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과외하기] 매력적인 웃음
익히 봐왔었던 액션, 주인공 지훈과 험상궂은 남자들 중 두목격인 사내와의 대결은 지훈의 패배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수완의 예상치 못한 한방은 이 영화는 이런 기막힌 웃음을 준비해 두었어, 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런 무조건적인 웃음 때문에 재밌어,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신세대적인 모성애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과거의 멜로드라마에 익히 보였던 진부한 스토리를 차용하기도 한다. 어머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외를 떠맡게 된 수완. 지훈이라는 날라리 중의 쌩(?) 날라리를 만난 후, 영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웃음을 시종일관 유발시킨다. 그리고 그 웃음은 섹시코미디를 모토로 내세웠던 [색즉시공]에서처럼 엽기적이지 않고, 80년대를 배경으로 다소는 부담스럽게 봐야했던 [품행제로]에서처럼 정적이지도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한 상태로 즐기기만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라면 미움이 갈 만도 할 캐릭터들을 하나도 밉지 않게 표현해낸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다. 공부란 늘 뒷전에 있고, 매일 놀러다니기만 하는 지훈이 수완의 눈에는 영 거슬리기만 한다. 그리고, 과외선생이랍시고 자신을 훈계하려는 수완이 지훈에게는 늘 눈엣 가시거리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한다는 초반의 설정이지만, 어째 이 영화는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그들을 미워할 수가 없다. 또한, 호경이나 종수는 지훈과 수완에게 늘 태클을 거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들을 또한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영화는 이렇게 모든 이들을 깜찍하거나 웃음이 나오는 캐릭터로 가장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라고는 하나도 없게 만든다. 티격태격하던 지훈과 수완의 사이도 수완이 춤을 추게 된 후부터 갑작스럽게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할지라도 어찌됐든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지훈은 생각없는 날라리라기보다는 세상에 불만이 가득찬 한 인간임을 보여준다. 너무도 일찍 차가운 세상을 경험해서였을까. 아니면, 가족의 사랑을 느끼지 못해서였을까. 그것보다는 자신을 진정으로 걱정해 주는 여자를 만나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지훈은 너무도 쉽게 수완에게 빠져든다. 싸움 잘하는 몇 명과 상대해도 쉽게 제압해버리는 지훈은 수완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과외선생일 뿐이다. 비록, 관계의 역전이 가끔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지훈은 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수완에게 가끔 불만섞인 말투를 내뱉을 뿐이다. 그것이 그들이 하는 신세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사랑방식이다. 수완과 지훈의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표현방식은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또 2000년대에도 끊임없이 변하지 않고 있어왔다. 그렇기에 수완의 손가락을 빨아주는 지훈의 모습은 이런 전통적인 수법을 그대로 따른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의 시작은 아니다. 오히려 갈등의 시작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더이상 관객을 불편하게 하거나 멜로를 억지로 짜내려는 의도가 없어보이기에 더욱 즐겁다. 이런 갈등은 영화의 결말을 위한 약간의 도구로 이용될 뿐, 영화는 발랄한 코미디영화의 명맥을 계속 유지하면서 끝을 향해 달려간다. 신세대적인 모성애는 말을 톡톡 쏴대기는 하지만, 그 이면에 깔려있는 마음에는 그 사람을 걱정하는 진심어린 내면이 깔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훈과 수완이 늘 싸우기는 하지만, 그 마음의 이면에는 진심어린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웃음은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의 삶에서 고도의 웃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희망찬 발견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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