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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앞서 개봉한 <그녀를 모르면 간첩>과 제목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소재만 다를 뿐 그다지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단지 <내사랑 싸가지> 이후 앞으로 등장할 허다한 10대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최소한 욕설과 비속어를 이용한 저속한 개그를 선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것뿐이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스토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여 주인공이 결혼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거짓말을 하게 되며, 이는 괴테의 말처럼 처음에 쉽게 바로잡을 수 있던 작은 사건이 오해에 오해가 중첩되어 결국 사실을 말하기 난감한 상황으로 발전하고,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넌센스와 거짓말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감동을 주무기로 삼는다.
그러나 악의적인 마음이 없던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루시(산드라 블록)와는 달리,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영주(김하늘)는 사기라는 수단을 이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이 영화는 김하늘의 사기에 모든 포커스를 맞춘 나머지, 영화의 진심마저 관객에게 사기를 치고 만다. 가족이 없던 루시에게 잭과 피터의 가족들은 진정한 가족애를 느끼게 해주고, 이는 따스한 결말로 이어지지만,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가족애는 형식적인 몇몇 장면과 영주의 거짓말에 대한 공감과 동정으로 이루어진 관계일 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것을 진짜 가족애고 따스함이라고 관객에게 둘러대고 있다.
전반, 능청스러운 김하늘의 거짓말 연기를 보는 것은 분명 이 영화의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고추총각 선발대회로 인해 급반전을 타는 주인공들의 감정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영주의 감옥 동료들, 그리고 도저히 자제가 안되는 주변 인물들의 상황은 뒷부분의 스토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린다. 대사와 배우의 슬랩스틱으로 이루어진 코미디들로 이런 단점들을 덮어버리기에는 너무 문제가 심각하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오직, 김하늘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뿐이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로맨스가 첨부된 한국의 코미디 영화들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괴리감을 자연스럽게 조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그런 한국 코미디 영화의 상투성에서 단 한 발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그 자리에 고꾸라지고 만다.
◈ <그녀를 믿지 마세요> 기자 시사회 사진
지존군의 Movie Box http://blog.naver.com/cine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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