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도 참 말이 많다.. 왜 이렇게 말이 많은가.. 말이 많은 영화는 항상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영화라 글을 쓰고 싶다.. 본인과 다른 생각이라고 너무 구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만의 영화생각이지 않은가.. 헤헤..^-^)
우선 비쥬얼적인 부분부터 얘기하고 싶다.. 솔직히 처음장면부터 놀라웠다.. 사이보그들이 폐기처분되는.. 그 정도 영상을 보여준 영화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는가? 신기하지 않았는가?
미래 세계의 도시들이 어색했는가? 난 신기할 정도로 영화 자체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라.. R과 리아가 오토바이타는 장면.. 물속에서 수영하는 장면.. 빗속을 뛰어다니는 장면.. 그리고 여신상 근처에서 꽃잎들이 날리는 장면까지.. 어디서 본듯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몽환적인 장면을 잘 표현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공들인 노력이 눈에 보였다..
마지막 결정타.. 액션장면.. 전에도 말했지만.. 외국 영화는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세세히 볼 수 있는 슬로우 모션을 많이 쓰지만.. 우리나라는 생동감이 넘치는 패스트 모션을 많이 쓴다.. (패스트 모션.. 물론 내가 지어낸 말이다..ㅎㅎ) 근데 이 영화는 패스트 모션 때는 뼈 으스러지는 소리를 넣어서 더욱 실감이 나는데다가.. (딱 CGV 정가운데에서 봤다.. 정말 실감나더라..) 싸이퍼와 R이 싸울 때면 슬로우 모션을 써주는 적절한 배치까지.. 특히 처음 둘이 만나서 총을 쏘는 장면은 정말 멋있었다..
그다음 내용적인 부분.. 내가 요새 보는 영화 중에 짜증나는 부분이 무엇이냐면.. 결말이 너무 뻔한 영화들이 나온다는거다.. (솔직히 로맨틱 코메디는 다 그렇지만.. 그중에는 결말에 다가가는 과정이 재미있는 것도 있다..)
특히, SF나 추리, 스릴러같은 종류의 영화들의 결말이 보이는데.. 오차없이 거기에 다가가는걸 보면 보다가 답답해진다..
그런데.. 솔직하게 물어본다.. 이 영화 결말을 미리 예상하였는가? 어떻게 보면 결말이라기보다.. 닥터 지로의 생각을 눈치챘는가? (조금 스포일러가 되려 한다.. 죄송..)
그런 결말을 관객에게 숨길 수 있다는 것도 맘에 들었고.. 미래 사회에 대해 그런 식의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맘에 들었다..
그리고 R과 리아의 사랑이야기가 약하다는 분들이 있던데.. 감독은 이 영화를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사랑의 시작이나 절정이 아니라 끝을 앞둔 이야기라고 했다..
게다가 인간과 사이보그가 만연하는.. 서로 인간적인 감정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미래 사회에서.. 그들의 사랑은 그 정도로만 표현해주는게 가장 적절했다고 본다..
그 이상을 보여줬다면.. 더 애틋했을까? 이 영화가 더 애틋하기를 바랬는가? 그들의 사랑은.. 같이 있을 때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 그리고 R의 노력, 가상현실, 무요가.. 이런 것들로 충분히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은 멜로에서 보여주는 억지 눈물짜내기가 아니라.. 무미건조한 사회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방식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내용 연결이 어색했는가? 너무나 자연스러웠는데.. 누군가 물어봤다.. 왜 마지막에 R이 리아를 놔두고 갔는가.. 시놉시스를 보면 알겠지만.. 노마는 R의 어릴적부터 같이 자라온 친구다.. 친구가 남을거란 생각을 가장 먼저 한게 R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리아가 춤을 추고 싶다고 한다.. 자기는 춤추는 사이보그이니까.. R은 MP로써의 역할을 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한때 최고의 MP였으니까..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 "유지태"씨.. "이재은"씨.. "정두홍"씨..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 같다.. 분위기에 잘 맞혀 들어간듯.. 이 셋보다 내 눈에 더 보였던건..
노마역의 "윤 찬"씨..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커지는 비중.. 특히 마지막에 죽을 때.. R에게 웃어보이려고 한 부분.. 그러면서 R이 중얼대는 부분.. 여기가 제일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리아역의 "서 린"씨.. 어디서 나온 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이보그로써의 감정 절제를 잘 표현했다.. 마지막에 시온이 리아에게 가서 기댈 때.. 리아의 눈을 잘봐라.. 디지털로 합성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눈 하나 안떨리고 참 잘 버텼다..^-^a..
자.. 이제 결론이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어보니 "내츄럴 씨티"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왠지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처럼 알바글이 많다고 얘기되는게 싫어서.. 그래도 영화평 자주 올리는 내가 한마디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주제넘은 짓인지는 알지만.. 영화가 재미없었다고 생각하시는 글에 반대해서 쓰다보니.. 칭찬만 해놨다..ㅋㅋ)
나두 몇가지는 불만이 있었다..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영상을 죄다 표현하다보니.. 영화가 늘어져 조금 지루할 때도 있었고.. 뉴컴사에서의 자폭 시간 길이는 조금 오바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차라리 10분 남은거 말고 30분 남은걸로 했으면..) 또 여성이 좀 비하된 부분도 있고.. 영화 자체가 남성 중심이라.. 여성분들이 큰 재미를 못 느끼실 수도 있을거 같았다..
하지만 SF영화가 별로 없는 우리나라라는 특성과 헐리우드만큼 많지 않은 비용으로.. 이정도 비쥬얼과 이정도 내용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나라 SF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봐도 무방할것 같다.. (원더풀 데이즈..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라면 원더풀 데이즈보단 이 영화가 우리나라 SF의 시작이라고 보고 싶다..)
강추 정도는 아니고..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추천해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SF의 시작으로써..
ps. 누군가.. 오마쥬와 표절에 대해서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그건 그 정도 얘기하셨으면 된것 같다..
이제 이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이 어느 영화의 어느 부분과 비슷하다.. 이 정도 말했으면.. 그 뒤에는 보는 관객들의 몫인 것 같다.. 그런 장면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볼 사람들은 볼거구.. 안볼 사람은 보라고 해도 안본다..
표절이냐 오마쥬냐를 따지는건.. 음악에서 샘플링이냐.. 표절이냐를 따지듯 끝이 나지 않는 얘기이다..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총 0명 참여)
감사..^-^
2003-10-07
09:32
내가 원하던 글이다 욕만하는 글때문에 영화를 보고자하는 사람들두 등을 돌려서 넘 아쉽다. 나두 그럴뻔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