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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해저드(biohazard). 사전적인 의미로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취급할 때 생기는 감염재해이며, 우리에게는 동명의 게임이 있어서 이 단어가 익숙하다. 연구중이던 바이러스가 새어나가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는 설정은, 사회적인 이슈로서 뿐만아니라 영화에도 아주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재탕(게임인 '바이오 해저드'를 영화로 리메이크한 '레지던트 이블'이 나온바 있었기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소재를 '트레인 스포팅'의 감독인 대니보일은 감각적인 영상과 특유의 빠른 템포로 색다른 공포를 선사하는 작품이 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영장류 연구소에 괴한들이 침입하고 그들에 의해서 갇혔던 침팬지들이 풀려나는데, 그 침팬지들은 바로 '분노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것. 이름도 괴상한 바이러스의 정체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아니 밝히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다만 바이러스의 봉인이 깨어진지 28일이 지나고 어느 병원에서 깨어난 짐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오랜만에 눈을 떠 바라본 세상은 황량하기 이를데없고, 거리에는 시체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자신을 쫓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을뿐이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떨어져 있는 섬나라 영국은 전염병이 퍼졌을때 완전히 고립되어 비감염자마저 희망을 져버리게 만드는 공간으로 변하는것이다. 짐은 우여곡절끝에 자신과 같은 비감염자들을 만나고 안전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여행의 종착지 역시 그들의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하는데..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영상이라 할만 하다. 기름을 쫘악 뺀듯 담백함을 넘어서 새하얗게 메마른 화면들과 마치 기계소리가 날듯 삐걱대며 움직이는 카메라, 자연의 색을 배재한 듯한 흑백에 가까운 영상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띄워준다. 감염자들의 시선을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컷들은 나 자신이 미친개에라도 쫓기는 듯한 긴박감을 준다. 마약을 하는 청년(이완 맥그리거)이 정신없이 뛰는 씬으로 유명한 영화의 감독이 보여주는 영상이니 어련하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기 있는법. 영화를 보고 있으면 주인공이 죽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영화의 줄거리는 탁트인 거리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감염과 비감염, 생존과 죽음를 오가며 위기일발의 상황들을 넘겨가며 해피엔딩으로 향하는 줄거리는 너무도 쉽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내가 느낀것은 하나의 악보가 지휘자의 개성과 능력에 따라서 천차만별 달라지듯이 영화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비슷한 내용을 보여준 '레지던트 이블'에서 느꼈었던 세련된 MTV 적인 공포 그리고, 약간의 유치함과 '28일후'의 바싹마른 영상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감독의 차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후자에 한표를 던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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