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도 소개가 된 바 있는 위기철작가의 '아홉살 인생'을 보기 앞서
본인이 영화를 보기전 걱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원작의 충실한 반영을 걱정하게 된다
물론 감독이 원작 못지않은 대단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원작에 구애받을 일이 크게 없지만
관객의 입장으로 그런 걱정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관객들은 소설이나 기타 장르의 문학을 영화화한 것들을 보며 적지 않은 실망감,
크게는 배신감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홉살 인생에 대한 걱정은 당연했다.
우선 극장에 공개된 예고편은 관람 전에도 적지 않은 실망감을 가져다 주었다
아홉살에 달동네에서 살면서 느낀 것들,
'성숙'이란것에 대한 관념적 접근이 유머러스하고 또 리얼하게 담겨있던 소설에 비해
예고편은 사랑의 삼각관계와 조폭 뺨치는 고독한 실력자로서의 모습이 녹아있는
평범한 트렌디물을 연상케 했다
과연 영화 '아홉살 인생'의 내공은 거기 까지였을까?
같이 관람한 친구와 초반 평가가 심하게 엇갈렸다.
친구는 '저 영화 너무 산만해'하면서 에피소드의 나열을 굉장히 꺼린데 반해
본인은 등장인물의 캐릭터 발현과 주인공에 집중된 극 전개라는 점이
원작을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충실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여건이라 생각했다
김혜자의 19년만의 스크린 컴백작품인 '마요네즈'(데뷔작은 81년작 '만추')를 통해
윤인호 감독은 조각난 가족의 에피소드와 화합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가족의 모습을 같이 그려넣으며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 준 바 있기에 감독의 그런 재능을 믿어보려 했다
사실 작년 겨울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던 '러브 액츄얼리'역시
'사랑'이란 축 아래 돌고 도는 퍼즐조각같은 에피소드들이 영화를 구성하면서
현지 언론들은 산만하다는 평가를 내린바 있으나
결국 전 세계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대중 영화로 자리 매김한것은 난무하는 에피소드 속에서도
말하고자 하는 중심은 잃지 않는 모습이 보여졌기 때문이다.
'아홉살 인생'의 초반부 역시 그런 미덕을 보이며 영화를 꾸려나갔지만
예상할만한 결과를 위해 캐릭터들을 죽이고 변칙을 가하는 모습을 보며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
결정적으로 영화 '아홉살 인생'에 가장 아쉬움을 느꼈던부분은 바로 '삶'에대한 부분의 가차없는 생략이다
일단 그 이유는 영화 캐릭터의 반영이 소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소설에는 '장우림'이라는 까다로운 여자애의 비중보다
'신기종'이라는 엉뚱한 아이와 '검은제비'라는 무서운 녀석,
자식에게 가난한 삶을 대물림 시켜주고 싶지 않았던 부모의 모습이 더 크게 그려지면서
작품은 유년시절의 남들과 똑같은 인생 여정이 아닌 가난한 삶 속에서 성숙해 가는
소년의 모습이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들은 일부 에피소드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영화에서 높이 살만한 점은 세트의 한계에도 불구 영화를 잘 꾸려나갔다는 점과
배우들의 이미지를 잘 각인시켰다는점, 영상의 수려함등이 '아홉살 인생'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원작의 이름때문에 자연스레 빛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
그 사실을 망각하는데서 오는 직무 유기적 태도는 원작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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