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서 느껴지는 청순하고 가녀린 연약한 이미지 때문에 비련의 멜로드라마의 유약하고 수동적인 여자 주인공정도로만 인식되던 예쁘고 평범한 배우 김하늘에게 있어서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최수완역은 그녀를 다시 보게 하는 일종의 충격적인 변신이었다.
청순한 외모와는 상반되는 내숭이 동반된 허풍과 의외의 푼수끼에서 뿜어 나오는 자연스러운 코믹연기는 실제 성격이 반영된 내숭의 발현인 것 같은 까닭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의 푼수끼 다분한 친근한 이미지를 적나라(?)하게는 보여주는 것 같은 까닭에 그녀를 더욱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느새 김하늘만이 할 수 있는 김하늘표 코믹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그녀가 깜찍한 사기꾼으로 변신, 다시 한번 순진한 외모의 가증스런 코믹연기를 펼쳐 보여 준다는 ‘애정 빙자 사기극’ <그녀를 믿지마세요>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나의 은근한 기대와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었다.
사기전과가 있는 속물 주영주(김하늘)가 교도소 출소 직후 우연히 순수한 시골남자를 만나 어찌 어찌하다 그 남자의 약혼녀로 둔갑하여 그의 가족과 동네사람들을 속이게 되지만 그들의 순수함에 동화되고 물들어간다는 이 영화의 내용은 이 영화의 타이틀 롤을 맡은 김하늘이라는 배우뿐 만 아니라 이 영화로 데뷔하는 순수청년 강동원의 이미지와 너무도 잘 맞아 얼마나 재미있는 코믹멜로로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까를 은근히 기대해 왔었다.
드디어 만나게 된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
영화에 대한 느낌은 한마디로 기대를 했었던 코믹적인 면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을 주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매력, 특히 타이틀롤을 맡은 두 주인공,이 아주 잘 발현된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믹 멜로라 이야기하고 싶다.
영화의 내용에 너무도 딱 맞아떨어지게 캐스팅된 주, 조연을 아우르는 매력적인 배우들의 면면이, 자칫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영주의 사기행각을 견고하고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시나리오의 짜임새는 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다.
청순하고 순수한 외모와는 딴판으로 세속적이고 영악하기만 한 사기꾼인 그녀, 예쁘고 가녀린 외모를 이용 가석방으로 교도소를 나오는 가 하면, 의도하지 않은 돌발상황의 돌발 질문에도 천부적인 사기꾼 기지를 발휘하여 뻔뻔하게 상대를 속이며 능청스럽게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이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른 듯한 그녀는 그러나 그녀는 미워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워 보인다. 너무도 가증스런 양면을 지닌 주영주 이지만 착하고 순진한 남자를 일순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나쁜 여자이지만 예쁜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을 감추고 있을 것 같은 김하늘이 연기하는 주영주의 모습은 예쁘고 깜찍하고 발칙하기만 하다.
상황이 그래서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지 영주는 예쁜 마음씨를 지닌 착한 여자라고 김하늘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로 배역 자체를 설명하는 것처럼 딱 떨어지는 모습을 끔찍하게 잘 해내고 있다.
이런 주영주의 상대역 즉 영주의 사기공연의 절대 피해자이며 순수하고 어눌함의 대명사 최희철 역의 강동원 역시 더 할 나위 없는 멋진 캐스팅이다.
동네에선 나름대로 똑똑하고 인정을 받는 선한 청년이지만 세속의 물을 맛볼 대로 맛본 영악한 영주를 만나 악연을 맺고 그런 영주에게 실수(?)하는 바람에 그녀의 악의에 찬 계략 때문에 하루아침에 나쁜 넘(?)으로 급 추락하는 어눌하고 불쌍하기만 한 순수청년 최희철의 모습은 고스란히 강동원의 이미지와 딱 들어맞아 극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주연배우 이외에 송재호 임하룡, 김지영 등의 주연을 보조하는 조연급배우들의 적절한 연기와 짜임새 있는 배역의 배치는 과장되고 억지스런 웃음이 아닌 생활 속에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럽고 소박한 웃음을 보여주는 데 큰 구실을 한다. 코믹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가족간의 마을 주민간의 사랑이 느껴지는 착한 영화의 힘이 느껴진다.
언니의 결혼식장에 가던 영주가 우연히 가방을 잃어버리고 그 가방을 찾기 위해 시작된 그녀의 사기행각이 경쾌하다 못해 유쾌하다.
아주 단순히 반지를 전달하고 자신의 가방을 찾겠다던 영주, 그녀가 마을에서 조금은 허풍스런 희철의 둘째 고모부를 만나 우연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 때문에 희철의 아버지와 경찰인 첫째 고모부 앞에서 궁여지책의 연기를 하다가 결국엔 의도하지 않게 희철의 약혼녀가 되어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련의 과정이 조금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의 주도 면밀한 상황설정은 억지스러움을 자연스러움으로 희석시키며 극의 전개에 설득력을 더한다. 더구나 희철과의 대면으로 궁지에 몰릴 것 같았던 그녀가 본연의 사기술에 의한 그럴듯한 넘겨짚음으로 희철의 가족 모두를 한방에 그녀의 편으로 만들어 버리고 확고하게 희철의 약혼녀로 변신을 함과 동시에 희철을 천인공노할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게 하는 장면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던 앞부분의 내용에 신빙성을 더해주며 앞으로 펼쳐질 영주의 사기극에 흥미로움을 더해 준다.
여기에 반목으로 시작된 희철과 영주가 서로의 장점을 발견해 가면서 서서히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며 로맨틱한 무드를 형성하고, 세속적인 영주가 그곳의 선한 사람들에게 감화하여 차츰 그녀 내면에 숨겨진 선함을 발견, 마을과 가족을 위해 그녀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게 되는 영화의 후반과 마무리는 앞서 보여준 그녀의 사기극을 감동적으로 마무리함과 동시에 극중에서 관계를 맺었던 모든 사람, 희철과 영주의 관계를 포함한 희철과 영주의 주변인,들의 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는 매끄러운 엔딩은 이 영화를 더욱 괜찮은 영화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사랑스럽기만 하고 아주 만족스럽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주었던 이 영화가 표방하였던 코믹멜로라는 타이틀에는 무색함이나 실망감이 느껴질 정도로 영화가 주는 코믹적인 요소는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사기라는 설정 때문에 가능한 흥미 진진한 상황과 그에 수반되는 재미있는 상황들은 분명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이자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기는 하다. 물론 그것 때문에 관객들이 웃음을 짓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그 즐거움의 여운이 그다지 길지 않은 것이 또한 큰 단점이다.
코믹 드라마라면 충분히 있어야 할, 극의 활기를 주는 코믹스런 캐릭터나 재치 있는 대사가 상대적으로 부재한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코믹적 탄력을 잃고 오히려 휴먼 드라마로 방향을 선회하여 후반으로 갈수록 부족해 지는 웃음대신 감동을 주기에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코믹영화의 성향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조금은 인위적인 상황을 설정,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웃음을 주는 데 힘겨움이 느껴진다.
또한 영화의 내용 중간중간이 매끄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즉, 영주가 희철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되는 조금은 과장된 상황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가방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주의 모습, 고추 총각 선발대회에 참여하는 과정이나 세속적인 영주가 갑자기 착해지는 뻔한 전개 거기에 결혼을 앞둔 영주 언니가 동생을 대하는 일관성 없는 태도 등 조금은 작위적인 상황과 설정으로 군데군데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너무도 생동감 있는 인물들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매력이 충분히 사랑스럽기에 그 부족함을 덮어주고도 더한 매력이 있기에 난 이 영화가 재미있었고 볼만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여러 장점과 단점이 혼재한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달라질 수도 있고 그 재미를 논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천차만별의 관점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나 자신에게 이 영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볼만한 영화다라고 말하겠다.
너무도 능청스럽게 사기꾼을 연기하는 김하늘이나 순진무구하고 어눌한 모습으로 계속 영주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강동원의 콤비플레이(?)를 보는 것 만으로 유쾌한 꽤 예쁜 로맨틱 코미디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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