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사가지][그녀를 모르면 간첩]등 제목부터 관객들의 호기심을 집중 시키는 코미디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고 있는 가운데,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인상적인 제목만으로 역시나 호기심을 가지도록 만든다.앞서 개봉한 코미디 영화들이 기대 이하의 연출력과 진부하고 유치한 스토리,과장되고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 등으로 이렇다할 흥행성적도, 관객들의 호응도 받지 못했기에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 대한 첫인상도 썩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그저그런 코미디 영화로만 비쳐지겠지만 앞서 개봉했던 몇편의 코미디 영화들에 큰 실망을 가진 관객들이라면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제목과 달리 믿어 볼 만한 코미디 영화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사기 전과를 가지고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는 여자와 너무 순진한 나머지 거짓말까지 속아 넘어가는 시골 청년 희철의 "고도의 두뇌 게임"은 과장되고 어색한 코미디가 주는 억지스러움을 한층 덜어 주고 있다.또한 주연배우와 여러 조연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시킴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더 해 준다.
가석방을 노린 사기전과자 영주는 치밀하고 계획된 연기로 역시나 가석방을 얻어 낸다.언니의 결혼식을 위해 올라탄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자신은 올바르고 착한 시골청년이자 용강약국 약사임을 강조하는 희철이 그 이다.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얼떨결에 희철의 약혼녀가 된 영주는 가석방 중인 자신의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희철의 약혼녀로서, 아니 희철의 아이를 가진 여자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노골적인 제목처럼 믿을 수 없는, 아니 믿지 말아야 할 영주의 어이없는 상황들과 거짓말들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한다.조용히 살고자 하는 영주를 계속 건드리는 사건들과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시골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가는 영주의 모습들은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들 속에서도 일상적이고, 훈훈한 웃음을 준다.영주는 우연히 엿듣게 된 동네아줌마들의 수다와 계획에도 없던 선행들은 희철의 가족으로 하여금 더욱 확고한 믿음과 신뢰감까지 얻게 되고, 그로인해 천하의 몹쓸놈으로 찍혀버린 희철의 적반하장격인 상황 또한 관객들의 폭소를 터지게 한다.이렇게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사기꾼 여자와 순수청년 이라는 설정부터 역전된 상황들로부터 보여지는 황당한 사건들과 영주의 거짓말들로써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연스럽게 자극하는 코미디 영화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믿지 마세요]가 여느 코미디 영화들과 새삼 다르게 와닿는 것은 바로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사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역시 코미디 영화들이 가지는 전형적인 틀을 그대로 갖추고 있지만 농촌을 배경으로 한 풋풋한 웃음과 그 속에서 보여주는 인간미가 크게 어필되는 코미디 영화이다.영주가 희철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용강은 전형적인 우리나라 시골동네이다.미용실에 모여 쉴새없이 수다 떠는 아줌마들과 손님마다 일일이 아는척하는 택시기사 아저씨,남의 집 숟가락 갯수도 다 알정도로 가까운 이웃들의 모습은 코미디 영화들을 보면서 쉽게 느끼게되는 지루함과 진부함을 훈훈하게 덮어줌으로써 보는내내 실소를 자아내도록 한다.그리고 농촌을 배경으로 했기에 영화 속의 인간적이고 개성있는 캐릭터들 또한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해 주고 있다.말보다 주먹이 먼저 앞서지만 누구보다 마음은 따뜻한 희철의 아버지와 작은일도 부풀리며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만 정 많고,친절한 희철의 별난 가족들은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정도로 감칠맛나는 연기와 개성있는 캐릭터로 영화를 보는내내 편안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해준다.또한 작은 소문 하나도 온 동네에 퍼지는 농촌마을의 풍경과 고추 총각 선발대회등 농촌 특유의 훈훈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들은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가 그저그런 유치한 스토리와 연기들로 한번 웃겨 버리고 마는 여느 영화들과는 다른 색깔의 코미디를 보여준다.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기 전과자 "그녀"의 거짓말과 천부적인 연기력이 모든것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래서 영화 속 영주를 연기한 김하늘의 코믹연기는 단연 눈에 띈다.얼마전 개봉한 [빙우]나 [동감],그리고 TV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여리고 조용한 캐릭터의 김하늘은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통해 망가진 연기를 선보이며 코믹연기로의 변신을 완벽하게 해냈다.그리고 다시 도전한 코미디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의 김하늘은 전작들에 비해 한층 더 무르익은 연기로 그 변화무쌍한 모습을 200% 발산하고 있다.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정숙하고 착실한 아가씨이지만 희철 앞에서만큼은 180도 태도를 바꾸는 사기전과자 영주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시금 김하늘의 코믹연기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거짓말을 일삼지만 결코 얄밉지않은 김하늘의 다양한 모습들은 매 상황마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영주라는 캐릭터와 함께 관객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에게 빠지도록 만들어 버린다.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스크린 신고식을 치룬 강동원은 어리숙하지만 귀여운 시골 약사 희철이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그동안 TV에서 보여준 모습이나 연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와닿게 될 것이다.뿐만아니라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러 조연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이다.무뚝한 희철의 아버지를 연기한 송재호,산 사람도 죽여버리는 치매 걸린 희철의 할머니를 연기한 김지영,그리고 임하룡을 비롯 희철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연기한 여러 조연배우들의 활약은 영화를 두 주인공만의 뻔한 로맨틱 코미디로 빠지지 않게 함으로써 영화를 훈훈하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도록 해주었다.
2004년들어 대형 화제작들이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큰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그 속에서 작은 영화들은 제대로 기를 펴고 있지 못하고 있다.막강한 자본과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한번에 집중시키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보여진 몇편의 코미디영화들은 대부분 관객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것도 큰 이유이다.매번 비슷한 소재와 같은 내용의 코미디들로만 채워진 영화들이 그야말로 유치하고 어설픈 내용으로 관객들을 억지로 웃기려 했기에 자연적으로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이제 개봉을 앞둔 김하늘,강동원 주연의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어쩌면 기대 보다는 걱정이 앞설지도 모른다.하지만 영화 속 영주가 말한 거짓말의 정의인 "고도의 두뇌 게임"이라는 말처럼 시종일관 거짓말과 거짓연기로 희철은 물론 온 시골마을 사람들을 속여버리고, 관객들 마저도 감쪽같이 속게 만드는 김하늘의 팔색조 같은 코믹연기와 시골마을의 훈훈한 정경이 더해져 극장을 나오면서는 크게 한번 웃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아무리 믿지 말라고 해도 믿어버리고 싶은 그녀의 거짓말에 그냥 한번 웃으며 넘어가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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