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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푸른공간>“착한 영화를 보고 실망하기”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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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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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무수한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을, 게다가 지극히 착하디 착한 정서로 일관하는 영화를 보고 실망하는 것은 만든 사람에게도 그렇겠지만 보는 사람에게도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전화국 엔지니어인 영우(유오성)는 고아로 외롭게 자란 탓에, 성실한 직장생활을 하지만 그다지 사교적이지는 않다. 유일한 식구인 알퐁소와 별을 바라보는 것이 그의 생활에 온기를 더해줄 뿐이다. 그런 그가 조심스레 다가가려 하는 이는 같은 동네의 수의사 수연(박진희). 그러나 언제나 사랑엔 오해가 따르기 마련이고, 사랑이 시작될 것 같았던 그녀에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버림받은 느낌의 영우는 외지고도 외진 소백산 전화국 중계소로 지원해서 떠난다. 그 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사랑의 기적은..
아~ 나의 감수성이 이리도 디지털화 되어 있었던가? 충분히 감동적일거라고 자신해 마지 않는 영화 <별>을 보면서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은 순간, 잠시 잠깐 나의 감수성이 너무 메말라버린건 아닌지 의심했었다. 그러나 생명이 위태로운 스크린의 누군가를 보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게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나는 비겁하게도 이제 이 영화가 왜 감동적이지 않은걸까 의심에 찬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중반정도까지 착한 정서의 영화적 색깔을 무난히 유지하며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슬며시 유쾌하던 <별>은 그러나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러니까 마치 불후의 명작 <러브스토리>처럼, 눈밭에서 영우와의 유쾌한 장난씬을 연출하던 수연이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면서부터, 약간의 당황스러움으로 시작되는 어이없음을 느끼게한다. 그렇게 눈밭에서 신나고 즐겁고 사랑스럽게 설핏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다가 하필이면 그런 사고라니, 기대 혹은 예상을 심하게 벗어난 상태에서 느껴지는 심리 상태는 시쳇말로 정말 “깬다”라고 밖에는 설명할 재간이 없다. 물론, 그런 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은 세상 어느 법에도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정서적 충격을 먹어서인지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착한 정서만으로 호의적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진부하고 작위적이다.
눈과 어깨에서 힘을 빼고 소극적이면서도 항상 착하게 살아서 손해보는 영우를 연기하는 유오성의 모습을 보는 것은 반갑다. 그 동안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진정한 캐릭터 배우로 자리매김해왔던 유오성에게서 강하지 않으면서 힘주지 않은 연기를 보는 것은 예전에 순진하고도 강직한 매니저로 나왔던 드라마 이후로 아마도 거의 최초가 아닐까싶다. 그러나 영우와 수연의 화학작용은 너무도 미미해서 멜로영화로써의 감흥을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오히려 여기서 빛을 발하는 배우는 엔딩 크레딧에 우정출연으로 이름이 오른 공형진이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공형진의 연기는 사람냄새를 물씬 풍기는 살아있는 캐릭터를 완성한다. 소백산 중계소에 미리 배치 되 있던 직원 역을 맡아 자칫 지루하고 쳐진다 싶을 때마다 등장하는 공형진은 관객으로서 한 배우가 자신만의 세계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쁨을 안겨준다. 맙소사, “이보다 더 유쾌할 순 없는” 공형진의 연기는 가히 어느 경지에 이른듯하다. 너무도 유쾌해서 <별>의 전반적인 영화적 색깔을 헤깔리게 할 정도로. 비록 전체적으로는 다소 튀는 감이 있긴 하지만 캐릭터 자체만으로 보면 정말 발군이다.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가 될 수도 있었을 <별>은 그렇게 한 번 심하게 흔들린 다음부터는 중심을 잃어버린 아쉬운 영화가 되어버렸다. 인생을 살아갈 때에, 착한 친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마냥 착하기만 한 친구에게는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지기 마련이고 조금은 영악한 친구도 필요한 법이다. 착한 친구의 장점을 한 눈에 알아보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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