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유령] 제작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 우리나라에서 잠수함 영화가 가능할지 의심스러웠습니다. 허리우드산 수많은 잠수함 영화에 익숙해져있는 관객의 눈에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해도 어이없는 영화로 보일 거 안 봐도 그림이었죠. 다른 사람에겐 어땠을지 모르지만 극장에서 만난 [유령]은 저에게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이번엔 [내츄럴 시티] 소식이 들렸습니다. 이번엔 어느 미래의 SF물이라고 하더군요. ‘우아~~ --;;; 대단하네~’ 싶었습니다. 그 뒤로 잊을 만하면 한번씩 눈에 띄던 [내츄럴 시티] 소식... 과연 개봉은 하는지 의심스러워할 즈음 드디어 시사회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린에 펼쳐진 [내츄럴 시티]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저런 화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모든 이들의 피땀이 눈에 보이더군요. 미래의 도시 풍경과 전투씬 뿐만이 아니라 장면 구석구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노력한 기색이 역력했으니까요. 왜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나오지 못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았습니다. 허리우드 영화에 비해 멀었다고 뭐라고 하는 분도 있었지만... [천사몽]이나 [아 유 레디?]를 떠올려보신다면 이 영화의 화면이 결코 쉽게 볼 수 없다는 제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물론 여러 가지 제반사항이 다른데 이런 비교를 한다는 건 좀 무리가 있지만요.
그러나...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스토리가 문제더군요. 초반부터 어느 정도까지는 스토리의 개연성과 상호 연관성을 따라가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앞 뒤 사정 다 빼고 결과만 이야기해주는 걸 멍하니 듣고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요? 10부작쯤 되는 줄거리를 영화 한편에 정리해놓은 듯 축약에 축약을 거듭하다보니 인물 사이에 쌓인 감정의 고리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관객은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더군요. 영화는 관객을 위한, 관객과 함께 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아무리 멋진 비주얼이라도 이야기가 마음에 남지 않는다면 공허할 따름이죠.
좀 깬다는 생각이 든 부분 중에 하나는 ‘죽여야 한다. 그래도... 사랑은 시작된다.’ 카피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이야기와 너무 엇나간다는 점 때문입니다.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 제 잘못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이래저래 작업기간이 너무 길다보니 나타난 폐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건 많고 한정된 시간은 목을 죄고... 그래도 [내츄럴 시티]를 아껴주고 싶은 이유는 고집이든 뚝심이든 감독의 강단 때문입니다. 그러기 쉽지 않은 게 요즘의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언젠가는...’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을 겁니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수식어 대신 다음 영화에서는 이야기꾼인 민병천 감독의 모습을 만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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