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영화의 색깔을 만드는 것은 광고라고 생각한다.
지퍼스 크리퍼스의 광고클립을 보면 무섭고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공포 영화의 선전문구에 등장하는
무슨 무슨 살육 어쩌고, 사람을 꿰멘다느니 한다. 이정도면 이 영화가 정말 안그래도 겨울이 찾아왔는데
따뜻한 극장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간담을 다시 서늘하게 만들 요소를 충분히 갖추었다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웬 울트라 코미디 공상과학 액션? 호러라고 하기에는 정도가 약한 살짝 잔인한 장면만 쬐금나오고, (솔직히 잔인한 장면이 더 웃긴다) 어쨌든 이 영화를 코미디 액션영화로 광고했다면 관객이 더들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이 영화를 비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관점을 달리해 보면 유쾌하기 까지 하며 평점도 높게 주고 싶다.
아뭏든 나는 잔인한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여러 장르가 혼합된 영화를 좋아 하다보니 지퍼스 크리퍼스에 관한 영화평을 읽고 과연 이 영화가 왜
코미디 영화로 분류 됐는가 궁금해서 봤다. 아니나 다를까 였다. 그리고 기대이상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는게
코미디 뿐만 아니라 공상과학이나 에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상상력까지 보여준다. 심지어 매트릭스 2리로디드
를 패러디한 듯한 장면까지 보여준다. 그럼 여기서 영화 보신분들을 배꼽잡게 할 우리들의 날으는 할배스토리
를 들어보자. 영화 안본 분들은 보지 마세염. 재미 반감되니까.
1. 날으는 할배의 맹활약! 뚝심과 폼생폼사
영화에서 날으는 할배(크리퍼)는 꺼뜻하면 슝하고 수직상승으로 튀어올라
어디론가 갔다 온다. 근데 여기서 슝하고 튀어오르는 장면은 매트릭스 2리로디드에서 네오가 기를 모았다가 슝하고 날라가는 장면과 흡사하다.
그리고 날으는 할배는 슈퍼맨이 초고속으로 날라가는 장면을 본따 밤하늘을 시원하게 날라간다.
그런데 브레이크 장치가 없기때문에 쫓아가던 차가 정지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만 부딪치고 만다.
날으는 할배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기가 무슨 프레디인양 거꾸로 매달려도 모자를 안떨어뜨리고
폼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황야의 무법자처럼 옥수수밭을 가로지르며 뛰어가 멋지게
표창을 날려 타이어를 펑크낸다. 여기서 표창을 날리는 슬로우 모션은 날으는 할배의 폼생폼사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유리창을 깨거나 문을 열고 들어와도 되는 걸 일부러 자신의 넘치는 뚝심을 과시하려는 듯 오로지
자동차의 철뚜껑만 뜯어내서 들어오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밑이 안보여 아가씨가 찌른 꼬챙이에 얼굴이 찔리기도
한다. 그 꼬챙이를 앞뒤로 빼려다 귀찮아지자 또 무식한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옆으로 떼어내 자신의 귀하신
얼굴을 날린다. 폼에 신경쓰다가 얼굴을 날렸는데 그래도 죽진 않지만 우리의 할배는 폼에 살고 폼에 죽지
않는가 어쩔 수 없이 죽은척하며 애들을 유인해 제일 잘생긴 남학생의 머리를 훔쳐 자신의 몸에 맞춰본다. 그러나 할배는 그래
도 자신의 얼굴이 잘생겼다고 믿는지 이내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바꾸고 관객을 향해 한번 멋진 얼굴을 보여준다.
2. 날으는 할배의 여자 밝힘증
날으는 할배는 찬밥 더운밥 가릴 줄도 안다. 여기서 4명의 여자가 등장하는데 그 중의 한명은 남자 못지 않게 기가
센 운전기사 아줌마이다. 운전기사 아줌마는 할배에게 있어서 더이상 매력이 느껴지지 않으므로 바로 희생양이 된다.
나머지 세 여자는 젊기때문에 충분히 매력적이므로 무슨일이 있어도 안 죽이고 연약한 여자를 보호하려는 책임
감에 불타는 남학생들은 괜히 여자들 옆에 끼어 있다가 질투심에 불타는 할배에게 열심히 죽는다.
3. 날으는 할배의 개고생- 복수에 불타는 쌀집아저씨를 만나다!
우리의 날으는 할배는 처음엔 표창도 던지고 철문도 뜯어내는 괴력도 보여주지만 쌀집아저씨의 아들을 납치하는
바람에 그만 무서운 쌀집아저씨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쌀집아저씨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영화 초반부에 서
부터 알 수 있다. 원래 할배의 신출귀몰하는 능력상 아이 하나 납치하는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런데 할배는 워낙
쌀집아저씨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쌀집아저씨 땅에서는 날개가 자주 펴지지 않는다. 그래서 햇볕이 쨍쨍내리쬐는
오후에 아이 하나 납치하려고 십자가에서 허수아비인양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몇시간 동안 땀을 뻘뻘흘리면서
기다린다. 아이가 쌀집아저씨를 부를까봐 두려워 아이를 지켜보다가 움찔하고 고개를 홱 돌리는 귀여운 모습도
보여준다. 결국엔 쌀집아저씨가 달려오는데 아이는 울부짖고 왜 이렇게 날개는 안 펴지는지 모르겠다. 에라 모르
겠다 싶어서 일단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결국엔 날아간다. 그러나 할배의 결정적인 실수. 쌀집아저씨가 결코 호락
호락하지 않다는 것. 쌀집아저씨는 복수에 불타는 일념으로 날으는 할배와 단독으로 맞짱뜨기 위해 일부러 경찰
도 부르지 않는다. 그리고 날으는 할배를 잡기 위해 순수 가정제조 하이테크 무기인 공기펌프 작살을 발명하기에
이른다. 날으는 할배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기가 먹이감으로 점찍어 놓았다가 한번 놓친 삼룡이를 이번에
또 놓아주고 쌀집아저씨를 향해 과감히 돌진한다. 그랬다가 우습게 본 작살에 찔려 하늘을 우왕좌왕 마치 하늘에 서 연이 바람에 날리듯이 왔다갔다 하고
나무에 피해있던 낭자는 쌀집아저씨의 밤하늘의 연날리기 놀이를 두려움반, 호기심 반으로 지켜 본다. 저건 마치
한국특집 다큐 <연>에서 보았던 장면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쌀집아저씨의 작살 연날리기 놀이에 두번이나
희생양이 된 날으는 할배는 치욕을 씻기위해 슈퍼맨처럼 저공비행을 하여 다른 먹이감을 되쫓는다. 그러나 브레
이크 장치가 안 되는 바람에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다리와 팔을 잘리고 만다. 날으는 할배의 고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불구자의 몸으로 열심히 점프하여 쇠돌이와 마지막 목조르기싸움을 하지만 거기 또다시 우리의 쌀집아저
씨가 나타날 줄이야. 그다음 부터는 날으는 할배가 너무 불쌍해서 더이상 글을 못쓰겠다.
아마도 2편이 인기가 많으면 3편도 제작될 것 같은데 거기선 날으는 할배가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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