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극열풍이 대단하다..얼마전 다모폐인이라는 서포터들까지 탄생시키며 시청률을 좌지우지했던 다모에 이어서 그 후속작 대장금이 그 바톤을 이어받으며 나름대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최근 사극영화 두편으로 그 분위기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듯 하다..그 두편은 스캔들과 황산벌인데..여기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스캔들이 되겠다..
글쎄다..이 영화는 제작시부터 말이 참 많았다..배용준..드라마에서 흰 치아를 살짝 드러내며 쪼개는 그의 멋진 미소로 무장한 럭셔리하고 젠틀한 이미지에 쓰러진 여성팬들에게 그의 캐스팅은 화제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첫영화진출..그것도 사극..거기에 지난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바람둥이라..더욱이 예전 영화에서 각각 나름대로의 노출을 감행한 이미숙과 전도연의 동반 출연에서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어떤 야릇한 기운은 그러한 의아함을 증폭시켰다..
어찌되었건 그 스캔들의 현장을 차분히 지켜본 결과는..
이 영화는 리메이크작이다..원작인 위험한 관계는 사랑보다 위험한 유혹이라는 또다른 리메이크작을 탄생시켰던 전례가 있는 영화이고..그렇다면 스캔들은 과연 원작에서 어떠한 차별성에 주안점을 두었을까..
솔직히 내용은 예전 영화들과 거의 흡사하다해도 틀린말이 없어 보인다..하지만 시대적 배경이 원작과의 차별성을 유도해나간다..
어린애들도 한두번은 들어봤을 법한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이 구절은 과거 유교를 중시하는 조선시대의 이성관계를 훤히 보여주는 가장 간단한 설명이다..물론 오늘날에는 촌스러운 과거의 부질없는 덕목으로 취급당할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시대적 배경에 서양적인 이성적 관계를 대입시킨다면..물론 아무리 그렇게 엄격한 사회였다 할지라도 분명 보이지 않는 비리(?)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발칙한 상상은 할 수 있을테다..먼 고려시대의 고려가요중에도 남녀상열지사라 하여 조선의 유학자들이 멸시한 쌍화점같은 작품도 있었으니..하지만 그러한 상상이 실제로 뽀록나 버린다면 그것만큼 당황스러운 스캔들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우리 관객들에게 유교사회의 고상한 조상님들께서 문란한 취미를 즐기셨다는 이야기의 설정 자체가 상당히 충격적이지 않을까..그리고 그러함이 원작과는 다른 심오한 차별성을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영화에서 느껴지는 맛은 조선후기 양반들의 풍속의 진솔한 재현에 있다..
그 시대의 맛을 절절하게 느껴지게 하는 세트와 인물들의 복장..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세한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은 듯한 풍속의 묘사가 이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물론 남녀간의 은밀한 만남이나 교제를 말하는 것을 풍속이라 함은 아니겠다..
말그대로 미장셴이 탄탄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예전의 장화홍련에서도 증명되었지만 영화의 탄탄한 미장셴은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것만이 아닌 영화가 어필하고자 하는 분위기의 형성에 이바지를 한다..그런 면에서 스캔들은 상당히 분위기를 살릴 줄 아는 탄탄한 미장셴이 탁월해 보인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이영화를 걸출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이다..배용준의 연기는 지난날 TV브라운관을 통해 형성된 이미지로 먹고사는 배우라는 오명을 쳐부술만한 그것이었다..그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오만하고 매력적인 조원역은 그가 연기변신을 꾀한게 아니라 지난날 그의 연기가 모두 진짜 연기가 아니었나 싶은 느낌이 들정도로 어울렸다..또한 우리나라에서 두번씩이나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한 전도연의 연기도 적절해보였다..물론 그녀의 노출이 나름대로 걸출한 그녀의 연기보다 앞서 주목받는건 쫌 아쉬울 따름이지만..
스캔들은 터져야 제맛이다..터지지 않는 스캔들은 스캔들이 아니다..그런 의미에서 우리 조상들의 고상한 면모뒤에 가려진 야릿한 취미를 까발린 스캔들은 알게모르게 보는이에게 살짝 야비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재미를 지니게 한다..
영화의 자막너머로 다시 펼쳐진 짤막한 풍경에서 스캔들은 계속됨을 알 수 있다..흘러오는 전통처럼..스캔들도 흘러내려오는 것인 법..물론 영화의 속편이 제작될 거라는 이야기라고 이해한 사람이 있으리란 걱정은 안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