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보고 또 돌이켜 생각해봐도 이 영화는 '스필만'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조롱하기 위해 만든 영화 같군요.
평론가들은 위대한 음악가 스필만이 자신의 자서전을 담담하게 써서 영화도 담담하게 그렸다고 했지만, 아무리봐도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을 은근슬쩍 비난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을 도와준 친구로부터 반전운동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거절했는지. 안락한 쉼터에 그냥 머물기를 바랬는지. 굶어죽어도 싸움은 못한다는 지극히 '선비'적인 그런 모습만 보이는건지. 전쟁이 끝난 후 자신이 언제 그렇게 짐승같은 생활을 했냐는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었을지....
스필만이 전쟁후 어떤 일을 했는지 전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그만한 위치에 있었다면, 분명히 무언가 했어야 합니다. 전쟁 중이든, 전쟁 후든... 그냥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만 남아 일신의 안락만 구하려 해서는 안될겁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암울한 시대에 행동하지 않으면서 그 시대가 지난 후 위대한 음악가로 존경받으며 평생 살 수 있었다는것.. 암울한 시대의 지식인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