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 갔을 때, 보고 싶었지만 못 본 영화가 몇 편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두 편을 꼽으라면 우선 제가 좋아하는 그레고리 팩이 나오는 다큐먼터리 작품(흑... 이거 못 본게 젤로 아 쉬웠습니다..ㅠ.ㅠ)과 바로 [성석전설]이었죠. 인형극이야 영화에 가 끔씩 등장하는 소품으로 많이 봤지만, 인형이 주인공인..., 그것도 무협물인 인형극은 도대체 어떤 것일지 상상이 가질 않았거든요.
보고 온 사람들이 정말 희안한 영화라고 칭찬하는 얘긴 많이 들었습 니다. 하지만, 표정이나 동작을 만드는 사람 맘대로 하는 애니메이 션이나 클레이 애니메이션도 아닌 표현이나 표정에 한계가 있는 목 각인형으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될지 심히 의심스러웠죠. 불이 꺼진 극장에서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고 있을 즈 음에 시작한 영화는 처음부터 저의 넋을 빼놓기 딱 좋았습니다. 말 이 인형극이지 무슨 속에 사람이 들어가서 연기하는 것처럼 상당히 자연스러운 동작을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인형들이 서서 온갖 종류 의 무공은 다 펼치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인형주제에 별짓 다하 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얼굴 표정을 손동작과 성우들의 생동감 있는 목소리가 커버하고 있구요..
스토리도 무협을 많이 보셨거나 좋아하는 분이라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만한 스토리입니다. 인형극이 아니라 실사영화로 찍어도 결코 손색이 없는 시나리오더군요. 무협물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영 지루한 스토리일 수도 있겠지만.... ^^;;; 전 꽤 재밌게 봤거든요. 사실, 아드만 스튜디오의 [치킨 런]이나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같은 풍부한 표정과 움직임을 기대하신다면 틀림없이 실망하실 겁니다. 표현에 있어서의 한계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게다가, 목각 인형극은 그 자체가 우리나라 사람에겐 그다지 익숙한 것이 아니니 까요. 그러나, 사람도 연기하기 힘이 드는 무협 액션을 인형을 가지 고 그렇게 박진감있게 연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감안하고 본다면 [성석전설]은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어설픈 무협 영화보다 전 오히려 [성석전설]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상한점을 분명히 알고 그 한계를 인정하고 나름대로 그걸 커버할 방법을 찾아내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서양에 서 만드는 작품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구요. 뒷부분에 가 서 좀 늘어지는 감이 없진 않지만(회상장면을 줄이고 좀 타이트하게 만들었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무협을 좋아한다면 이런 새로 운 무협극도 즐길만 할꺼 같군요. 참~! 전 이 작품을 보면서 자꾸만 서극의 [촉산]이 떠오르더군요. ^^;; 황당무계하면서도 실험적인 성 향이 닮아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