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요 구여운 아가씨가 누구였던가? 옆집.. 으례히 동네 번화가 오밀조밀 구멍가게(?)들이 모여있을 만한 그래, 그 옆에나 살포 시 있음직한 물망초라는 다방, 그 레지 아가씨? 어랏! 근데 왠 쫌생이 곰팡이냄새 폴폴 날 릴것만 같은 히스테리주의자 작가냐?
그 주변의 총총히 야멸차게 채워진 주변인들은 재쳐두고서라두 요 변두리같은 두 인물들이 뭘 하는거지? 그래, 어쩌면 80년대를 풍미했던 지금의 아자씨, 아줌마들이나 주의를 기울일만한 캐릭터들일 것이야. 어쩌면, 향수 어릴 수 있지 않어? 어찌보면 작금의 시골 뒷구석 다방행태들를 상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근데 그게 다가 아니면 어쩌지? 그림만 봐서는 둘이서 뭣 땜시 아웅다웅하면서 꼼시락 거리 는지 모르겠네? 아니 그다지 흥미거리가 되어 주지도 못할거 같은데....
봄바람 맞기 전의 본인의 생각이고 그것이었다. 그런데 맛있다. 또한 맛난다. 다방커피 아니냐구? 아니다. 발랄한 킨사이다, 그 톡톡 튐에 자판커피 한 모금 뒤섞은 듯 함이랄까? 글쎄, 본인은 군대있을때도 다방은 커녕 주변 구멍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가기 싫었으니까. 늙은이들이나 가서 시간 진탕질이나 하는 곳이라 치부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촌스럽지 않은가? 어디 갈 데가 없어 다방이더냐? 하지만 거두절미하고, 방금 내가 본 물망초의 화정이, 아니 쫌생이 닭갈비같은 곰팽이 작가 네 이층집 세들어 사는 아가씨, 그 화정의, 쌉쌀하니 얇지만 짙고 담백한 입술과 그 커다란 두 눈망울에 입맞추고 싶어진다. 더우기 가능하다면 그녀와의 끝없는 동화같은 수다마저도 은근히 행복하겠다. 전혀 텁텁해보이지 않은, 유쾌한 사랑방으로 분한 물망초 소파에 마주 앉아.
두 눈 동그라하니 머슥할 정도로 바라보며, 또르륵 굴러드는 목소리로 그녀는 말을 건넨다. '아죠씨, 저는요 동물의 왕국을 매주 빠트리지 않고 보거든요?" 마치 작정이나 한 듯, 백치스런 도발인양 톡톡 튀는, 해박하진 않지만 연애소설같은 공상과 동물얘기를 끝없이 주절이는 그녀, 화정에게 동물과 왕국과, 동물원, 그리고 공상은 기다림의 대상에 대한 회한이자, 여린 기억 의 실낫 같은 동아줄인 거다. 자기것만 아는 쫌생이 작가 선국은 자기를 꽁꽁 묶어 죄며, 그 것을 줄기기도 하며, 세상을 자기식대로 조롱하는 전근대주의적 남자다. 애초에 환경과 태생과 생각이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한, 각 자의 세상이 심드렁하게 일상을 그리지만 그것이 그들과 그 주변에 양념으로써 배어나기도 한다. 어줍지 않은 선국의 작가 라는 친구들, 화정과 그 일파들, 모두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을 그렇고 그런, 아주 일상적 군 상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만나서 코믹을 이룬다. 그래서 그렇저렇 잼나고 웃긴다. 군대 군대 폭소적 요소만을 보면 그렇다. 어쩌면 무언가 모자랄 것도, 바닥이 금방 드러나 버릴 것 같은 분위기지만, 그 안에 아리하 게 흘러드는 봄바람스런 드라마가 잔잔히 선을 그려간다. 그리고 그 선이 어우러지듯 자유롭다. 한가롭기도 하고 따스하기도 하고, 때론 어눌하기도, 어정쩡하기도 하다. 잘못하면 너무 늘어나다 질축해진 고무줄이나, 우왁스럽게 잡아당기다 보면 뚝 끊어질 실타 래기마냥 불안한 선이, 아닌 듯 하면서도 살그머니 화정과 선국을 죄고 있던 시간들을 풀어낸다.
난 이 영화의 매력과 미덕을, 복선과의 꼬임을 염두하지 않은 이러한 선과 곡선의 자유로움 이라 표현하길 원한다. 소재와 구도로 봐서도 이렇게 보여질 수 도,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야릇한 만족감 같은 거 말이다. 허기에 지쳐 든든함을 찾는다면 이 영화를 보지 말라. 당신의 배고픈 속은 기다리다 못해 위산을 토해내고 꾸룩거리며 짜증내 할 수도 있을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밥될 만한 거 좀 찾아먹고 난 뒤, 디저트로써 봄바람을 맞아보길 바란다. 디저트치고는 좀 싸구려틱하고 낭만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말이다.
극장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나온 본인은 냉큼 뽑아낸 자판커피 한 잔에 맛나게 담배 한 대 섞어 물고 어둑해진 잔 여름 밤 공기를 들이킨다. 잰 걸음으로 떠다니던 오늘, 도시의 매연 도 그다지 짜증스럽지만은 않구나. 호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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