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작품성과 흥행에서 모두 실패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에 대한 불신은 이제 관객들로 하여금 한국영화를 대함에 있어 의구심부터 가지도록 만들게 했다.어마어마한 제작비 마저도 아깝게 만든 여러 블록버스터들의 연이은 실패는 언제나 관객들의 기대감만 한껏 부풀렸을뿐 기대치에 부응한 적은 몇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럴것이다.그런 우려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내츄럴 시티] 또한 기대감 보다는 의구심이 더 앞선던 것도 사실이다.그래서일까 제작초부터 완성된 지금까지 시끌벅적한 홍보나 이슈 없이 개봉하는 [내츄럴 시티]는 의외의 만족감으로 다가오게 해준다.[거울 속으로] 이후 연이어 2편의 신작을 준비했던 유지태와 [노랑머리]로 연기력을 인정 받은 이재은,[로드 무비]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 서린,그리고 신인연기자 윤찬이 보여주는 SF 블록버스터 [내츄럴 시티]는 오랜 제작기간과 많은 자본을 들인 값어치를 충분히 해주고 있다.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라는 점은 [내츄럴 시티]를 더욱 반갑게 만드는 이유 이기도 하다.
2080년 미래세계의 서울,황폐해진 도시는 인간과 사이보그들이 서로 섞여 살아 가고 있다.부족한 노동력을 위해 노동자로써 사용되는 사이보그들은 유효기간이 지나면 죽게 되는 일회용이다.그러한 사이보그 여자 "리아"를 사랑하는 남자 "R"은 불량 사이보그 처리반이다.그가 사랑하는 리아를 위해 불법으로 사이보그를 복제하려는 "R"은 리아와 유전자가 같은 인간 "시온"을 찾게 된다.[내츄럴 시티]는 그 홍보문구처럼 바탕에 가슴 아픈 사랑이라는 가슴 찡한 사연을 담고 있다.인간과 사이보그의 사랑이라는 다소 뻔한 소재를 사용함에도 [내츄럴 시티]는 많은 특수효과와 액션들로 색다른 재미를 준다.사실 이런 요소들이 [내츄럴 시티]에서 보여 주는 극중 R 과 리아의 사랑에 설득력을 떨어 뜨리고, 늘어지는 전개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도록 해주기도 한다.뿐만 아니라 둘의 가슴 아픈 사랑을 내세우는 반면에 영화 속에서는 "노마"와 "R" 이라는 두 친구의 우정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그 속에서는 또다른 복잡한 음모가 있고,한 인간여자 "시온"을 둘러 싼 대립까지 등장 함으로써 영화는 다소 난잡하고 산만하게 전개되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내츄럴 시티]는 오랜 기간동안 비밀리에 붙여진 제작과정이 말해 주듯 화려하고 멋진 특수효과를 확실하게 보여 주지만 그러한 화면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들지 못한 스토리는 역시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앞에서도 여러번 언급했지만 [내츄럴 시티]는 그 어떤 한국영화나 헐리웃 영화 못지 않은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CG 와 특수효과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에게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황폐해진 미래세계와 사이보그,그리고 많은 액션씬은 [내츄럴 시티]가 보여주는 최고의 볼거리 이기도 하다.지금까지의 우리나라 SF영화들이 어설프고 부자연스러운 화면으로 실망스러 웠던 것에 비해 [내츄럴 시티]는 오랜 제작기간이 말해 주듯이 세련되고 화려한 특수효과들을 보여 주고 있다.무엇보다 전작인 [유령]에서 보여 주었던 민병천 감독의 SF 연출력은 다시 한번 그 가능성을 확인 시켜 주고 있다.[유령]이 흥행에서는 실패 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기에 그의 차기작 [내츄럴 시티]는 SF 라는 장르만으로 내심 기대를 걸도록 만들었다.그리고 오랫동안 감춰져 있다가 조용히 그 모습을 드러낸 [내츄럴 시티]는 민병천 감독의 전작보다 훨씬 화려하고 깔끔한 특수효과 기술로써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어떤 SF 영화던지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그만큼 SF 영화 속 캐릭터는 배우들에게 많은것을 요구 하는 것이기도 하다.그래서일까 [내츄럴 시티]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는 다소 실망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오랜 공백을 깨고 내리 3편의 신작으로 스크린에 컴백한 유지태나 신인배우 윤찬의 연기는 시종일관 경직된 표정과 지나치게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운 대사처리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준다.앞에서처럼 다소 늘어지고 지루한 스토리와 함께 개성없고 딱딱하기만 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영화를 더욱 난잡하게만 할 뿐이었다.별다른 대사 없이 나래이션으로만 등장하는 리아 라던지 이렇다할 설명도 없이 등장해서 싸우기만 하는 싸이퍼등의 캐릭터가 그런 예이기도 하다."리아" 라는 신비하고 묘한 캐릭터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서린 이나 화끈하지만 연약한 인간 시온을 연기한 이재은이 돋보였지만 아쉽게도 그 캐릭터를 영화 속에서 잘 살려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그렇지만 [내츄럴 시티]는 주연 보다 조연들이 오히려 영화의 재미를 살려주기도 한다.신구와 김을동 같은 중견 연기자들의 출연은 무게감 없고 난잡하기만 한 스토리 속에서 그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물론 SF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이 가지는 한계점 일테지만, [내츄럴 시티]는 너무도 멋진 화면들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를 하나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점에 그 실망감이 더 큰것이다.
[내츄럴 시티]는 상당히 오랜만에 만난 우리나라 SF 영화라는 점과 항상 실망만 안겨 주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반가운 등장이라는 점이 시선을 끌게 한다.그런 점에서 [내츄럴 시티]가 보여주는 깔끔하고 멋진 화면들은 충분히 합격점을 주고 싶다.그리고 오랜 시간과 자본을 투자한 만큼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함으로써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대한 불신들도 해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그렇지만 아쉽게도 가슴 찡한 로맨스나 친구의 우정,그리고 액션등 어느 하나도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한 감독의 욕심은 조금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그렇지만 [내츄럴 시티]는 보는내내 우리나라 영화의 기술적 발전에 박수를 치게끔 만들어 줄것이다.[내츄럴 시티]는 관객들에게 많은 볼거리와 함께 한국영화에 대한 또다른 과제를 슬며시 건네 주게끔 하는 그런 영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