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붉은 돼지.
역시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답게 자연의 색채를 많이 사용하고, 또 자연이 배경이 된(정확히 말하면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만화였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있는 장면들이 가득해서 웃음을 자아냈으며, 만화이니만큼 부담없이 볼 수 있었다.
또 한 장면마다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그렇지만 만화라고 해서 그리 가볍게 볼 것만은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른 작품들이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듯이 이 작품에서는 '전쟁'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부터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20년대이고, 주인공인 '포르코'도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지만 전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되어버린 인물이다.
그런 '포르코'를 통해 전쟁의 폐해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만화였다.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면서도 곳곳에서 그 당시의 경제공황이나 전쟁의 아픈 기억들을 비추었으며, 새삼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전쟁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고 가슴아파하는 모습, 경제가 어려워서 남자들은 모두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여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남아 일하는 모습 등 생각없이 지나칠 수 없는 장면들이 몇몇 있었다.
처음 만화가 시작했을 때에는 돼지가 사람처럼 나오는게 마냥 재밌었는데 '포르코'가 전쟁이 싫어서 스스로 돼지로 변한것이고, 또 '포르코'의 기억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지금 이렇게 평화롭게 사는 우리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내용도 괜찮고, 재미도 있고, 교훈도 있고, 만들어진지 꽤 된 작품인데도 그런 느낌이 들지않아 좋았다.
그렇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끝이 좀 급하게 마무리된 듯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포르코'의 뒷 이야기를 좀 더 해주었다면 좋았을텐데 갑작스럽게 만화가 끝나버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재밌게 본 만화영화였다.
만약 이 만화를 추천해준다면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추천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본다면 재미있게는 보겠지만 배경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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