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tillus
|
2003-09-23 오후 11:37:30 |
781 |
[3] |
|
|
인형들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삭막한 미래의 도시에서 저마다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자신의 존재가 불법으로 생겨났건 국가를 위해 태어났건 그런 평이한 사실은 중요치 않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그토록 원했던 마지막 하나의 꿈을 위해서 그들은 달콤한 미소조차 느낄 수 없는 그 사막의 도시에서 오늘도 견디어 낸다.
남부럽지 않았던 최고의 mp자리를 내버리며, 자신만의 인생철학에 몰두하기 시작한 R은 불법 사이보그를 척결해야 하는 자신의 신분에 실증을 드러낸다. 그리고 절대 사랑해선 안될 여자 아니, 여자의 모습을 한 사이보그 리아를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버린다. 몸은 인간이고, 메카라인 시티라는 도시를 위해 받쳐야 하는 mp신분이지만, 자유의 날개를 퍼덕이며, 그곳으로부터의 마음속 탈출을 감행한다. 사랑을 하고 싶어서.. 진정함이 흐르는 인간적인 삶을 원해서.. 그 옛날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희망을 갈구하며 오늘을 지새우고, 내일을 기다린다. 그러기에 그의 모습은 도시에서는 인정받지 못할지라도 슬프지만 은은한 행복의 기운이 엿보인다. 비록 그 행복의 결과가 눈물이라는 결정체로 나타나겠지만, 그 눈물에 이의를 제기할 자 없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의 인형은 인간들이 사이보그를 그렇게 부르는 말이지만, 도시의 꼭두각시로만 움직이고 생활해야하는 mp들에게 더 적합한 말이 아닐까?! R과는 옛 친구와 동료이자 현재는 mp의 상관으로 있는 노마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해 도시를 사이보그의 습격으로부터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명령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그의 신분이 오히려 더 인형같이 보여 지는 이유이다. 또한 그들이 사이보그를 인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자신들의 삶과 인생에 대한 언어로써의 표출이다.
<내츄럴 시티>는 한국영화의 또 한번의 시험대 또는 기회가 된다는 것은 만인이 알고 있는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또한 한번의 시험대만으로 넘어 갈 것이냐, 이번의 기회를 확실히 잡고 딛고 일어설 것이냐의 문제는 관객의 선택만이 좌지우지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물론 이번에야말로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수치의 수익을 창출해 낸다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실패해도 상관없다. 이때까지 얼마든지 실패의 쓴잔을 맛봤기 때문에 실패가 두렵진 않다. 언젠가 수십억, 수백억이 든 블록버스터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국영화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이름이 알려질 때, 그때는 오래전에 수많은 실패를 발판삼아 여기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멀지 않았음을 믿는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도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또 바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상상했던 그 모습대로 변할 수도 있고, 삼국을 통일했던 사마염을 비롯한 중국의 역사 속 수많은 황제처럼 지구가 한 무리(or 사람)의 힘으로 통일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내부의 분열 또는 외부의 힘에 의해 멸망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살고 있는 일반 평민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의 미래나 별반 다르지 않게 진행될 것이다. 부유한 자들은 여전히 떵떵거리며 살 것이고, 가난한 자들은 하루하루의 배고픔을 이겨내며 버텨나갈 것이다. 점점 더 사라지기만 하고, 희미해지기만 하는 희망을 갈구하며 쉽게 삶을 포기 할 수 없는 단 한가지의 이유는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지만 소중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인간과 사랑을 나눌 수 없는 불법 사이보그임임을 알면서도 끝까지 R을 기다렸던 리아처럼, 목숨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그 인형의 마음속엔 R을 향한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 기다림의 끝은 슬픈 운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지만, 더 이상의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삶이라는 물기 하나 없이 바짝 마른 무미건조한 사막 가운데 그 온갖 피폐를 다 이겨내고 한 떨기의 작은 꽃이 피어났으니 그것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름, 단 한가지의 유일한 소망.. 바로 사랑이다.
<도망자>로부터..
www.onreview.co.krㅡ온리뷰
|
|
|
1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