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들 올드보이에서만 그 잘난 윤리적 잣대를 들이미는걸까??
완벽할 수는 없는 만큼 비판받을 점은 분명히 있고, 아래서 굉장히 멋진 비판을 하나 보았다. 올드보이를 재밌게 봤지만 그 분의 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결국 영화가 '기분이 나쁘다' 그거 하나 아니던가. 단지 그 주된 소재가 '보편적 도덕관념'에 어긋난다는 이유 때문에.
근친상간을 소재로 선택한 것에 그렇게도 말이 많더라. 우리 사회의 윤리에 너무 어긋난다더라. 따져볼까나.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는 여동생인 헤라와 결혼했다. 오이디푸스는 (모르고 했다지만) 어머니와 결혼했다. 중국 신화의 복희도 여동생인 여와와 결혼했다. 신화를 끌어대지 않아도, 고대 이집트 왕실이 순수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남매간에 결혼하던 얘기는 유명하다. 사회윤리 타령을 해대려면 저걸 먼저 애들이 못보게 해라. 올드보이의 피시방 신을 두고 애들이 따라하면 어쩌냐는 글이 있더라. 애들이 뭘 보고 배울까 무서운가보던데. 그러면서 저건 왜 애들이 보는 그리스 신화 어쩌고 해가면서 필독교양서적으로 꼽고 있느냔 말이다. '신화'에서 근친상간이 나오는건 괜찮고 '신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영화에는 나오면 안되나?
근친상간이 정당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인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을 소재로 선택했다는 이유 때문에 올드보이만 두드려맞는건 불공평한 것 같은데. 비판하려거든 테크닉이 허술하다거나, 시놉시스가 엉성해 설득력이 약하다거나, 자극적인 주제에 알맹이는 없다거나, 그런 식으로 해라. 그게 영화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아닐까.
그 잔인한 복수의 이유가 너무 하찮아 상식에 어긋난다는 얘기도 많더라. 그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어디 한두가지던가. 고작 몇만원 뺏으려고 방망이로 내려쳐 식물인간 만드는건 상식적인가. 같은 반 친구가 공부를 잘하는게 얄밉다고 얼굴에 황산을 뿌려버린 여자애도 있더라. 그런 사람들의 이유는 납득이 되던가. 이우진의 복수 동기가 이해가 안간다고 뭘 그리 딴지들을 거는지. 그 수많은 사람 중에 이우진 같은 사람이 있지 못할 건 또 뭐람.
도덕이네 상식이네, 그런거 들이대면 살아남을 영화 몇이나 될까. 물론 혼자 찍고 볼 것이 아닌 대중예술이니 그런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그 영화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좀더 다른 관점에서 올드보이를 비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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