 수 없는 모순적인
모습이 자행되더라도 말이다.
* UIP에 나쁜 의도는 없었음을 밝힙니다. 조만간 '새벽의 저주'재개봉 건의로 찾아뵙고 싶긴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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