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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포 콜럼바인]<도망자>그렇다면 한국은?! 볼링 포 콜럼바인
tillus 2003-04-25 오후 11:41:56 1027   [5]
 <볼링 포 콜럼바인>을 보면 이때까지는 잘 몰랐던 미국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최근에 미국에 대한 나쁜감정까시 섞여 전례없는 통쾌한 기분까지 맛볼 수 있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인들을 엄청난 겁쟁이라고 말하며 왜 겁쟁이인지 아주 자세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피로 쓰여진 역사라고 많은 사람들은 알고있는데, 그 피의 역사 이면에는 정말 인간이 저질렀다고는 볼 수 없는 파렴치한 만행들이 밑바탕에 쫘악 깔려있다. (아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파렴치한 만행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미국을 한껏 조롱한다. 이때까지의 기분은 미국을 상대로 한방의 통쾌한 펀치를 날린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가며 영화를 보기 시작한 후부터는 그다지 별로 좋지 않는 감정만 쌓여갔다. 미국과 한국을 서로 비교 했다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모순덩어리의 일부분 일수도 있겠지만, 미국과 또는 미국인들과 판이하게 다르지 않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내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영화가 말하는 것처럼 미국인들은 겁쟁이 일수도 있다. 그래서 총기 소지를 허락하게 되었고, 여러민족이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다른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 갈등을 겪고 사사로운 의견충돌이 총기난사라는 비극으로 표출될 수 있겠다. 이해가 전혀 안가는 바는 아니지만, 이웃나라 캐나다와 비교를 함으로써 미국인들을 적나라하게 조롱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 한편만에 의거하여 "미국은 겁쟁이 나라야" 라고 조롱하는 한국인이 생겨나는 것에는 찬성하기가 싫다. 물론 미국의 행위는 피해받은 민족에게 조롱받아 마땅하고 심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사랑하기에 (혹은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싶기에...) 한국인들까지 그 그룹에 합류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요, 'x뭍은 놈 겨 뭍은놈을 나무라는 격'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의 인구는 대략 2억 8천이요, 세계 거의 모든 민족이 서로 얽혀사는 복합민족국가다. 그리고 총기 소지가 허락된 나라다. 그리고 한국의 인구는 넉넉히 잡아서 5천만이요, 단일민족국가라고 자부하는 나라이고, 총기소지는 꿈도 못꾸는 나라다. 헌데, 이 세상에 총기소지를 금지하는 국가에서 총기사고가 나는 나라가 한국말고 또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도 1년에 한두건 정도는 총기때문에 난리 아닌 난리를 겪는다. 그렇다면 만약에 한국인들에게 총기소지를 허락해 준다면...?! (과장된 말이지만) 아마도 10년내로 이 민족은 모두 몰살될 것이다. 형제의 얼굴에 이웃의 얼굴에 총구를 들이대지나 않았으면 정말 다행일 것이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각박하다.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문을 열어놓고 탁 트인 환경에서 지내는가? 그것도 역시 아니다. 좁디 좁은 땅덩어리에 도시권 과밀집중현상으로 인해 숨막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2중3중으로 문들을 꼭꼭 잠궈놓는다. 커텐까지 2중3중이다. 그것이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수많은 침략으로 인해서 생겨버린 습관인지는 모르겠으나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된건 미국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제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 누가 이사오고 이사 가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나와 내 가족들 뿐이며, 누군가가 자신의 가정에 침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이기적이다.
 사회 생활에 있어서도 공존공생은 이제 옛 말이 되었다. 어렸을적 부터 학교생활에서 누군가를 이겨야.. 누군가를 짓누르고 올라서야 인정을 받는 사회가 되어버렸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나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이익만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래서 어떤 한 종목의 장사나 일이 잘된다고 하면 싸그리 그쪽으로 몰려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은...?! 선택(?)받은 몇집만 살아남고, 거의 다 파멸의 길로 들어선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스포츠의 승부의 세계처럼 냉혹하기만 하다.
 영화를 보면서 미국의 못되먹은 행위와 미국인의 겁많은 모습보다는 오히려 캐나다의 생활모습에 더욱 눈길이 갔다. 미국의 바로 곁에 있는 이웃나라이면서 겉모습은 미국과 정말 닮아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너무나도 틀리다는 것에 놀라웠을 따름이다. 문을 잠가놓을 필요가 없고, 총을 무서워 할 필요가 없고, 사람들을 경계할 필요가 없다. 그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빈부의 격차가 적다는 것이다. 한국의 중산층 이상되는 캐나다의 빈민가의 모습, 서로 돕고사는 것을 매우 당연시 하는 캐나다 국민들의 모습에 감회가 새로웠다. (캐나다 국민이야 말록 돈의 뜻을 분명히 알고 있는듯 하다.) 물론 캐나다에서도 사람들간의 문제시 되는 것은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런 믿음이 넘치는 생활모습이 한없이 그리워진다.

 <볼링 포 콜럼바인>을 보고 미국을 욕할 필요도.. 부시를 겁쟁이라고 놀릴 필요도 없다. 그들은 그냥 미국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집합체일뿐이다. 우리는 그런 미국을 뒤따르지만 않으면 된다. 미국을 그렇게 혐오하고, 적대시하지만, 미국이 헛기침만 한번 하면 바로 놀라 몸을 움추리는 한국.. 우린 겁쟁이가 절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일본에게 승리하고 북한을 저지했지만, 그때부터 몰려들어와 지금까지 쪄들어있는 미국의 문화를 이제는 찌든때, 묵은때 벗겨내듯이 훌훌 벗겨내고고 싶다. 더불어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도 같이 딸려 보낸다면 원이 없겠다.

<도망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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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포 콜럼바인(2002, Bowling for Columbine)
제작사 : Alliance Atlantis Communications, Dog Eat Dog Films, United Broadcasting Inc., Salter Street Films International / 배급사 : 스폰지
수입사 : 스폰지 / 공식홈페이지 : http://www.bowlingforcolumb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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