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재미 없었습니다. 졸음과 싸워야할 종류의 영화지요. 한 줄로 요약될 줄거리로 104분을 채웠습니다. 카메라는 주인공인 Olivier Gourmet를 줄창 따라다니고, 기교고 뭐고 없이 다큐멘터리처럼 그냥 찍어댈 뿐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느리고 지루한 영화 속에 꽉 찬 느낌의 팽팽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음악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는데, 그러한 사실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에야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아무런 음악이 없었거든요.) 올리비에 구루메의 놀라운 연기가 뭔가 다른 극적인 요소나 장치가 필요없을 만큼 영화를 꽉 채우기 때문입니다. 그의 연기만으로도 영화가 터질 듯 했기 때문에 음악이 없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이지요.
이 영화에서 올리비에 구루메는 단 한번도 절규하거나 흐느끼지 않습니다. 단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불안한 듯 눈동자를 굴리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모호한 눈빛으로 아들을 살해한 범죄자를 쳐다볼 뿐입니다. 정말 뛰어난 배우라는 게, 그런 단순한 몸짓에서도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놀라운 배우에요. 이런 뛰어난 배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볼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도통 재미가 없어요. 뭔가 흥미로운 반전이나 쇼킹한 사건 같은 건 터지지 않거든요. 마지막 장면도 '용서'나 '구원'같은 것을 의미하겠지만, 다큐멘터리 씬에서 기량을 닦은 감독답게 객관적이고 차가운 묘사였습니다. 썰렁하다,는 게 정확한 느낌일 것입니다. 배우도 울지 않고, 관객도 울리지 않는 이런 영화는 값싼 신파에 세뇌당한 관객으로서는 심심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저의 그런 심심함은 로저 에버트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제가 인간적으로 덜 성장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가장 뛰어난 영화들 중 한 편임에 분명합니다. 제가 제대로 감상하질 못해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