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놈에게 '내일 라퓨타 보러 가자' 라는 말을 했다.
그 말 때문에, 오늘 아침 댓바람부터 엄마를 깨우고 '라퓨타를 보러 가야한다' 아들놈이 징징거리다고
회사에 있을 동안 계속 전화를 받아야했다.
'어디서 하냐? 몇시에 하냐? 그것도 모르면서 영화는 왜 보러 가자고 했나? 징징 거리는 저 놈 진정 시켜라.'
아무튼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직원들에게 민망할 정도로 전화가 자주왔다.
아무튼 덕분에 우리 가족 네명은 오래간 만에 모두 영화관을 찾았다.
아들놈이 태어나기 전부터 라퓨타라면 사죽 못쓰는 그 아버지를 그대로 닮아서인지,
거의 한달 가까이를 라퓨타 비디오 테이프만 보던 아들놈이 또 영화관에서 그것을 본다는 것이
그리 의야스러울 것도 없다.
우리 아들놈은 충분히 두시간짜리 영화를 무사히 다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믿었기 때문에.
근데, 이 기대는 완벽하게 깨어졌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영화관을 들락날락거리는 아이들이 많았고,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던 아들놈이 파즈가 라퓨타가 숨어있는 구름기둥을 발견하기 전 영화관을 나갔다.
'나 안본래, 밖에서 놀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 감동적인 장면을 보지도 못하고 말이다!
그래 다섯살난 아들놈에게 있어 두시간 동안 컴컴하고 후덥지근한 공간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한다는 것은 고문일지 모른다고 합리화를 시키면서 영화관을 나섰다. 그래도 내심 뒷부분 멋있는 장면들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감출길이 없다.
여기까지가 오늘 우리 가족이 라퓨타를 보러갔다 온 이야기고. - 별로 재미없었겠지만.
지금부터 제대로 라퓨타 이야기를 해야할 터인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짧게.
라퓨타는 코난 - 나우시카 - 라퓨타로 이어지는 하야오 감독의 비교적(?) 초기작에 속한다.
이들 작품을 같이 언급하는 이유는 비교적 비슷한 캐릭터에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 중 다연 최고의 작품은 라퓨타로 인정받고 있다 - 개인적으로 장편 극장용 애니로는 나우시카가 최고의 작품이다 생각하지만 - 이는 어른들도 재밌어하는 철학적(?)인 메타포와 아이들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아동문학적인 요소들까지 같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한다. 또한 흔히 말하는 '그 무한한 상상력의 표현' 때문이라고는 하나, 이것은 하야오 감독과 히사이시 음악의 탁월한 궁합과 감독 특유의 연출력에 비하면 별로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은 아니다. 디즈니 초기작들의 상상력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왜 사람들은 라퓨타에 그렇게 열광하는가? 대답은 간단한데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하늘을 동경하기 때문이다고. 종교적이거나 철학적인 것을 떠나 누구나 구름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인듯. 물론 농사꾼에게 있어 가뭄의 그 파란 하늘은 속타는 하늘이겠지만.
파란 하늘 저 어딘가에 시타와 파즈가 파괴한 라퓨타의 잔재가 떠 있으면서 그곳에서는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부자, 가난한자 가릴 것 없이 자연과 함께 모두 조화롭게 잘 살아가는 멋진 세상을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마흔이 다 되어가면서도 한다. - 이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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