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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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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30 오전 3:2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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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많이추워졌습니다..감기항상조심하세요^^ -당신을항상지켜보는이가-]
쌀쌀해진 오후 갑자기 오랜만에(?) 핸드폰이 진동했다. 도저히 나한테 올 수 없는 문자가 와 있었다. 어랏? 누가 날 지켜본다고? 어쩐지 미져리틱(?)하기도 한 문자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다. 약간 설레이기도 했던 게 사실이고. 괜시리 좋아진 기분으로 항상 그랬듯이 혼자서 극장을 찾았다. 생전 처음으로 시사회 당첨된 이 영화를 사정상 선배에게 넘겨주고 배아파하던 차에 개봉하면 꼭 보겠노라 다짐했었기에 . . .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에 관한 기사를 올 3월에 처음 보고 내용이 신선한 것 같아서 원작 [밑줄 긋는 남자]를 읽었다. 영화 전체의 스토리나 내러티브 구조는 이미 어느 정도 파악하고 영화를 봤던 것이다. 이미 귀여운 반전(?)에 대한 기대를 포기했기에 오히려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설정이 바뀐 부분이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그대로 살아있다. 오히려, 바뀐 설정으로 인해 원작에서는 볼 수 없던 미장센이 돋보였던 것 같다. 이쁜 화면 만들기는 CF감독 출신답게, 나이와는 무관하게, 원숙함을 보여주었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를 따뜻하게 만든 건 현채역을 맡은 배두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얼빵한 표정을 지어도 귀여워 보이는 이 독특한 배우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와의 조우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배두나의 연기의 장점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전작 [플란다스의 개]나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에서 크게 뻗어가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한계에 속해 있는 것은 꿋꿋하게 소화한다. 배두나가 맡았던 영화의 캐릭터는 왠만하면 다른 배우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꼭 어떤 배우만 어울릴 수 있는 개성적인 캐릭터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배우에겐 가장 큰 축복일 듯 싶다. 반대로, [연애소설]에서 극중 차태현의 동생으로 나왔던 문근영의 짝사랑 상대로 별 대사 없이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김남진은 이 영화에서 완전히 깨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의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동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뜬금없이 흘리는 느끼한 웃음 앞에 할 말을 잃었을 뿐. (솔직히, 김남진 팬들이 들으면 무척이나 화날만한 멘트이지만 그렇게 보였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두 배우의 그림은 이상하게도 어울려 보였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의 영화이긴 하지만, 살짝살짝 빗겨가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다. 누가 그랬던가?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만한 영화라고. 혹시 소개팅에서 만난 서먹서먹한 두 남녀가 보기에 딱이라고. 전적으로 동감한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니까. 내 느낌으로 전체 러닝타임의 반 이상을 음악이 함께 하는 영화는 뮤지컬 영화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 음악이 감정을 풍부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테고, 귀에 거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부조화의 느낌은 들지 않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 이 예쁜 영화를 나는 또 혼자 봤다. 영화는 혼자 보는 것이 참맛이라고 자부했지만,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아는 후배 두 커플 때문에 괜시리 기분이 우울해진다. 영화가 괜찮았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 . . 영화를 보고 또 하나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현채가 착각했던 것처럼 오늘 나한테 온 문자가 반드시 나에게 온 문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잘못 보낼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ㅡㅡ;;
[날씨가많이추워졌습니다..감기항상조심하세요^^ -당신을항상지켜보는이가-]
하긴, 날 항상 지켜보는 이는 아무리 유추를 해보려 해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결국, 해피한 상상은 영화를 보면서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즐거운 영화를 보고 이렇게 우울한 기분. . .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 참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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