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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박찬욱의 복수극 3막2장 올드보이
ozzyz 2003-11-23 오후 1:01:53 3369   [21]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올드보이] 2003

박찬욱 감독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박찬욱이 드디어 두번째 복수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사실 담담하게 글을 이어나가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나의 지인들은 알고 있겠지만, 나는 오늘 아침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극장
한가운데서 정확히 20분동안 펑펑 울었다.
그것은 작품이 슬프다거나, 두 연인의 미래가 걱정되어서와 같은 감상적 이유가 아니었다.

내 눈물의 이유는

첫번째, 이 영화가 과연 한국영화임에 틀림없는가.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는 다소 원론적인
           기쁨 탓이었다.
두번째, 이 같은 영화의 크레딧에 내 이름 석자를 넣을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
           더라도 아깝지 않을텐데, 그러지 못한 데 있어서의 안타까움이었다.
세번째, 이런 영화를 만나기 위해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날들을 기다림과 아쉬움과 분노의
           에너지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것이 내 눈물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
           이었다. 언제까지 어설픈 시장논리만으로 가득 채워진 이 한국영화계를 묵묵히
           지켜만봐야 하는 것 인가.


사실,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전작인 <복수는 나의 것> 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이 복수가 끝나면 나는 예전의 오대수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이미 복수는 내 성격이 되어 버렸다."

극중 오대수의 대사에서도 있듯이, 이 것은 복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작 감독 본인은 자신의 기존 필모들과는 전혀 다른 영화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는 아마도 한번쯤 더 이 '복수' 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만 같다.

본 작품이 전작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감정의 과잉이다.
무미건조하게 진행되던 전작과 달리, 본 작품은 풍부한 감정이 삽입되어 있다. 극중 인물들
의 좌절감과 분노가 그들의 표정에서, 음악에서, 심지어는 화면의 질감에서 조차 표현되고
있다. 이 것들은 다소 과잉이지 싶을 정도로 나타나고 있는데, 절대 어색하지 않은 강렬한
이미지 고취와 구축을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기능하고 있다.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멋진 캐릭터와 멋진 대사와 멋진 음악들. 한마디로 '멋진' 영화이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 '과잉의 에너지' 탓에 아마도 몇몇 관객들은 질색을 하거나
리얼리티를 잃었다고 비판할 것이다. 하지만 극의 상황적 비극성이나, 인간의 행동이 극한
상황에서 비 이성적이고 다소 확대되어 표현된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이것이야 말로 오히려
극의 리얼리티를 살려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까? 이것은 이러한 작품을 보고도 눈물을
흘리지는 못하고, 오히려 시간을 버렸다고 생각할 소수의 관객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하는 말이다.


강한 수위의 신체훼손 속에서도 감독은 대수의 대사를 통해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이 것은
<지구를 지켜라> 에서 볼 수 있었던 스플래터 적 감수성의 재현이라 봐도 손색이 없다.
이것은 역시 박찬욱 감독의 B급 장르에 대한 끝없는 애정에 무관하지 않다. 박찬욱의
하드보일드 액션과 B급 감성을 버무린 솜씨는 기타노다케시의 다소 현학적인 구성의
폭력의 이야기들이나 브라이언 드팔마의 피의 스펙타클들과는 구별되는 또다른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는 일년동안 절대 한국영화계에 존재할 수 없는 작품을 벌써 두편이나 만나는 행운을
누린 것이다. 스스로 행복한 줄 알아야 한다.

 

개봉전부터 이슈화 됐던 4분간의 '롱테이크 장도리 액션' 은 장도리 하나에 몸을 의지하여
18:1 의 맞짱을 뜨는, 역시 볼만한 장면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부분은 현란한 카메라 워크
와 스타일을 사용해서 수많은 커트로 나누어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감독은 단 한번의
커트로 오대수의 장도리 액션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서 용역직원들의 움직임 중에
두어군데 정도는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실제 싸움을 보는 듯한 리얼리티적 측면을 강조한
탓이라고 넘어갈 수 있을 수준의 것이다. 그 보다는 불혹의 나이에 최민식이 선보이는 쌈마이
액션이 놀라움을 선사한다.

 

최민식의 반호일펌 머리나 유지태의 야쿠자스러운 올빼머리 같은 사소한 부분들도 즐거움
을 선사하는 데에 일조했다. 특히 최민식의 반호일펌 머리는 강렬한 이미지를 심는데 크게
일조한다. 흰색으로 염색하고 나오는 '실장님' 도 한 스타일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댄스그룹
<쿨> 의 맴버 김성수가 까메오 출연 한 줄 알았다. 

 

감독과 배우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박찬욱 감독은 사실 본인에게 있어서 꿈같은 존재이다.
그의 전작인 <복수는 나의 것> 은 언제나 손꼽히는 나의 베스트이며, 그의 B급 영화,
컬트영화등, 다양한 장르영화들에 대한 편협하지 않은 애정어린 시각은 본인에게 있어서
크나큰 즐거움이었다. 또한 얼마나 재능있는 이야기꾼이던가!
그는 감독으로써, 작가로써, 평론가로써, 언제나 나의 베스트이다. 본인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언제까지나 오래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다.


최민식... 그는 이 영화로 더이상 연기쟁이, 뛰어난 성격파 배우, 한국의 게리올드만 따위의
수식어로는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귀신이다. 연기를 하는 귀신이다.

더이상 그의 연기를 추측하지도, 평가하지도 말자. 이제는 저 남자가 두려워졌다.


유지태.. 그가 본 영화의 편집본을 보고 나서 박찬욱 감독과 최민식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부족한 연기에 대해 사죄했다는 기사를 접한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의 범위
가 있다. 유지태는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이우진이라는 인물을 잘 소화해냈다. 최민식이
할 수 있는 연기와 유지태가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귀신과 비교하려
한점이 지나친 욕심이다. 본 작품을 관람한 이후의 생각으론, 이우진을 유지태만큼 소화
해낼수 있는 배우는 없다.


강혜정.. 나는 그녀를 왁스의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써 기억한다. 하지만 전혀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배우로써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서 새로운 배우로
거듭났다. <올드보이> 이전과 이후의 그녀는 확실히 다른 배우이다. 저 정도로 매력있고
풍부한 감성을 지닌 여성 연기자를 여태까지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하다.
<올드보이>는 그녀에게 있어서 연기자로써의 새로운 시작점인 것임에 틀림없다.

 


이 시점에서 나는, 아직까지 본 작품을 보지 못하신 분이 있다면 지금 당장 수많은 문명의 이기
들을 적극 활용하여 가까운 극장으로 예매를 하기를 권고한다. 최소한 나는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들과는 대화를 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스포일러성 글이 될 수 밖에 없으니 감안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는데, 만약 이런 영화가 관객들에게 외면당하고 또다시 저주받은 걸작에 그치고
만다면, 한국영화계는 절대로 희망이 없다고 단언 할 수 있다. 이런 작품이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시장 환경만이 한국 영화계의 희망이요, 빛이다.

 

 

<스포일러 경고>
<스포일러 경고>

 

 

<올드보이>의 원작에서 두 남자의 갈등의 모티브는, 오래전에 스쳐지나가듯이 만났던
노래부르던 아이에 대한 기억의 망각에서 기인한다.독특한 상황 설정이나 긴박감 넘치는
전개에 비해서 기대에 못미치는 결말이라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의 질책을 받았던 부분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이러한 기존의 갈등 동기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근친상간' 의 이미지를
끼워넣는다. 누나의 죽음에 대한 우진의 복수라는 것이 대수로 하여금 자신의 딸과 사랑
하게 만드는 것이다.

유난히 최근의 한국영화들에선 근친상간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비록, <올드보이> 의 경우처럼 근친상간을 정면으로 드러내놓고 승부하는 작품은 드물지만,
<장화,홍련><복수는 나의 것><텔미썸씽>등의 다수의 한국영화들 속에서 근친상간이라는
주제가 다소 간접적으로 암시되고 있다. 이 것은 최근의 관객들이 왠만한 정서적 충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다는 점과, 폐쇄적인 사회구조 및 문화, 즉 한국을 내, 외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시스템의 폐쇄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기인하며, 다소 강한 임팩트를 주기 위한 감독의
장치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같은 근친상간의 이미지가 <올드보이> 에서는 단순한 임팩트의 차원이 아닌,
갈등의 직접적인 요소이며 비극의 기원이다. 게다가 대수는 결국 죄의식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딸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선택을 한다. 딸의 품에 안겨 짓는 대수의 이를 드러낸 웃음은
상황의 비극성을 더욱 고취시키고, 이 선택의 앞에서 관객은 도덕적 판단의 기능을 잃고만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어머니를 범하고 눈을 뽑아 수염에 달은 채로 평생토록 딸의 손에
이끌려 천하를 떠돌아 다녔고, 대수는 자신의 딸을 범하고 혀를 자른 뒤, 죄 의식의 기억을
지워버린채 딸과 몸을 섞으며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다시말해, 저들은 남은 삶의 기간동안 미처 인식도 못한채 끝없이 죄를 저지르게 될 것이고,
또한 저 두 커플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도대체 2003년의 한국사회에서 정신없는 중년의
벙어리와 20년의 나이차이를 가진 여자커플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하지만, 대수의 선택에
대해서 아무도, 그 어떤 누구도 비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감독은 그 이유를 대수의 입을 빌어 "아무리 짐승같은 놈이라도 살아갈 권리는 있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 저 선택은 저 두 사람의 삶을 위한 유일무이한 선택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수가 펜트하우스에서 미도와 통화를 하는 시점에서 미도의 앞에 놓여져 있었던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그것은 분명히  대수가 펜트하우스에서 본 앨범과 동일한
앨범이 들어있었음에 틀림없다. 삶을 위해선, 열지 말아야 할 상자도 분명 존재한다.

 

<올드보이>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질 수 있는 한마디 말이 내 주변의 세상을 어디까지
일그러트릴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텍스트이다. 또한 동시에, 의도하지 않은 죄가 유죄인가.
기억하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 있는가, 와 같은 수많은 원론적 질문들에
대한 간접적인 해답이다.


본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또 하나의 모티브는 '최면' 이다.
'사랑' 같은 주제에 대한 암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또한 사회통념상 어긋나는 행위에
대한 암시또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인물 설정상 매우 뛰어난 능력의 최면술사
이며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여러단계의 암시를 거치고 있다는 면에서 어느정도 설득력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극중의 최면술사는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를 스크린에 뿜어주고 있는데
등장비중이 적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이 '최면' 이라는 소재는 '근친상간' 과 더불어 국제 영화 시장에서 상당히 어필될만한 부분
임에 틀림없다. 특히 최근 '최면' 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것은 마지막 씬의 오대수의 웃음의 의미이다.
두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최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웃음.
최면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며, 앞으로의 그들의 암담한 삶을 조명하는 기능의 웃음.

개인적으로는 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첫번째 경우도 가능한 이야기이다. 오대수와 분리된 '비밀을 알고 있는 몬스터' 가
미처 7걸음을 채우지 못하고 눈밭에 쓰러졌다는 것이다. 정신을 차린 오대수는 최면이
성공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미도의 사랑한다는 말에 비참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발자국의 숫자를 세어볼만한 여유를 주지 않았으며, 어쩌면 열린 결말을
추구하는 감독의 추임새라고 가정지을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오대수의 기억을 사라지지 않은 채로 그냥 둔다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리뷰가 끝날 즈음에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한국영화계의 시스템적
고질병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돌려먹기 식 시나리오와 제작사의 지나친 개입
및 횡포, 도제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작 풍토 등은, 섹스와 코미디만이 돈이된다는
어설픈 시장논리와 맞물려서 한국 영화계를 부패시키고 있다.

유일한 희망은 '좋은 영화' 에 대한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시장성을 찾게 해주는 것이다.
'좋은 영화' 가 시장에서 타당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때, 진정으로 작가감독들이 육성되고,
창작활동에 힘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될 수 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는 분명히 '좋은 영화' 이다.


이러한 영화가 다시 한번 등장하였다는 데에 크게 감동하고 고취된 상태이다. 반드시 시장에서의
좋은 반응으로, 수많은 작가감독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길 바라는 바이다.

 

 

[ozzyz]


http://withpage.com/ozzyz

BOOT 영화비평단  허지웅 (www.boot.pe.kr


(총 0명 참여)
개같은 인생이라도 ..15년 그 감옥보다는..후훗.........감독이 어필하는...우리. 그 감옥보다는...........내가 나야 하고 멋지게 삽시다   
2003-12-27 05:57
마지막 웃음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박찬욱 감독님도 그렇게 의도한것이 아닐까 합니다.   
2003-11-23 19:48
오대수는 죽어버렸습니다. (최면술사가 부작용도 있다고한건이때문입니다) 그의 웃음은 괴물로 남아버린(고통을 기억하고있는)자신에 대한 비운의 웃음입니다   
2003-11-23 17:38
마지막 장면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오대수와 몬스터를 분리해서 몬스터를 걸어가면서 죽게 하길 원했지만 깨어난건 걸어간 자신입니다. 즉 그는 오대수가 아닌 괴물이었고   
2003-11-23 17:37
배우까지 하나하나 따지고 평하시기를...영화 그 자체 만으로...   
2003-11-23 14:59
그럼 다른 섹스와 코미디의 영화 들도...색안경끼지 말고 그 감독들부터..   
2003-11-23 14:58
같은 영화를 이렇게 봐서 재미있게 보신다니.......헐..   
2003-11-23 14:58
정말 존경스런 비평입니다^^ 만약에 기회가된다면 제가 식사라도 한번 대접해드리면서 영화보는 눈을 배우고 싶네요 ~ 좋은글 정말로 잘! 읽고갑니다.   
2003-11-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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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2003, Old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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