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아삭아삭하고 상큼한 사과같아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라는 긴 제목을 접하고 깜찍한 표정에 버거울 정도로 듬직한 곰을 껴안은 모습이나 자신의 마음조차 짐작할 수 없는 혼란을 살짝 비춘 커다란 사탕을 빨고 있는 배두나의 포스터를 본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영화의 내용을 짐작했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 그저 그런 로맨틱 코메디겠군..' 라고..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은 이것은 그저 그런 로맨킥 코메디가 아니라 색다른 색채를 가미한 후 관객의 가슴을 따뜻하게 꼬집는 독특한 로맨틱 드라마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봄날의 곰..'은 무엇보다 처음 장면부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70년대 외국의 흑백사진처럼 사물을 확대시켜 동작에 촛점을 맞춘다. 연필깍는 모습이나 책장을 넘기는 모습은 분명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손짓같은데 결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면 감독의 재미난 상상력이 발휘될 것 같아 처음부터 관객은 인내심있게 그 다음을 기대해 본다.
어느날 도서관에서 빌려본 화집에 사랑을 고백한 메모를 발견하고 여자주인공은 그 흔적을 찾아 다음 화집에 손을 뻗고 그 기다림은 호기심으로 바뀌고 어느새 두근거리는 가슴설레임은 첫사랑의 그림자를 짙게 배어들게 한다. 그리고 만나자는 짧은 메모 속에 여자는 마냥 행복해하고 상대에 대한 어렴풋한 잔상을 찾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는 누구일까?
영화는 스리러물처럼 진행되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냐'가 결코 아니다. 신기하게도 영화가 추구하는 것은 범인에 대한 무구한 상상력이 아니라 여자주인공이 그로 인해 느끼는 평범한 사적 감정이다. 무뚝뚝한 여자가 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건네는 사랑은 소설속이나 영화처럼 감상적이거나 애뜻하지 않다. 상대에 대한 호기심을 쌓아가지만 그것은 평범한 일상속에 사로잡혀 단지 짧게 끝나는 감종의 소모라는 것을 깨닫은 듯 여자 주인공의 상상력과 감정은 관객의 폭속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는다.
즉 여자주인공의 상상력은 결코 현실적이지 않게 진행되어 사랑속에 함몰한 여자이기보다 그 상황을 즐기고 행복해 하는 그저그런 여자같다. 바로 현실감이 없는데도 그 상상력과 일상속을 헤집어 보면 감상적인 사랑이 아니라 현실적인 우리네 사랑처럼 되돌아가는 것이다. 리얼리즘이 없지만 마치 리얼리즘이 있는 영화같다고 할까? 상상해봐라. 만약 당신이 보이지 않는 상대가 구애를 해 온다면 당신의 상상력이 현실적일 수 있을까? 더 과대 포장되어 일상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상상을 하고 그 느낌에 사로잡혀 그 상대조차 가끔 잃어버리지 않을까?
그리고 그 완성은 여자 주인공의 몫이었다. 솔직히 여자 주인공에 대한 기대는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배두나가 아니라면 과연 어울렸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딱이다. 상큼하고 아삭거리는 채소처럼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미소짓는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을 자가 있을까?
더우기 영상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마치 환상적인 나라속에 갇힌자처럼 여기저기 불쑥 튀어나오는 비현실적인 장면들은 관객을 충분히 미소짓게 만들고 커다른 웃을 터뜨리게 한다.
그리고 조연 배우들의 결합도 재미있었다. 영화 내내 어떤 배우도 튀지 않아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을 방해하지 않고 그 개성또한 다들 뛰어나서 배우가 한마디 뱉을 때 마다 관객은 충분한 공감을 얻는다.
그리고 감독의 취향또한 나쁘지 않는다. 처음 영화가 모티브가 된 봄날의 곰이 춤추는 모습이나 나중에 몇 그림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평범하면서도 색달라 관객의 미적 감감을 살짝 거드린다.
또한 하나포스나. 메가포스를 만든 cf 감독이라 감각적인 면만 추구할 지 알았는데 감각과 평범함을 잘 조화시킨 것 같다.
한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잠깐씩 어긋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옳지 않은 답쪽으로 줄을 그은 것처럼 몇몇 장면은 관객의 의아심을 사로잡는데 솔직히 그또한 관객은 눈감아 줄 정도로 영화는 재미나다.
하옇든 요즘 나온 한국영화 중에는 그래도 볼만한 영화라고 얘기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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