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스포일러 알레르기 있으신 분들 눈감고 읽으시길 [경고]
****************************************************************************************************** 영화 나비효과 주인공인 애쉬튼 커처 (Ashton Kutcher)는 미국 몰카 방송인 Punk'd TV의 진행자이다. Dude, where is my car나 70년대 쇼와 같은 그가 나온 영화나 시트콤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봐도 그가 코메디 배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가 진행한 Punk'd TV를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점수를 까먹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과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과거를 바꾸려는 진지한 연기를 하려는 그의 모습 중에서 얼핏얼핏 튀어나오는 몰카 방송에서의 그의 입담이 이 영화속으로 나를 몰입시키지 못한 유일한 이유였다. 나는 그가 이 영화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며, 캐스팅은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를 잘 모른다면 코메디언 이경규씨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되시리라 본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연기 경력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고자 이런류의 영화에 도전한것 같으나, 그의 천직은 그냥 코메디 배우인것 같고, 짐 캐리의 뒤를 잇는것이 더 낫지않나 말해주고 싶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기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서 유래된 카오스 이론에 나오는 용어이다. 오래전 기상관측 프로그램을 가지고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온도, 습도, 대기상태, 풍속 등등의 값을 집어넣으면,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맑은 날씨를 만들어 내는 기상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하던중, 온도의 값으로,(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섭씨 21.12345도를 입력했더니 맑은 날씨가 나타났는데, 21.12346도를 입력했더니 갑자기 태풍이 부는 결과가 나온것을 보게 된것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였는데, 결과는 너무 달랐다. 그 이유는 그 안에 우리가 모르는 복잡한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것의 연구가 카오스 이론의 바탕이 된 것이다.
영화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었긴 하나, 심오한 이론이 삽입된것은 아니다. 사실 시간여행과 관련된 모든 영화는 나비효과와 관련이 있다. 비디오 가게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우연히 빌려다 본, 시나리오는 좋았으나, 연기나 연출이 어설펐던 B급 시간여행 영화인 레트로액티브 (1997, Retroactive)나, 좀더 멀리가 타임머쉰이나 벡 투더 퓨처 같은 영화들도 모두 과거로 가서 미래를 바꾸려는 시도를 보이지만 나비효과에 의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들을 얻는 영화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새롭지는 않다. 다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인데)스티븐 킹 스타일로써 아이들의 우울하고 고통스런 과거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는 점은 매끄럽게 잘 이루어졌다고 보고. 과거를 바꿈으로써 얻어진 현재의 다양한 이야기 전개 방식도 그런데로 괜찮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나타나는 화면이나 편집들은 특별하게 주목할 만한 무엇인가가 없으므로,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이야기와 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인데, 앞에서 말했듯이 잘못된 캐스팅으로 한스텝 밀린 영화가 스토리만 가지고 승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영화평론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아니었나 싶다. 일단 이 영화는 (외국에서) 평론가한테는 올인 혹평, 관객들에게는 그리 지루하지도 않고 괜찮은 영화였다의 평이었으니, 나름대로 부분적인 성공이었던 것다. 결국 같은 이야기의 다양한 전개방식이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어필하지 않았나 싶은데.
개인적인 의견도 킬링타임 용으로는 시간이나 돈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마시고...
[하나더] 한참 뒤에야 감독판을 보았다. 마지막 5분 정도가 극장판과 달랐다. 그러나 그 5분이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었다. 감독판은 극장판보다 백배 낫다고 강추하고 싶다. 그러나 역시 에쉬튼 커쳐에 대해서는 후하지가 못하겠다. 요즘 "70년대 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거기의 에쉬튼 커쳐는 정말 짐 캐리를 능가할 정도로 재미있게 나온다. 어리숙하면서도 그 특유의 억향이 듣는 사람을 척척 감아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때버리고 이 영화를 보자니.. 그게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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