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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혼자서도 잘 해요.. 이퀼리브리엄
kharismania 2003-09-10 오전 3:01:18 762   [2]
 매트릭스가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얻을 수 있었던 건..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의 창조를 통해 현실세계의 외면적인 허세에 눌려 내면적인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는 현대인의 풍조를 철학적이면서도 은유적인 방식을 통한 메세지의 전달..불릿타임기법 등을 통한 독창적이면서도 스타일리쉬한 방식의 액션을 통한 비쥬얼..이러한 멀티플레이를 탁월하게 성공시킬 수 있었음이다..

 이러한 매트릭스의 아성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듯이 요즘 등장하는 영화가 있으니..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이라는 제목부터 현란한 이 영화는 매트릭스는 잊어라..란 식의 광고문구를 내걸며 관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과연 적절한 자신감일지..과도한 오만함일지..그 뚜껑을 열어본 내용물은?

 감정의 통제..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사고(思考)의 영역이다..인간은 사고를 통해서 이런저런 삶에서의 지혜를 얻어내며 육체적인 열등감을 딛고 세상의 지배자로써 군림하고 있다..그리고 그러한 사고의 한축을 차지하는 감정이라는 매체는 인간에게 나름대로의 판단력에 개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감정은 인간의 판단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다..감정의 발현에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가치관을 발견하며 자신의 사고력을 판단한다..그러한 감정은 때론 개개인의 삶에서의 행복에 이바지하지만 불행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감정을 통제한다..인간에게 기쁨이나 즐거움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슬픔과 고통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그리고 분노와 노여움은 폭력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러한 폭력의 확대는 전쟁으로 실현되기도 한다..

 그러한 불행의 자초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 리브리아에서는 프로지움이라는 물약의 일정한 투약으로써 인간의 감정상태를 지운다..실을 지우기 위해서 득을 버리는 안정상태로써 인간에게 또다른 득을 창출한다..또한 그러한 감정을 유발할만한 물건들은 보는 즉시 처분한다..태워버림으로써 한줌의 재로 만들어버린다..감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모나리자의 미소따위는 의미없는 쓰레기일 뿐이다..

 그러나 그에 맞서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사람들..리브리아의 정부에서 일컬어 말하는 반군의 저항도 생긴다..물약의 투약은 스스로가 하는 일인만큼 스스로가 그에 상응하지 않는다면 되는 법이니까..하지만 이러한 반군들을 제압하는 클레릭들의 활약에 그러한 법은 유지된다..마치 매트릭스를 사수하는 요원들처럼..

 어찌되었건 이러한 영화의 설정에서 마치 대한민국의 70~80년대 독재정권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국가발전을 내걸며 국민의 사생활과 개인권을 짓밟던 그 독재정권과 유신헌법체제하에서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국민들의 모습..안정상태의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감정의 자유를 억압하는 리브리아에서의 반군들의 저항과 비슷하지 않은가..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지 않는 발전과 평화는 행복하지 못함을 이 영화에서는 보여준다..차라리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인간으로써의 삶이 안정과 평화로 위장한 껍데기같은 삶보다 살만한 것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새로운 스토리 설정과 소재의 독특함에서 이영화의 미덕을 찾아볼 수 있다..그러나 그러한 미덕을 풀어헤치는 스토리의 미약함은 다소 아쉬움이라 볼 수 있다..진행되어 가는 이야기사이사이의 작은 공백들은 영화의 신선함을 반감시키는 오점이다..

 비쥬얼적인 면에서 배경과 미래도시의 구조적 측면은 그다지 흠잡을 곳은 없어보였다..또한 총을 이용한 액션에서도 나름대로 새롭고 신선함이 느껴졌다..기존의 총을 이용한 영화에서와 달리 이영화에서는 마치 검법을 하듯이 건(Gun)법을 펼친다..동작에서의 스피디함과 독특함이 꽤나 새롭고 신선해보인다..특히 총사령관과 프레스턴의 막판 대결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허나 그러한 신선한 액션에 긴장감이 없다..너무나도 막강한 주인공 존 프레스턴의 혼자서도 잘해요식의 천하무적실력은 관객에게 신선함을 오히려 허무맹랑함으로 둔갑시켜버린다..

 또한 결말부분에서의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전개는 영화에서 차근차근 유지해 나가려던 진지함과 화려함의 미덕을 한꺼번에 무너뜨려버리는 허무함이 느껴진다..마치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이 엉켜있던 매듭을 너무나도 허무하게 싹둑 잘라버리는 듯 하다고나 할까..

 어찌되었건 영화의 초반과 종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적어도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입시키기 위해서는 유종의 미가 필요하다..그러나 이영화는 그러한 유종의 미를 살리지 못했음이 아쉽다..

 매트릭스의 전설은 아직 유효하다..다만 그러한 아성에 빌붙어서 잠시 눈길을 끌어보려는 책략은 오히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반감시켜버리는 무덤이 될 수 있다..예고편에서 느껴지는 기대감을 지니고 극장을 찾아가는 것 또한 위험한 방법이 될지 모른다..그 기대감이 배신을 하는 순간 그 기대감의 크기만큼이나 괴로워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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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퀼리브리엄(2002, Equilibrium)
제작사 : Dimension Films, Blue Tulip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수입사 : (주)태원엔터테인먼트 / 공식홈페이지 : http://www.equ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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