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할리우드의 간판을 내건 영화를 많이 보았다..할리우드 에서는 지구상의 어떤 공간도 척척 만들어내어 그 안에서 다른 세상을 필름안에 담아낸다..
그러다보니 정작 다른 곳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쏟아내는 그곳에는 그곳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거의 드물다..
그런데 할리우드의 살인사건을 보여주는 영화가 나온다라면..살인사건은 어디에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어찌보면 그냥 그런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지만..그곳이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라면..역설적인 발상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말그대로 할리우드 살인사건(Hollywood Homicide)이라는 제목 그대로 말이다..
살인사건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왠지 범인과 형사간의 치열한 두뇌싸움과 각박한 심리전..그리고 쫓고 쫓기는 쓰릴넘치는 추격전을 예상할 법한 관객에게 이영화는 배신을 때린다..
능숙하게 사격판의 표적에 주요부분에 구멍을 새기는 갤비언형사(해리슨 포드 역)..그러나 그 옆에서 사격판의 여백에 구멍을 장식하는 캘든형사(조쉬 하트넷 역)..둘은 파트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형사..나름대로 중년의 세월동안 여러 범인에게 수갑선물을 했을듯한 능구렁이같은 갤비언과 아직은 초짜의 티가 풀풀 나는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는 갤든은 나름대로 불협화음의 완벽한 팀플레이를 펼친다..
이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두 인물의 코믹한 캐릭터다..나름대로 중후하고 멋진 영웅의 이미지에 길들여진 해리슨 포드와 지적이고 고상해보이는 이미지의 조쉬 하트넷의 코믹한 캐릭터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재미를 주는 중점에 서있다..
갤비언은 형사이지만 부동산 중개업자이기도 하다..수사시에 조사를 하는 동안에도 부업에 관련된 흥정을 벌이기 일쑤다..갤든은 형사이지만 배우가 되기를 원하고 여자를 건지기 위해 요가를 가르치기도 하는 선수(?)다..범인을 쫓는 과정의 진지함에서 발생하는 그들의 깨는 코믹연기가 웃음을 부른다..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의 배경은 할리우드다..영화공단이라고 불려도 좋을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다른 곳에서 치열한 자동차 추격신을 벌이며 이곳저곳을 때려부수는 영화를 만들지만 정작 할리우드는 안전하다..그런 그곳에서 범인과의 치열한 추격을 벌이며 길거리를 난장판을 만든다면..별것아닌듯 하지만 그러한 상황설정이 흥미롭다..
범인을 쫓는 상황에서 헬기를 통해 그 상황을 쫓는 방송국 카메라는 어찌보면 영화를 찍는 카메라와 흡사해보인다..범인을 쫓는 그 상황은 영화가 된다..말 그대로 할리우드의 살인사건은 영화제목이 된다..할리우드에서 일어나는 일은 할리우드의 영화가 된다..단순하지만 역설적인 기막힌 발상이 아닌가..
만약 할리우드에서 진짜 살인사건이 일어나 그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그건 말 그대로 사실이 된다..사실이 카메라에 담겨 필름으로 제작되면 그건 영화가 된다..그 설정된 상황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영화에서는 범인을 때려눕히는 히어로보다는 그저그런 형사들의 일상이 나온다..범인을 쫓는 것보다는 주택매매에 신경쓰는 갤비언과 언제든지 기회만 오면 형사를 때려치우고 배우가 되길 원하는 갤든의 아기자기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웃음이 이영화의 또다른 재미다..
그러나 그들은 형사다..범인을 쫓을 때는 나름대로의 자기 본연의 투철한 직업정신을 지닌다..재미있는 건 갤비언이 형사라는 이름을 걸고 범인을 추격하기 위해 차를 뺏어타려다가 주인에게 퇴짜를 맞고 결국 자전거를 타고 범인을 쫓는 모습은 정말 유쾌했다..그간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였던 경찰배찌의 위력이 정작 할리우드에서는 물먹는다니..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해리슨 포드와 조쉬 하트넷..배우의 연기변신..이런 말은 그 배우들이 지닌 이미지의 뿌리가 얼마나 깊이 내렸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그만큼 이 영화에서 그들은 깬다..그리고 그덕분에 즐겁다..
스토리가 독특하다거나 흠잡을 곳 없이 탄탄하다 말할 수는 없지만..그래도 상황의 설정이 재미있다..배우들의 연기도 재미있고..정말 말도 안된다며 열변을 토할만한 모순도 보이지는 않으니까 그다지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오히려 현실적인 삶에서 고뇌(?)하는 그들의 모습이 정겨웠다고나 할까..나름대로 인간적인 통쾌함도 느껴지고..
미국에서는 6월쯤에 이영화가 개봉되었고 박스오피스 5위에 잠깐 머무른뒤 사라졌다고 한다..글쎄다..우리나라에서도 그다지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이름값있는 배우들의 적절한 연기에 한번 웃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뒷담화>시사회 도중 갑자기 스크린이 꺼지는 일이 발생했다..태어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처음 벌어진 일이라서 상당히 신기했다..⌒⌒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