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 너무나도 많은 관심과 기대가 헛된 기대를 갖게 하진 않았는지..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할지 너무 어려웠다.
개인 사비를 털털 털어서 한 편의 영화를 완성시킨 멜 깁슨. 단순히 이 사실 하나만으로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브레이브 하트>가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왔듯이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가 추가된 상태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반 유대라는 거대한 종교적인 문제를 가지고 나타났다. 미국에서 단 하루만에 제작비를 쓸어 담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화가 담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고 있는 것인지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 그리고 어떤 종교하고 무관한 눈으로 한번 들여다보자.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낌은 딱 하나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127분의 시간동안 알 수 없는 새로운 세계에 빠져있는 기분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떠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구체적으로 '예수'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이라 생각한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시작은 매우 음침하다.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나자렛 예수(짐 카비젤)가 등장한다. 그리고 누군가(당최 알 수 없으나, 사탄인 듯)와 대화를 하면서 문을 열고 있다. 아마도 예수가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과 시련을 분위기로써 미리 대변해 주는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예수는 유다의 밀고(사실 유다라는 사실도 영화가 끝나고 한참 후에서야 알았다.)로 인해 고통과 수난의 첫 발을 대 딛는다. 그리고 말이 많았던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12시간이란 행로는 시작한다.
이와 같이 영화는 아주 평범하고 단선적인 모양새로 127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바로 12시간의 기록이라는 것에 있다.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까지 가는 그 시간동안 당하는 수난과 고통이 유대인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멜 깁슨에 말에 의하면 성경에 충실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경을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필자로썬 유대인이 발끈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았다. 스크린을 통한 예수의 모습에 시선을 종종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할 정도로 잔혹했고, 예수를 이렇게 잔혹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유대인이라고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졌던 많은 궁금증 역시 여기에 있다. 영화 속에서 유대인들은 예수를 신성모독이라는 죄명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한다. 그것도 유대인 전체 인원이 그 죄값에 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분명 적어도, 최소한으로 예수가 신성모독을 한 모습이 보여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점이 너무 약하게 드러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성경을 접해본 사람은 이 점에 대해 알겠지만, 그렇지 않은 필자로선 해답을 얻기엔 아무래도 무리였다. "
그리고 예수에게 벌을 가하는 인물에 대해서다. 유대인의 요구에 의해서 로마인이 벌을 실행하는데 그들이 너무나도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들은 예수라는 인물에게 벌을 가하면서 그렇게도 좋아하는 것일까. 마치 이들은 가학을 통해 희열이나 쾌락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들은 벌을 가하면서 주고받는 말들을 어떠한 문자로도 해석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보는 이들에겐 오로지 예수가 당하는 장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더욱더 가혹함을 느끼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말을 이해할 찰나의 순간조차도 허용하지 않고 예수가 당하는 고통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는 십자가에 못 박힌 3명에 대해서다. 예수를 포함 3명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모습으로 있으되, 예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보기가 민망스럽게도 말쑥한 몸매를 뽐내고 있다는 것이다. 십자가에 못 박혀 생에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극형중의 하나로 묘사된다. 필자의 기억으로 이는 확실하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머지 2명을 그렇게 표현함으로서 예수의 극한적인 상황을 부각시켜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사용했다고 느껴질 뿐이다.
이렇게 궁금증을 종합하면 한가지 결론을 유도할 수 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란 영화의 초점은 예수의 극한적인 모습에 있다. 어떻게든 예수의 모습을 좀 더 불쌍하고, 처절하게 형성하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들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정말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런 모습은 적중하였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종교와 전혀 무관한 자라 할지라도 예수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성경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말이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멜 깁슨의 근본적인 의도가 매우 궁금했다. 이렇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란 한 편의 영화는 많은 궁금증을 필자에게 안겨주었다. 지금도 머릿속엔 혼란만이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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