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몇 십 년의 침묵을 깨고 탄생시킨 '인어공주'를 볼때만도 그 발전된 CG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는데... (심지어 차기작인 '미녀와야수'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까지 올랐었다.)
그 이후 스톱모션에니메이션, 페이퍼에니메이션, 3D입체에니메이션.. 그 뒤를 이어 클레이에니메이션까지 나오더니.. 이제는 실루엣에니메이션이다..
이 기법은 빛이 투과되는 배경 위에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인형들을 올려놓고 조금씩 움직임을 바꾸어가며 한 프레임씩 따로 촬영, 이를 영사함으로써 움직임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어떻게 보면 빛과 그림자만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가장 원초적인 제작방식일지 모르나 기본적으로 모든 사물이 조명과 실루엣만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다양한 빛의 색감과 섬세한 라인을 살려.. 사물이 움직일 때의 부드러운 동선을 아름답게 부각시키는 방법이라 하겠다..
그래서일까... 다소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표현방식 탓일까... 극중 등장하는 인물들은 영화의 제목처럼 공주나 왕자.. 또는 여왕, 마녀 등의 고귀한 신분들이다..
평소 현실 속에서는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인물들과.. 상상으로만 가능한 시대를 등장시켜 그 신비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래서 영화는 형식의 단조로움에서 오는(오로지 검은색의 그림자같은 실루엣뿐이니..) 지루함을 탈피함과 동시에..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려는 의도에서.. 짤막짤막한 6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전개된다...
마법에 걸린 공주를 구하기 위한 착한 왕자의 순수하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 이집트시대의 여왕과 사심없는 순진한 무화과 소년의 이야기... 뛰어난 지략과 학식으로 자신의 성을 굳건히 지켜내는 마녀와 친절한 청년의 사랑이야기.. 3000년대 미래의 잔인한 여왕과 이 여왕의 얼은 마음을 녹여내는 새조련사의 사랑... 1900년대 말 일본의 화가의 그림을 배경으로 한 노파와 어리숙한 도둑의 가운에 얽힌 사건... 허영심많은 공주와 왕자의 역할바꾸기 이야기..
이렇게 6개의 짧은 이야기를 각각에 맞는 상황과 배경을 곁들여 보여준다...
단조로운 주인공들의 실루엣은 간간히 섞여있는 화려한 배경들과 어우러져 더 빛을 발하고... 또 그 내용들은 고귀해보이는 배경과는 달리 유머러스하여.. 뜻밖의 웃음을 유발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