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에서 지금은 가장 큰 명절로 가는 길목입니다. 기독교의 가장 큰 명절이라면 역시 부활절이라고 할터입니다. 그 부활절을 가기 위해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는 40일간의 기간을 사순절(四旬節)이라고 부르지요.
참고로 매년 부활절은 어떻게 계산이 되는지 알고 싶어하시거나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서(설마 회원들 중 한분이라도 없겠을까요?) 부활절을 계산하는 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부활절은 매년 춘분을 기준으로 합니다. 춘분을 지난 첫번째 만월(그러니까 보름이겠지요? 음력 15일)을 지난 첫 일요일이 바로 부활주일입니다. 그로부터 역으로 계산해서 7번째 되는 주의 수요일이 재의 수요일이라 불리며 사순절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7일씩 7주면 40일이 한참을 넘는데요? 후후 매 주 일요일은 사순절 기간에서 뺀답니다. 그날은 축제일로 지키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지요.
그러한 사순절 기간에 뜻있게 나온 영화가 바로 그리스도의 수난입니다. 이 영화는 성경의 내용을 충실하게 옮긴 것으로 그간 나온 영화 중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상의 문자보다 강한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지. 문자인 성경을 읽으며 도대체 가슴에 와닿지 않은 많은 말씀들이 이렇게 영상을 의지할 때 새롭게 해석되어(물론 감독의 일차적 해석을 관객이 이차로 해석하는 것입니다만) 우리에게 기대하지 않은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충격을 받는 것은 바로 성경에서 막연하게 느낀 그리스도의 고난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요. 화면은 온통 핏투성이입니다. 주먹으로 때릴 때 돌아가는 얼굴과 튀는 침과 핏방울, 채찍으로 때릴 때 채찍 끝의 고리에 살갗이 찢겨 튀어 나가는 모습, 바닥에 흥건한 핏물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을 때의 충격적인 모습들. 이 모든 것들이 성경에 있었음에도 우리는 남의 이야기인 듯 그저 그렇게 듣고 보다가, 눈 앞에서 그제야 벌어지니 다들 충격을 받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감동은 바로 그런 면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실제로 보게 하고,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낌으로 사람의 감정에 깊이 묻혀 있는 눈물샘을 터뜨리는 효과 말입니다. 쉴라이에르마허는 사람의 신앙심은 감정에 기인한다고 말했더랬습니다. 신과 인간과의 교감, 공동체 의식, 그리고 희생. 이런 것들이 영상을 가득 채워갈 때, 감독의 의도한 길을 따라 내가 예수를 판 가룟 유다이고, 내가 예수를 3번 부인한 베드로이며, 내가 그 어깨에 채찍을 가한 로마 군인이라고 가슴을 치며 다시 한번 고백하게 되는 것이란 말입니다.
흠, 영화 시사 후기가 뭐 이렇게 진행되어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쯤에서 정리를 해야겠네요. 당혹스러운 것은 영화에 사용되는 언어입니다. 그들은 유대인들은 아람어로, 로마인은 고대 라틴어로 대화를 한답니다. 영화를 보면서 영어가 아닌 줄 알고 난 후, 이게 과연 아람어일까, 히브리어일까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아람어라고 단정을 짓는 순간 터져 나오는 라틴어에 순간 흠칫 하기도 했습니다. 뭐 겨우 어떤 언어일 것이다 구분하는 정도라서 말입니다. 게다가 라틴어와 아람어가 나오는데 다 번역해 놓지 않았습니다. 물어보니 미국에서 개봉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영어 자막 역시 종교적 논쟁이 있을만한 부분, 예를 들어 빌라도가 "이 죄는 나와 상관 없다"라고 하자, 유대인들이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돌리소서"하는 장면들 말입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몇가지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알고 보시면 영화의 재미가 배가 될 것 같습니다(전도사님들은 읽지 마세요).
1. 영화에 나오는 장면 중 오류가 있습니다. 가장 큰 오류는 십자가에 못을 박는 장면입니다. 십자가란 고대 아프리카 북부의 종교에서 나온 형벌입니다. 신성한 땅 어머니 가이아의 품에 더러운 죄인의 피를 묻힐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나무 위에 높이 올려 매달아 죽이는 형벌이라고 합니다. 로마인들이 이 형벌을 받아들였는데 가장 극악형이기 때문에 주로 반역죄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그것도 로마인들이 아닌 식민지 원주민들에게만 적용되는 형벌이었습니다. 십자가형은 사람의 양팔과 발을 나무에 못박는 것입니다. 그런데 팔에 못을 박을 때 손바닥에 박는게 아닙니다(영화는 그렇게 나왔군요). 그렇게 하면 사람의 몸무게 때문에 손바닥이 찢어져 사람이 떨어지고 맙니다. 못을 박는 부분은 양 팔목뼈가 두개로 나눠지는 부분, 그 사이입니다. 또 십자가에 못을 박으면 그 자체로 죽는 게 아닙니다. 십자가에 매달고 다리뼈를 부러뜨립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의 몸무게를 오직 팔로만 지탱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양겨드랑이 쪽이 당겨지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가슴에 부담이 되어 점점 폐에 물이 차게 됩니다. 그래서 고통스럽게 질식사하게 되는 형벌이 바로 십자가형입니다. 이 시간이 보통은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6시간 만에 끝이 났지만 말이죠.
2. 등장인물들을 알지 못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성경을 읽어 보는 것입니다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기억나는 대로 조금씩 언급하겠습니다.
(1) 예수님과 함께 기도하러 간 3명의 제자 - 베드로, 야고보, 요한 (2) 예수님을 판 댓가로 은 30을 받은 제자 - 가룟 사람 유다 (3) 게바는 베드로의 히브리 이름입니다. (4)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정한 곳은 유대인들의 의회에 해당하는 산헤드립니다. 종교지도자들의 모임인데, 주로 제사장과 랍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5) 당시의 대제사장은 가야바입니다. 예수님을 심판한 곳은 가야바의 장인이자 전임 대제사장인 안나스의 집에서였습니다. (6) 빌라도는 예루살렘과 유다 지방을 통치하는 총독이었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날 때는 이스라엘이 헤롯대왕에 의해 지배되었지만, 그가 죽고 못난 아들 간에 문제가 생겨, 예루살렘과 유다는 빌라도가, 갈리리 지방은 헤롯 대왕의 아들 헤롯 아그리파가 다스리게 되었습니다(왜 설명하는 지 보시면 압니다). (7) 모니카 벨루치가 맡은 역할은 막달라 마리아입니다. 그녀는 창녀라고 소개되어 있으며, "너희 중 누구든 죄 없는 자가 돌로 쳐라"고 하신 그 말씀의 주인공입니다. (8) 성모 마리아에게 찾아가 예수님의 잡힘을 알리고 끝까지 함께 한 사람은 예수님의 제자 3인방 중 하나이며 가장 나이가 어린 요한입니다. 요한 복음의 주인공이고 마리아를 끝까지 섬겨 A.D. 70년 예루살렘이 무너질 때 그녀를 업고 지금의 터키 지방인 소아시아의 안디옥까지 갔다고 합니다. (9)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진 사람은 구레네 사람 시몬입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는지 그의 세 딸은 후에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지방)의 교회에 중요한 인물이 됩니다. 예언의 은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10) 마지막 장면에 십자가에서 내릴 때 옆에서 돕는 털 많은 사람은 아리마대 사람 요셉으로 앞서 말씀드린 산헤드립의 일원으로 근처에 자신의 동굴무덤을 예수님께 제공합니다. (11) 끝으로 유대 율법에 모든 죄를 입증하기 위해선 3명의 증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몰 후에는 재판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이 잡힌 날이 바로 안식일 전날(목요일)이기 때문에 유대 지도자들은 급하게 일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유대의 시간은 전날 일몰(6시경)부터 다음날 일몰 때까지가 하루를 의미하기 때문에 안식일은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 때 까지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린 시간은 오전 9시이고, 죽음에 이른 시간은 오후 3시입니다.
쓰다보니 너무나 긴 글이 되었네요. 그리스도의 수난을 보고 느낄 생각은 각각일 터입니다만, 영화를 수입한 폭스코리아 사장의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인삿말에서 "원래 교회를 다니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마 하나님을 더 잘 알게 될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4월 2일에 개봉하는 영화. 교회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꼭 한번쯤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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