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평하기 전에 한가지 궁금한게 있다. 두사람이 사랑을 하긴 했나? 영화를 보는 내내 공희지가 김현준을 쫓아다니고, 김현준이 공희지의 착한 면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봤는데, 두 사람이 사랑을 느꼈느냐는 것이다. 나는 못느꼈다. 극 초반에 공희지가 김현준에 필이 꽂힌것은 결국 외모였고, 자기입으로 말하듯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김현준을 공희지는 포기하지 않는다. 갯벌개발을 포기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게됬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여전히 첫눈에 뿅간 그남자의 모습에 빠져있을 뿐이다. 결국 상관없는 시민들을 볼모로 생명을 걸고 한 남자를 잡았다. 그게 그리 좋나?
이 영화는 오로지 장나라의 캐릭터에만 의존하는 영화다. 물론 거의 모든 영화가 주인공에 의존하는 영화니 그게 흠이 될순 없다. 오히려 그 주인공이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니 좋은 말 일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런 영화의 중요한 함정은 그 주인공이 얼마나 극을 이끌어주느냐다.
[오! 해피데이]에서 공희지역의 장나라의 연기는 오바의 극치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오바버전이라고 해도 될만큼 그녀는 사정없이 망가지고 비틀어지는 연기를 보여준다. 예쁜 이십대의 연기자가 치질연기까지 한다는 것은 그만한 열정이라 할수 있겠지. 문제는 그게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웃기지도 않고, 보는 내내 거북했다. '공희지'라는 캐릭터는 변태와 스토커를 짬뽕한 사람이다. 물론 영화내내 그녀가 얼마나 의리있고 착한 일을 하는 지 끈질기게 설명함으로써 그런 면을 감추려 한다. 그래도 그녀의 행동은 잘생긴 놈을 향한 끊임없는 구걸에 가깝다. '김현준'역의 '박정철' 또한 오바를 한다. 표정연기에서부터 연기행동까지 장나라의 템포에 맞춰 오바를 한다. 두 남여주인공의 말도안되는 오바에 영화 보는 내내 짜증이 났다. 그나마 볼만한 것은 조연인 '김수미' 정도...
시트콤 출신이라는 감독은 그저 자잘한 에피소드를 나열함으로써 극을 이끌어가려고 한다. 그렇지만 영화라는 것은 드라마가 제대로 된 상황에서 에피소드가 나와야 극이 재미가 있는 것이다. 제대로된 줄거리도 없으면서 에피소드만 나열하니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흐름이 끊기고 다시 다른 에피소드로 넘어간다. 그러다가 갑자기 둘이 갑자기 결혼한다.
사랑하는 딸의 사랑을 위해 가족들과 친구들이 나선다고 선전하지만, 이건 사이코 집안의 한 킹카 붙잡기일 뿐이다. 자신들의 목적한 바를 위해서라면 길을 막고 공공시설과 경찰까지 이용하는 공희지가족의 캐릭터는 납득할 수가 없다. 나라면 그런 사이코같은 집안과는 상종을 안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순결주의'와 '학벌주의' 등을 짬뽕시켜 놓았던 저질 코메디 [가문의 영광]의 명랑소녀 버전밖에 되지 않았다. 그거나 이거나 가족들이 나서서 어떻게 하면 괜찮은 놈을 하나 가족을 엮어놓을까 고민하는 저질영화로 끝을 맺는다.
물론, 영화보는 동안 웃으며 즐거워하던 관객들도 있었으니까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난 정말 이 영화가 싫다. 100분짜리 영화를 보는 내내 4시간짜리 [킹덤]을 볼때도 못느꼈던 지루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