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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pper]참 보기 힘들군. 그래도 보길 잘했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cropper 2004-04-08 오후 3:39:49 1442   [12]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향하는 필자의 마음은 겁으로 가득하다.

관람중에 사망한 관객이 둘이나 있었다는 뉴스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종교 영화 (비록 극장에서 처음 보는 거지만)가 우리에게 줄 것 이란게
뻔하기에 그 교훈에 떠밀려 내 죄를 뉘우쳐야 하는 상황이 싫어서다.
 
그런데..
그 잔인하다 못해 무지막지한 박해장면을 보는 내 눈엔 어느새
쉴 새 없는 눈물이 흐른다.
그것은 맘 속 깊은 뉘우침으로부터 오는 회계의 눈물도 아니요,
그분의 말씀에 동화되어 흐르는 감동의 눈물도 아니다.
 
다만,
미친듯이 날으는 뭉둥이에 온몸이 피멍이 되고, 채찍의 끝에 다발로 매달린
촘촘한 갈고리에 그 몸이 꽂혀 뜯기고 갈기갈기 찢겨 나가면,
사탄에 눈 멀어 인간이기를 거부한 박해자들의 잔인함과
그 고통에 처절하게 무너지는 한 인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동정심에,
눈물은 땀처럼 그렇게 몸에서 베어난다.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 고통을 겪으면서도 저들을 "용서"해
달라고 했던, 신 만이 할 수 있는 절대 사랑과 절대 용서를..
그러나 우리는 그냥 들어 알고 있는 것일 뿐, 그 고통을 단 한번도 눈으로
본 적이 없지 않은가.
 
그냥 막연히 상상속에서나 그렸을 그 고통이라는 것의 실체를 처음으로
(물론 실제는 모르는 것이지만)  마주하게 된다는 것,
이 영화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으며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는 처음부터 우리가 아는 초인간적이고 당당한 '그'를 버리고
두려움에 불안해 하고, 고통을 고통 그대로 느낄 줄 아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잔혹함만으로 기억되지 않는 것은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예수의
회상장면 때문인데 특히 예수가 과거의 즐거웠던 한때를 떠올리던 장면과
예수가 쓰러졌을 때 마리아가 안아주던 장면에서 나오던 회상 씬은
너무나 개인적이고 감상적이라서 (우리가 전혀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놀랍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무거운 십자가를 매고 언덕을 오르면서 날라드는 짱돌과
쉴 새없는 채찍에 몇번을 비명과 함께 꼬꾸라지고
팔을 펴기 위해 뼈를 당겨 부수어 양손에 팔뚝만한 쇠못을 박고 
두 발목을 포개서 쇠못을 박아넣는 극한의 고통 장면 위에는
'서로 사랑하라' 고 말하던 그의 회상 장면이 오버랩 된다.
 
끝없는 고통과 끝없는 사랑이 시각적으로 만나는 이 클라이막스에 이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서러움이 심장에 생채기를 남기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고통은 너무 심해서 오히려 피할 수 없는
한계를 갖는다.
단식이 주는 다이어트 효과가 일시적으로는 강하지만 오래가지 못하는 것
처럼,  우러나온다기 보다는 자극으로 짜내지는 고통의 눈물은 그리 오래
맘 속에 남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와 논쟁거리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감히 크리스챤들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말 하고 싶은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가 알아왔던 그 고통의 형상을 직접 가서 느껴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활한 예수가 도마에게 말했던 '너는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자는 행복하다' 라는 말을 새롭게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다.
 
문득 어린 시절,  성당에서 신부님이 학생 미사중에 똑똑하다고 평판 있던
내게 공개적으로 던지셨던 물음이 떠올랐다.
 
'너는 십자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하루하루 내가 지고 가는 삶의 고통이 바로 십자가 입니다' 
그 맹랑한 답에 놀라시던 신부님을 보고 기고만장하던 내가 떠오른다.
 
삶의 고통이 바로 십자가라고 했던 그럴싸한 멋진 대답은
십수년이 지난 이제와서야 얼마나 되먹지 않은 대답이었는지 밝혀졌다. 

FILMANIA  cr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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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The Passion of the Ch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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