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3D에니메이션이 있고.. 영국에 클레이에니메이션이 있다면... 대만에는 자국의 특색을 맘껏 살린 목각인형이 있다..
정말 참신하다.. 처음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스톱모션 에니메이션과 '월레스와 그로밋'이라는 클레이에니메이션이 나왔을 때도 그 시도가 놀라웠는데.. 줄로 움직이는 목각인형을 이용한 영화라니.. 더욱 놀라웠다..
정말 기발한 발상이다.. 아마 대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시도였을 것이다.. 예부터 꼭두각시 인형극과 경극이 성행하던 곳이기에.. 이것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테지만.. 그 시도가 참신하다...
게다가 이 인형들은 고난이도의 무술실력을 선보이고.. 여기에 보여지는 시각효과뿐만 아니라.. 액션과 사랑, 의리와 배신이라는 무협물의 전형적인 스토리까지 잘 녹아 있다..
목각인형이기에.. 입모양과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처음에는 흔들흔들거리는 그들의 몸매무새와 말하는 모양새를 표현하기 위에 절개된 입들이 닫혔다 열렸다 하는 것이 보기에 어색하기는 하지만... 보다보면 이것도 익숙해지고..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무협지를 읽는 듯한 기분으로 영화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기둥줄기는 소원을 들어주는 천문석이라는 신비의 돌을 둘러싼.. 차지하기 위한 자와 지키기 위한 자들의 혈전이고.. 여기에 양념식으로 나이차를 뛰어넘은 사랑을 담은 로맨스와... 젊은 청년들의 의리와 기개의 우국충정이 첨가되어 있다..
이것이 실사영화였다면.. 뻔한 스토리의 고전물이 되었을텐데.. 사람 크기의 절반 정도되는 목각인형을 일일히 움직여가며 만든 인형극이기에 좀더 참신했고.. 그럴싸한 한 편의 무협물이 되었다..
게다가 인형들이 펼치는 액션장면들은 사람이 직접 연기했다면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들도 인형이기에 더 쉽게 해냈고.. 오히려 더 생생하고 역동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날으는 경공술도 직접 했다면 피아노줄을 주렁주렁 달아 들어올리고 이동시키고 한 뒤 컴퓨터 작업으로 줄을 지웠어야 했을텐데.. 인형이기에 휙 집어던지는 식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장풍을 맞아 몸이 산산조각나는 장면도 표현되고.. 칼을 써서 싸우고 피를 흘리고 하는 장면도 더 리얼하다... 거기다 내공을 이용하여 땅을 가르고.. 천지를 뒤흔들고.. 장력으로 칼을 던진 뒤 그 날으는 칼을 타고 펼치는 경공술 등은 유치하기는 커녕 감탄을 자아낼 정도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은... 인형극이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우습게 본 경향이 없잖아 있었는데.. 보면서 그 감정은 점차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영화는 고전적인 소재인 인형극을 택하기는 했지만.. 신세대 감각에도 크게 부합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빠른 액션과 장면 연결은 마치 게임을 보고있다는 느낌도 들고.. 여기에 강렬하면서도 비트있는 음악이 삽입되어 있어서.. 인형극 특유의 느리고 지루한 속도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또 주인공들은 흔히 일반화되어있는 무협물의 캐릭터처럼 엄격하게 선과 악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모든 주인공들은 각각 하나씩의 결점을 가지고 있고.. 절대적인 선인은 없다.. 아무리 고강한 무술을 지니고 있다해도.. 각자는 사심을 조금씩은 품고 있었다..
지나친 복수심에 사로잡혀있다거나.. 자신의 부활을 위해서는 딸마저도 희생시켜버리고.. 다른 강자의 몰락을 방관하기도 하며.. 사사로운 연애감정으로 인해 대의를 저버리기도.. 다른 이를 맹목적으로 미워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형식면에서도 인형극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더니.. 내용면에서도 여타 다른 무협물과 다른 전개방식으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영화는 처음의 배타적이었던 선입견과는 달리 놀라움과 감탄으로 보게되었던 것이다..
결국에는 새로운 시도의 영화를 위해 3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쳤다는 스텝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어졌다..
비단 인형극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무난하게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