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영화를 보며... 필자의 뇌리를 스친 단 한 문장이었다. 너무 비약한 것이 아니냐는 숱한 공세 속에 꿋꿋하게 의지를 관철시켰던 것은 그 이상 생각이 안 났기 때문이다.
감독들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영화의 주 고객층인 20대 트렌드를 맞추다 보니, 영화감독의 입봉 연령도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고 철저히 십여 년간을 준비한 감독들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요 2 ~3년간의 데이터를 가지고 표현하는 것이므로 오차가 있을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예전에 우리나라 영화계엔 표현하기엔 뭣하지만,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따스한 손길과 요람처럼 포근한 환경으로 스탭들을 키우고 보살펴 주는 교육기관이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저 몸으로 뛰며 배우는 것이 전부였던 그런 시스템(일명, 옛날 도자기 굽는 도공들이 장인이 되는 길이었던 ‘도제’ 시스템이라고 한다)에서 고생고생을 하다가 인정을 받고, 하나의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감독이 된다.
그러나 요즘은 붕어빵 찍어내듯, 쉽게 쉽게(당사자들은 고생했겠지만, 왠지 모르게 필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해외에서 선진 문물을 배우고 왔다는 유학파와 딸랑 몇 년간의 아카데미 교육을 받은 ‘엘리트’ 들이 너도 나도 관객들과의 상견례를 준비한다. 그 중,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하 동갑내기..)> 역시, 자칫 우리나라 요즘 보여 지고 있는 영화계에 현주소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산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영화를 열어보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혈여 ‘수완(김하늘 분)’은 대학 2학년생으로 아버지의 실직으로 가세가 기울자 어머니(김자옥 분)가 닭집을 운영하며 생활비를 보태고, 그녀 자신은 고액과외를 뛰며, 학비를 충당하고 있다. 어느 날, 7일 만에 짤린 과외 전선에 파란불(?)을 예고하며, 새로운 자리가 들어오는데, 그 자리는 다름 아닌... 벼락 부자집 장남에 싸움꾼으로는 학교 ‘짱’까지 먹은 것까지는 좋은데.. 하필이면, 그녀와 동갑이지만 2년씩이나 꿇은 고등학생인 ‘지훈(권상우 분)’이라는 것이다. 첫날 수업부터, 지훈의 행동에 질려버린 그녀는 또 다시 때려치우기엔 어머니 볼 면목이 없기에, 맘 다그치고 어떻게든 기선 제압을 해보려 하지만, 쇠귀에 경 읽기, 벽에 대고 말하기와 다를 바가 없는 고된 생활의 연속이 된다. 그렇게 시작된 동갑내기 과외수업은 그 둘 주변에 심상찮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꼬이기만 한다.
2001년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처럼 PC 통신상에 떠돌던 개인의 자전적인 얘기를 영화 시나리오로 완성하여서인지 딱 신세대 취향에 맞는 하이틴 로맨스 물이지만, 그 영화랑 다른 면이 있다면.. 평범한 주인공이 한명이라도 있던 그 영화와는 다르게, 두 명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엽기성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적절한 관계 표현을 한 포스터 비주얼과 카피를 보면, 단박에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살려주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완벽히 재연하게 만든 리얼한 시나리오의 덕분도 있겠지만, 필자는 그 심상치 않은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 낸 두 배우에게 더 큰 공을 돌려보고자 한다. 늘 여려 보이기만 하였던 배우 ‘김하늘’이 정말 맘 한번 굳게 먹고 망가져버리는 영화 <동갑내기..>는 그녀를 위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이미지 쇄신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 또는 이게 원래 그녀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르는데, 필자가 모르는 내숭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또한, 모범생 이미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한 가닥하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권상우’ 자신에게도 어쩌면 커다란 모험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필자의 더 큰 걱정거리는 배우들의 이미지도 이미지이지만, 그렇게 열연한 배우들이 헛고생 한거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갖게 만든 후반 10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용두사미’라고 흔히 표현들 하지만, 우리나라 신인 감독들에게 보여지는 일종의 현상처럼 돼 버린 그 모습들을 보면서, 영화가 흔들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것이 감독의 집중력 부족인지, 제작사의 압력인지는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 파악되지는 않지만, 100여분 동안 앉아있던 자리가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시대의 트렌드만을 맞추는 것은 영화를 정성이 가득 담긴 한 폭의 그림을 그린다기 보다, 그냥 사물하나를 사진으로 찍어내어 수차례 인화만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판단은 관객이 하고 심판을 내리겠지만, 그 보다 더 우리나라 영화계가 먼저 인지해야 문제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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