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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츄럴 시티]시적 내러티브로 그려낸 3일간의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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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츄럴 시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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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gu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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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1 오전 10:0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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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내러티브로 그려낸 3일간의 사랑 - <내츄럴시티>"내 기억 속엔 R이 제일 많아"(리아)
영화 <내츄럴시티>(제작 조우엔터테인먼트, 감독 민병천)는 우울한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경찰 R(유지태)이 3일이란 유통 기한만 남은 춤추는 사이보그 리아(서린)와 슬프고도 아름다운 빛깔의 사랑을 그려냈다.
3일간의 러브스토리, <내츄럴시티>의 총 지휘를 맡은 민 감독은 생명(유통기한)을 연장하려는 사이보그들과 기계문명, 영원성으로 대표되는 자연의 무한한 사랑을 대조하여 2003년 한국영화에서 'SF멜로' 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 동안 개봉되었던 한국영화에서 보이는 화려한 비주얼은 물론, 아름다운 색감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전투경찰과 강력한 통제시스템에 의해 통치되는 브라운 톤의 2080년 미래에 전투경찰 요원 R은 폐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사이보그 리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와 함께 푸른바다와 파란 하늘이 놓인 가상 홀로그램 세계에 접속하는 일이 잦다.
영화의 초반부와 대단원에 등장하는 이 곳은 우주왕복선 무요가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두 연인만이 존재하는 무요가의 풍경은 국내 고전소설 <구운몽>에 등장하는 동양의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한다. 발달한 기계문명으로 인간성이 상실되어 버린 미래에 R과 함께 무요가에 온 리아의 사랑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다.
살아있는게 뭐라고 생각해? 리아 너와 함께 있는거, 그게 아니면 나의 삶엔 의미도 의심도 없다 그러기에 사는거고, 살아내는것 뿐일테니
그래서 그랬을까, 감독은 '<내츄럴 시티>의 R과 리아의 사랑이 보다 내츄럴한 사랑이 아닐까'하고 말한다. 필자 역시 이 영화의 사랑이 일회성을 버리고 내츄럴한 사랑을 갈구하는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은 아닐지.. 한 없이 슬프고 아름다운 민 감독 특유의 오마쥬라 할까. 감독의 말처럼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등의 오마쥬를 차용했다'지만 절제된 서정성으로 표현한 민 감독 특유의 오마쥬라고 부를 수 있겠다.
오래 전부터 웹사이트의 블로그나 주간지 등을 통해 영화의 정적이고 깨끗한 내러티브를 접해 왔는데, 실제 영화 속에서 웅성거리는 대사나 역동적인 사건 속에 묻혀 리아나 R의 내러티브를 통해 기억되는 대사나 카피는 많지 않았다. 편집 과정 중에 40분의 촬영분이 삭제되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보다 집중을 못한 것일 수도..
얼마 전 개봉된 SF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처럼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스토리난 사건의 개연성 부재에 대해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감독은 사이보그 리아나 그녀를 사랑하는 R에게 더이상 기존 멜로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맡기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른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과 <타락천사>이다. 이들 영화를 보는 듯한 내러티브와 영상을 통해 직접적인 개연성이나 소도구 없이 음악,영상 그리고 매우 건조하고 정적인 리아와 R 두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내츄럴 시티>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 초반부와 리아의 대사는 시적인 내러티브를 느끼게 하고, 결말부에 흐르는 음악은 아주 오래된 듯한 친숙함으로 보는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잊혀지기 위해 어쩌면 사람을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이 든 적이 있다. 내가 리아에게서 완전히 잊혀질만큼, 리아가 이런 기억을 불러일으키기 귀찮아질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줘.
전작 <유령>에서도 깊고 푸른 심해의 영상 속에 일어나는 긴박감을 묘사한 민 감독의 스타일이 이번 영화에서는 매우 역동적인 이야기 배경과 R의 친구이자 경찰팀장 노마(윤찬), 시온(이재은), 사이포(정두홍) 등 동적인 주변인물 속에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정적이고 건조하게 연출했다.
특히, <공각기동대> <원더풀데이즈>에서 익히 봤던 이 영화의 사회배경은 종 차별이 심하며 사이보그와 함께 인간은 페허더미에서 생활을 하고 한낱 생명 연장의 껍데기로 역할 밖에 하지 못하는 피지배층으로 나타난다. 지나친 권력욕과 쾌락주의에 빠진 미래 인간 종말론적 모습이라면 좀 지나칠까.. 주인공 R의 정체성 뿐 아니라 종(種)으로서 인간의 정체성을 묻는 대목이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한국의 기술력으로 장르(SF) 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원더풀 데이즈>의 영상과 갖가지 비평들이 떠오른다. <내츄럴시티> 역시 <원더풀 데이즈>와 마찬가지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감독의 방식이 너무 작가주의적인 건 아닌지, 그래서 관객들에게 어떠한 코드로 접근해 나갈 것인지 또한, 관객은 그 코드를 어떻게 이해하게 될지 궁금하다.
만약,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랑이 있다면 R처럼 할 수 있을까. 체제를 무너뜨리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몸부림치며 그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분노하는 R의 모습.. 페기일이 얼마 남지 않은 리아에게 춤출 수 있게 푸른 바닷 속으로 뛰어든 바닷속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다. 물의 영원성을 통해 한정된 리아의 수명과 둘의 사랑을 연장시키려는 R의 사랑은 매우 아름답다.
이 여자가 어찌되든, 리아만 계속 내곁에 있어준다면,
"다른 모습의 리아, 다른 모습의 리아..."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어. 그녀의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혼더빙을 수백번 수만번 해서라도,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리아와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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