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흥행에 크게 성공한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은 다시금 우리나라 공포영화의 재미를 국내 영화팬들에게 각인 시켜 주었다.그리고 조용히 제작되어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낸 박기형 감독의 신작 [아카시아]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공포영화일 것이다.당시 상당항 흥행과 더불어 현재까지도 연이어 제작중인 [여고괴담]으로 잘 알려진 박기형 감독이 [비밀]의 흥행참패 이후 3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우리나라 여배우의 맏언니로 무려 5년이란 공백을 깨고 스크린에 컴백한 심혜진의 출연은 공포영화가 주는 호기심 만큼이나 관객들에게 반가움으로 다가올 것이다.여고에 대대로 내려오는 괴담을 소재로 하여 신선하고 충격적인 공포를 선보인 박기형 감독은 이번 영화 [아카시아]는 제목처럼 아카시아 나무를 소재로 한 가족에 얽힌 비극을 소재로 새로운 공포를 연출하고 있다.오랜 시간동안 박기형 감독의 신작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 [아카시아]가 주는 공포는 역시나 박기형 감독만의 색깔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가 되어 줄 것이다.
직물공예사인 미숙과 산부인과 의사인 도일은 결혼 10년차의 부부이다.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부부이지만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고,고심 끝에 진성 이라는 한 남자아이를 입양 하게 된다.유난히 나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집 앞의 아카시아 나무를 아끼는 진성은 어둡고 우울해 보이지만 미숙과 도일에게 점차 가까워 지게 된다.영화 [아카시아]는 입양한 아들과 화목한 부부의 모습을 차분히 보여주면서 그 가족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과 비밀을 드러내기 시작한다.[여고괴담]에서도 여러 캐릭터 간의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춘 박기형 감독은 [아카시아]에서도 역시 그러한 특징을 보여준다.생각치도 못한 임신으로 아이를 가지게 된 미숙과 도일은 진성에 대해 조금씩 소홀해 지고,그런 진성은 또다시 예전처럼 비뚤어져 가기 시작한다.예전처럼 변해가는 진성의 모습에 점차 과민해 져가는 부부와 어느 비 오는날 진성의 가출과 함께 미숙과 도일 주변에서는 이상하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박기형 감독의 [아카시아]는 전형적인 한국 공포영화의 틀을 보여준다.행복한 가정에 입양한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러워 보이는 남자아이와 그 아이의 알수 없는 행동들,그리고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 공포와 뒤늦게 알게 되는 비극들 모두가 우리나라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틀이다.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이 그랬듯이 [아카시아] 역시 차근차근 사건을 전개하고, 뒤로 가서는 가슴 아픈 사연을 보여주는 다소 진부한 스토리 이지만 그런 진부한 공포가 오히려 관객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박기형 감독만의 연출력이 돋보인다.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귀신이나 혼령을 등장 시키지 않고, 설득력 없이 당황하게 만드는 공포스러운 장면을 만들지 않고서도 관객들의 심리와 상상력을 최대한 자극 시키는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공포를 선보이는 것이다.갑자기 사라진 진성과 함께 점차 과민해져 가는 두 부부와 몇년만에 다시 잎이 돋아난 아카시아 나무,그리고 아카시아 나무와 관련된 끔찍한 일들..이 모든 사건들을 지켜 보면서 관객들은 점점 궁금증을 더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아카시아]에서 돋보이는 것은 바로 여러 캐릭터와 결론이 만들어 가는 관계이다.[아카시아]는 어느 한 인물에 집중하여 전개되는 공포영화가 아니다.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미스테리 해져 가는 미숙이란 캐릭터와 왠지 모를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남편 도일,그리고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진성,그런 진성을 지켜 보는 미숙의 시아버지와 진성의 단짝 민지라는 소녀까지 이 인물들이 각자 만들어 내는 비밀스러움과 공포감이 바로 영화 [아카시아]의 공포를 새롭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관객들의 심리를 적절히 자극할 줄 아는 스토리와 한 가족과 아카시아 나무라는 독특한 소재가 주는 신선한 공포가 바로 영화 [아카시아]를 진부함 속에서도 색다른 공포를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특히 [아카시아]는 박기형 감독의 3년만의 신작이라는 점과 함께 우리나라의 간판 여배우 심혜진의 5년만의 스크린 컴백작이라는 점으로도 많은 기대를 모으게 했다.그래서일까 [아카시아]에서 보여준 심혜진의 연기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오랫동안 좀처럼 연기로써 모습을 드러 내지 않았던 심혜진은 이번 [아카시아]에서 미숙이란 다소 복잡한 캐릭터를 깔끔하게 연기해 내고 있다.한 아이의 엄마로써 집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들과 공포의 중심이 되는 미숙이란 캐릭터를 연기한 심혜진의 연기는 영화 [아카시아]의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 시켜준다.그리고 영화내내 무뚝뚝한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로 비밀에 가려져 있는듯한 진성을 연기한 아역 문우빈의 연기나 연극배우 출신으로 영화에서는 신인인 김진근의 연기는 다소 경직되어 있는듯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각각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고 있다.
가족을 소재로 한 공포는 다소 식상한 느낌으로 와닿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아카시아]는 그런 가족이라는 소재를 아카시아 나무와 연결 시키면서 색다른 공포를 보여주고 있으며 박기형 감독만의 전형적인 스릴러를 만나볼 수 있는 영화이다.무섭게 분장한 귀신의 모습이나 자나치게 억지스러운 스토리로 관객들에게 과장된 공포를 선사하기 보다는 가족에 얽힌 사연과 인물들 간의 진실과 거짓을 통해 밝혀 지는 비밀들로써 관객들의 심리를 조여 오는 공포가 바로 영화 [아카시아]가 가지는 차별성인 것이다.감독과 배우 모두 오랜만에 선보이는 영화인만큼 그들을 기다려 온 관객들에겐 꽤나 반가운 영화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