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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링>... 추락하다, 그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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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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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Y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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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13 오후 4:44: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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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 The Ring]
감독 : 고어 버빈스키 주연 : 나오미 왓츠, 마틴 핸더슨, 데이빗 도프먼, 브라이언 콕스 별점 : ★★ 20자평 : 그녀의 원한을 추적만 하다, 근심걱정만 하다, 추락해버린 꼴. 미국인들이란....
동양 사람들은 응당 머리를 풀어헤치고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라면 다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서양 사람들은 시뻘건 피를 입에 머금고 있는, 인간적인 존재보다는 외계인 같은 이상한 것에 무서워한다. 사실 우리가 드라큘라나 늑대인간을 무서워했던가? 그 이유를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본적이 있는데, 우리 귀신은 막을 게 없는 천하무적이라면, 서양 귀신들은 적이 있다. 마늘, 십자가 등등... 그렇다면 서양 사람들은 동양 귀신을 어떻게 보고 느끼게 될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서양의 MTV적 스타일과 사다코가 만났다. 우리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사다코가 TV에서 기어 나오는 바로 그 결정적인 장면을! 일본에서 히트 치고, 한국에서도 히트 치고, 이제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전파가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정말이지 꽝 이다.
일본판 오리지널 영화는 처음이어서 충격적이었고, 한국판 리메이크는 원작에 충실해서 무서웠으며, 이어 나온 오리지널 2편은 꽤나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 때문에 또 다른 공포를 선사했으나, 우리의 미국인들이 만든 <링>은 애당초 저주받은 소녀의 원한을 추적하는 걸 거부했다. 대신 이 영화는 현대인들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영상매체에 대한 비판과(그건 영화 오프닝 부분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레이첼의 조카의 친구는, 남이 들어주지도 않는데 TV를 보면서 인간이 받는 여러 가지 악병에 대해 줄기차게 떠들어댄다) 살아남아야 하는 당위적 이유를 설명하기에 급급하다. 이 영화가 안 좋은 이유 중에, 또 한가지는 주인공의 아들이 너무 많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 소년이 사실 영화의 분위기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저주의' 소녀와 소년은 마치 하나같다는 기분이 들게 할 정도로 소년은 너무나 큰 역할을 감당한다.(이건 2편의 내용이긴 하다)
사건이 너무 맥없이 풀려버리는 것도 단점이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저주의 비디오 내용을 추적하는 과정은 너무 쉽게만 느껴지고, 레이첼을 협력하는 노아는 왜 출연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맹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공포라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마치 오리지널 각본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같다. 사마라를 죽인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을 괴롭히던 어머니였다는 사실이나, 충격적이던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볼 때에, 더더욱 그런 느낌이 많이 든다. 사다코도 많이 바뀌었다. 오리지널에서의 사다코는 사회에서 버림받은 한이 섞인 '한'의 결정체였다. 이 영화에서 사마라는 100% 악으로 나온다. 그녀는 악을 가지고 섬 마을로 들어왔으며 그녀로 인해 사람들이 파괴되어 간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는 착한 일을 한 선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이렇게 망가지게 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과도한 특수효과의 사용이라 말하고 싶다. 오프닝 부분에서 그 조카가 죽었을 때의 끔찍한 모습이나, 노아가 죽은 장면 - 구지 보여주지 않았으면 더 좋았었을 법하다 - 등, 이 영화에는 사마라로 인해 끔찍하게 죽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면 부각시켜 보여주는데, 전혀 무섭지 않다. 게다가 TV에서 나오는 사마라의 모습은, 차라리 예전에 주성치가 패러디한 그 엽기적인 장면이 더 처절하게 느껴지고 무섭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실패적이다.
<멕시칸>으로 재미를 줬던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제 2의 데이빗 핀처라는 말을 듣고 싶었나보다. 스타일리쉬한 방법을 총동원해서 스피디하고 비주얼한 액션 전개를 해나가는데, 어지럽기만 하고 이 영화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윌 스트리트 저널의 조 모겐스타인 이라는 평론가는 이 영화를 두고 "비디오 테이프 대여일이 지났다고 비디오 가게로부터 받은 독촉장 정도로만 무서운 영화."라고 빈정거렸다고 한다. 속을 다 시원하게 만드는 멘트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칭찬 조금은 해줘야겠지? 이 영화의 주인공인 나오미 왓츠에게 그래도 조금은 나은 영화를 만든 점에 대해, 제작진들은 감사해야 한다. 7일 후면 죽는다는 공포심에 가득 차 있지만 강한 어머니를 연기한 그녀는, 그녀가 아니었다면 결코 연기해낼 수 없는 무언가를 표현해 내었다.
2편이 제작된다는 소문이다. 제기랄... 그래도, 전편보다 낫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차라리 오리지널 각본을 따라가는 대신에, 창작해서 새로운 2편을 만들기를 바란다. 정말이다. 이제 아무도 사다코의 원한을 무서워 할 관객들은 없다. 바다 건너 서양인들은 이걸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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