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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진솔한 광대 박철민!
2007년 6월 1일 금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 난! 광주와 운명적인 관계

서대원 기자(이하 ‘서’) 이젠 많이들 알아보지 않나?
박철민(이하 ‘박’) 글쎄다. 아직까진 “야! 박철민이다!” 뭐 이 정도까지는 아니고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어디서 나오셨죠?” 이런 경우는 많다. 보통 열 명중 일곱 여덟 사람은 그렇게 알아본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 그런 느낌으로 말을 건네는 분들이 많다. 여하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갈수록 행복해지고 있다.

혹 불편할 때는 없는가?
어떤 탑배우도 싫어하지는 않을 거다. 대중이 많이들 알아봐주고 박수쳐주고 환호해주는데 왜 그게 불편하겠는가? 다만, 사적인 부분에 있어 예상치 못한 적극적 공세를 취할 때! 그럴 때는 좀 불편하고 귀찮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배우라는 게 죽을 때가지 남들이 인정해주고 박수쳐주고 뭐 이게 없으면 미쳐 죽는 직업이다. 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화려한 휴가>가 7월 개봉 예정인데 요즘은 어떠한 일에 매달려 있는가?
5월 특집극 단편 2부작 드라마 하나 찍었다. 나름 주연이고 나름 멜로라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은 7월에 방영될 예정인 사극 하나 준비하고 있다. 또 영화 <스카우트>에 캐스팅돼서 촬영 준비 중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 작품이고 임창정 엄지원과 함께 한다. 5월말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어떤 인물인가?
무식한 건달이지만 여주인공에게 한없이 주기만 하는 순애보적인 인물이다. 깊게 준비하고 있다. 광주일고 출신의 국보급 투수 선동렬을 스카우트 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전라도에서 주로 촬영이 이뤄질 거 같다. 결국, <화려한 휴가>의 진한 5개월의 경험이 채 마르기 전에 또 광주에 가서 영화를 찍게 된 셈이다.

얼마 전 열린 <화려한 휴가> 제작보고회 때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광주 출신이다 보니 뭣 모르는 중학교 때, 사상적으로 학습되며 진실을 알게 된 대학 때, 그리고 광주 항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장편극영화 <화려한 휴가>! 이렇게 5월의 광주를 세 번 만나게 됐다는 말!
나하고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인 거 같다. 물론 내 고향이니만큼 나와 광주는 절대적 관계이지만 영화적으로도 그렇고 묘한 연이 존재하지 않나 싶다. 나의 영화데뷔작이 광주를 다룬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다. K로 등장하는데 총 3신 나온다. 설경구 추상미 이정현, 이 동생들과 함께 했던 문성근 선배의 <꽃잎>도 광주 이야기를 한 영화고. 여하간, 철없던 중학교 시절에 우연찮게 광주를 경험했는데 그때가 학교 체육대회 날이었다. 결국, 대회를 못 열게 됐다. 너무 기다려지는 날이었는데 그날의 광주가 그 밝고 깨끗하고 설레는 감정을 앗아갔던 거다. 어린 내 눈에 비친 당시 시민군은 비록 정비돼 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우리 형제를 지켜야 된다는 그 절절한 느낌들 때문인지 그들의 눈빛은 아직도 내 가슴에 선연히 남아있다. 그리고 80년대 중반 386세대들이 다 경험했듯 나 또한 비디오나 자료, 사진을 통해서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됐다. 당연 분노했고 경악했다. 그것 때문에 실질적으로 돌도 한번 던지게 됐고. 이러한 과정을 돌아보면 고향을 떠나 광주는 내게 어떤 운명적인 느낌의 관계로 다가온다.

영화에서 당신은 민우(김상경)의 택시회사 동료로 나온다. 뻥이 센 월남방위 출신이지만 정 넘치고, 주변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인봉'을 연기한다. 덧붙일 말이 있나?
그전에 해왔던 이미지와 중첩된 게 있을 거다. 넉살 좋고 익살맞은 인물인데 아마도, 무겁고 진지한 작품에서 대중을 많이 즐겁게 해주고 웃겨주라는 임무를 띤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보면 알겠지만 희귀한 농담도 많이 하고 깜짝 놀랄 만한 엉뚱한 사건도 많이 저지르는 유별난 친구다. 물론, 동시에 80년대 광주를 사랑하고 지키는 소시민이기도 하다. 아이러니 한 건 이 인물이 장렬하게 죽는데 그게 또 웃기다는 거다. 우스운데 눈물이 흐르는 슬픈 웃음을 주는 캐릭터인 셈이다. 내 스스로 말하기엔 민망한 말이지만 안성기 선배 김상경 이요원 이준기 등 숱한 출연자 중 제일 멋있는 역할이다. (웃음)

농반 진반으로 “사인도 안 했는데 영화 계약이 돼 있더라!”고 말했다. 김지훈 감독이 박철민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 출연하게 됐다고 하던데. <목포는 항구다>에도 출연했고 감독과의 신임이 대단한 모양이다.
술자리에서 자주 이야기하지만 김지훈 감독이 없었다면 박철민이라는 배우가 이만큼 대중들에게 알려주고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영화적으로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연이 깊은 관계다. 김지훈 감독은 내가 한 연극도 거의 다 봤고, 내가 어떤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만들어낼 수 있는지 속속들이 꿰차고 있다. 내 연기를 과대평가하는 감독 중 하나다. (웃음)

김지훈 감독 말고 박철민을 좋아하는 감독이 또 있다는 말?
(웃음) 나를 사랑하는 감독이 3명이 있다. <혈의 누> 김대승, <광식이 동생 광태> 김현석 그리고 김지훈 감독이 그들이다. 나를 뜨겁게 인정해주는 분들이다. “이건 손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로 알려진 <목포는 항구다>의 가오리 캐릭터도 김지훈 감독이 나를 믿고 신뢰하니까 거침없이 상상하고 표현하는 와중에 완성된 거다. 이들 감독과의 작업에서는 주저 없이 막 달리는 편이다. 나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조율이 가능하다. 거침없이 달려도 안심이 되는 감독들이다.

근데, 안심스럽지 못한 게 있다. 다름 아니라 7월 중 만날 <화려한 휴가>의 개봉시기와 관련된 말이다. 확실히 날을 못 잡는 게(현재는 정해진 상태 7월 26일) 아마도 비스무리한 시기에 개봉하는 막강 블록버스터 <해리포터> 시리즈와 <다이하드4.0>의 영향이 조금이라도 있을 듯싶다. 좀 걱정되지 않나? 이미 <스파이더맨3>와 <캐리비안의 해적3>가 극장을 싹쓸이한 전력도 있고.
외국 블록버스터들의 물량공세! 독과점 문제! 배우로서 당연 걱정되고 우려된다. 작은 영화들이 어찌할 도리 없이 외면당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그런데 <화려한 휴가>는 좀 다른 거 같다. 제작투자에서 절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영화자체가 굉장히 대중적인 부분이 강하다. 가슴 아프고 무거운 이야기지만 그 안에 뜨거운 감동도 있고 재미난 측면도 많다.

자신 있다는 말?
물론이다. <화려한 휴가>는 5.18 해방 광주의 우정 감동 위트 조크 사랑 등이 아주 생동감 있게 담겨 있다. 생선회보다도 더 팔딱팔딱 활기차게 숨 쉬고 있다. 이런 대중적이고 흥행적인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큰 걱정 안 한다. 해리포터든 다이하드든 상관없다. 나의 이런 교만함과 거만함이 분명 검증될 거라고 본다. 다만, 내가 보기에 시기적인 고민은 더 많은 관객과 만나자는 측면에서 방학시즌을 택하지 않았나 싶다.

대단한 화제를 모은 박근형 선생의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 때 주인공인 조재현이 같이 하자고 해서 했다 들었다. 같이 출연한 이한위도 마찬가지고. 영화나 연극 출연에 있어 결정적 요소는 무엇인가? 시나리오? 연출자? 지인들의 권유?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이미 선택 당한 입장에서 하냐? 안 하냐?를 결정 내리는 건데 일단, 작품을 본다. 지금 시대에서 이 작품이 어떠한 매력과 향기를 낼 수 있는가? 대중들에게 쉽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가? 사회적인 고민을 던져주고 있는가? 내 스스로 종합적인 고민을 해보고 검토한다. 그러나 결국 관건은 캐릭터다. 이 작품 속에서 내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이고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또 멋지게 할 수 있을지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지인들이 추천해주면 일단 신뢰가 더 간다. 그들도 고려하고 말을 건네지 내 캐릭터나 박철민의 성향과 관계없이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건 지인이 아니다.

그럼 조재현이 <경숙이, 경숙 아버지> 연극에 당신을 부른 이유는 뭐였나?
내가 분할 캐릭터가 경상도 사투리에 말을 더듬는 친구다. 전에 해본 적 없는 인물이다. 재현이 형이 보기에 도전해볼만한 인물이었던 거다. 내 생각도 당연 그랬다. 고민 없이 바로 오케이 했다.

흥미로운 건 박철민이 나오는 기사마다 죄다 애드리브에 관한 이야기 있더라! 그만큼 애드립에 상당히 강하다는 말일 텐데.
내가 이 영화에서 여백이 있는 재미를 주는 뭔가 살아 숨 쉬는 웃음을 주는 역할인가? 아닌가? 그에 따라 애드립의 폭과 깊이가 달라지는 거 같다. 진지하거나 좀 무겁거나 악역 이런 경우는 여백이 좀 적은 경우라 볼 수 있다. 대사도 그렇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틀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재미가 목적인 장면들에서 웃음을 주는 캐릭터는 제한적이지 않고 공간이 좀 더 있다. 그런 공간이 발견되는 캐릭터에 있어서는 내 스스로 그 여백을 메우고 만든다. 대사나 설정을 바꿀 수 여지가 좀 더 있다. 그렇게 만들어서 현장에 가면 대부분의 감독이 인정한다. 보다 입체적이고 살아 숨 쉬니까!

그러한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과정이 요구됐겠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이러저러한 순간들을 겪다보면 동물적인 느낌이 생기게 된다. 애드립을 준비할 때는 과연 이 장면에서 이 작품에서 이러한 제스처와 대사가 묻어나는가? 끊임없이 고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려나간다. 아무리 재밌어도 소용없다. 장면 장면이 같이 어울리고 스며들면서 즐거움이나 웃음 혹은 캐릭터의 입체감이 살려지는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며 연기에 임해야 한다.

● 난! 날라리 운동권?

그러한 영민한 감각 때문에 그런지 어딜 가도 튀신다. 순간적 상황 판단이 대단히 뛰어나다. 항시 박철민이 있는 자리는 훈훈하고 즐겁다. 제작보고회에서도 “남에게 들어온 질문은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배역에 비해 늘 많이 찍히다가 편집과정을 통해 하염없이 작아지는 배우"라는 등 빼어난 입담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선천적으로 끼가 상당하고 재밌는 스타일인가?
어려서부터, 내가 준비하고 이 자리에서 꺼낼 이야기가 이왕이면 지켜보는 사람들한테 인상적이고 재밌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강했다. 무엇보다 웃음이 가장 중요했다. 웃음 코드를 동반했을 때 더 매력적이고 인상적으로 더 오래 기억됐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진지함보다는 재미를 택한 것이다. 재밌을 때 더 진지할 수 있고, 재밌을 때 더 슬플 수 있고, 분노와 무서움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난 웃음의 코드들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혹! 이전의 전력이 미친 영향은 없는가? 중앙대 총학생장이었고, 한때 웬만한 이들은 다 알만큼 이름을 떨친 운동권 출신으로 현대자동차 파업 때를 비롯해 노동자가 모인 자리 등 각종 문화집회의 사회자로 유명했다.
모든 지나왔던 과거들은 과장되기 마련이다. 노동 및 문화집회 운동권 내에서 한때 명성을 떨친 명 사회자였다. 뭐 이런 것들! 너무나 색칠되고 과장된 말들이다. 물론, 내 스스로 80년 5월 광주와 관련해 대학에 들어가 진실 되게 인식하면서 내 할 일이 있겠구나 싶어 날라리 운동권으로서 활동한 적은 있다.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데 내 진정성, 뜨거운 열정, 나의 올바른 철학보다는 그걸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시대였기 때문에 다른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돌도 한번 던져보고 여러 집회나 문화공연을 해본 것뿐이다.

그 당시에도 웃음이 동반된 풍자를 통해 현장을 이끌어나갔다 들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때는 모든 게 너무나 진지하고 경직돼 있었다. 이것만이 과연 옳은 방식인가? 고민했다. 물론, 독재 권력에 맞서 싸워야 했던 시기이기에 웃음이 쉽게 나오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게 다 사람 사는 이야기다. 사람이 제대로 살고자 했기에 주장하고 외친 거다. 분노, 슬픔, 눈물이 있었듯 웃음 역시 있어야 된다고 헤아렸다. 그걸 감춘 채 분노하고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웃음과 풍자가 우리의 목소리에 큰 힘을 실어줄 거라 생각한 거다.

민주대머리라 불렸는데 전통을 빗대 별명이었나?
숨기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닥 그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스스로 모든 게 완성되지 않은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대 누구나 당연히 했던 생각과 행동을 나 또한 어줍잖게 했을 뿐이다. 그게 가장 맞는 말일 게다.

그래도 그 누구보다 전대협이 결성됐던 87년 당시 격렬하게 운동을 했었다.
원래 날라리들이 더 과격하다. 철학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친구들이 더 무모한 법이다. 나 역시 그랬기에 과격했던 거고. 물론, 87 88년 당시 제일 먼저 앞장 서 유리창도 깨고 어디 어디 점거도 하고 투쟁의 강도가 셌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가슴으로 솔직히 말하는 데 그건 철학적 완성도보다는 그 시대 뭣같다는 그런 분노에서 비롯된 과격한 행동이다. 날라리 운동권이었던 나의 표현방법이었던 거 같다.

그러한 전력 때문인지 2004년도 탄핵반대집회 때 사회자로 나서지 않아 괜한 오해를 받았었다.
그 시대 때의 생각과 행동으로 배우가 빛을 내는 것도 너무 싫고 또 그것으로 배우의 색깔이 죽는 것도 너무 싫다. 나한테 중요한 건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관객한테 얼마나 향기롭고 즐거움을 주고 줄 수 있는가? 그게 화두인데 과거의 내 모습 때문에 본래의 내 삶이 좌지우지 된다면 그건 너무 싫다. 물론, 예전이나 지금이나 세상을 보는 눈, 진보적인 시선은 크게 변한 게 없다. 탄핵집회와 같은 행사! 참석은 많이 했었다.

사회자로 나서지 않은 건 그러니까...
다른 이유 없다. (권)해효 형이나 명계남 선배 그리고 김미화나 (문)성근 형 같은 배우로서 개그맨으로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사랑받는 그들이 해야 그 사회가 더 빛날 수 있고 그 자리가 훨씬 생산적으로 보이기 때문인 거다. 나 같은 무명배우가 ‘예전 학생 회장했던 사람이 배우도 하고 있어요’ 하며 무대에 서는 건 아니라고 본다. 나한테는 배우로서 사랑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 그때 당시의 고민 생각 행동이 부끄럽지는 않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부족한 게 많았다는 거다. 사실 여러 오해의 소지도 많고 해서 그냥 날라리 운동권이었다. 이 정도의 표현이 나한테는 족하다.

● 난! 광대의 길 배우의 길을 계속 걸어왔던 셈이다

한때 백기완 선생을 존경했다고 들었다.
예전에 내가 나왔던 마당극이나 공연은 대부분 다 보셨던 분이다. 워낙 나를 아껴주셨다. ‘해학과 풍자가 똘똘 들어있는 이 시대 가장 잘 노는 자랑스러운 광대다.’ 그런 말씀을 해주시곤 했다. 아시다시피 백기완 선생 또한 광대적인 끼가 많으신 분 아닌가? 항시 작품할 때마다 모시고 했는데 요즘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연락도 못 드리고 있고. 지면을 통해서나마 죄송스럽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화려한 휴가>때는 제일 먼저 시사에 초대할 생각이다.

대학 동아리 때 첫 작품이 김지하 선생의 <금관의 예수>다. 졸업 후에도 노동연극 전문극단인 현장에서 <껍데기를 벗고>라는 노동자의 삶을 다룬 연극으로 시작했고.
아따! 조사 많이 했다. (웃음)

그러한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깨달은 게 많았겠다.
물론이다. 김지하 선생의 <금관의 예수>를 하면서 광주에 대한 진실을 더 알게 됐다. 또 그 작품을 통해서 이 사회가 이분법적인 사회구조 그러니까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사이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나 구조적인 문제들이 너무도 많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됐다. 많이 가진 사람이 가슴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더 베풀어야 하고 그러면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풀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느끼게 해준 작품이이기도 하고. 그만큼 완성도가 깨어 있는 작품이었고, 재미 또한 상당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연극이다.

그 후로도 광주를 다룬 장편영화 <꽃잎>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나왔다. 혹 걱정되지 않았나? 너무 이런 쪽 작품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말이다.
내가 고집해서 의도해서 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고민이나 후회는 안 했다. 그러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좀 더 다양한 연극을 하고 싶었다. 나라는 캐릭터를 원한다면 어디든 가서 할 요량이었다. 그래서 제도권 연극단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대중들한테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물이 흐르듯 쭉 흘러왔던 거다.

그러한 과거의 전력이 배우로서의 삶에 영향을 많이 미쳤나?
내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 지금은 많이 퇴색되고 변질됐지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또 지금 가장 큰 화두가 배우라고 했었는데 그 시대 때도 마찬가지다. 연극반에 들어가 연극을 하면서 사회의 어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들을 배우로서 작품으로서 연극으로서 풀고 싶었고 또 그렇게 했다. 나의 본질적인 삶인 광대의 길 배우의 길을 계속 걸어왔던 셈이다. 거듭되는 말이지만 배우가 중심이었다.

변화가 아니라 변질이라니?
나뿐만 아니라 386세대라면 90% 정도가 변질된다고 본다. 당시 20대 초반 때 갖고 있는 맑은 생각들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간다는 게 쉽지가 않다. 특히 국회에 들어간 친구들은 100% 변질이지. 하고 싶어도 안 될 거다. 맑은 생각들을 이상적으로 펼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과 맞닥뜨리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더 많이 변한 사람과 더 적게 변한 사람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변질된 내가 원망스럽긴 하지만 그런 내가 싫지도 않다.

무슨 말인가?
자본주의 하에서 맑은 영혼과 생각을 유지하려면 정말 용감하고 야무져야 한다. 자기를 절제하고 극복하는 사람만이 가능한 거다. 그런 분들이 적어서 그렇지 분명 있긴 하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의 성격과 영혼은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거다. 하지만 그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한 환경이다. 때문에 너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이다.

가장 많이 공연했고 좋아했던 연극, 어두웠던 한국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힌 김철식이라는 인물을 다룬 <대한민국 김철식>을 내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는데 여전한가?
그 연극은 앞으로도 영원히 내 가슴 속에서 나의 모델로 하나의 이상향으로 자리하고 있을 거다. 내가 더러운 때로 덧칠 될수록 그 분의 막무가내 삶, 돈키호테적인 삶 그러나 한 민족과 국가를 사랑하는 일관된 모습의 낭만적 민족주의자인 김철식의 삶은 나에게 무한한 자극을 준다. 끊임없이 동경하고 사랑하는 인물이다.

팬클럽의 이름 역시 ‘대한민국 박철민’이더라 회원 수가 무려 1600여명이던데 자주 들어가 보는가?
당연하다. 그리 바쁘지 않을 땐 하루에 두 번도 들어가곤 한다. 그 이름은 내가 짓지는 않았다. 그 작품이 워낙 연극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 연극마니아들이 자연스럽게 만든 거다. 12명으로 출발한 그 카페가 지금은 뭐 드라마 이순신의 김완 장군 캐릭터를 통해서 부쩍 늘었다. 1800명까지 갔다가 가슴 찢어지게도 요즘은 조금 떨어졌다.(웃음) 여하간, 그건 중요하지 않고 초창기 열두 명이 아직 뜨겁게 살아 있기 때문에 그들을 만나러 이야기하러 들어가고 1년에 한번 씩은 나름대로 소박하지만 거창하게 모임을 가지고 있다.

사고로 돌아가신 형님의 영향으로 배우생활을 하게 됐다고 하던데.
같은 피를 받고 자랐으니까! 형님 자체가 연극을 워낙 좋아했고 배우 생활을 걷고 있었다. 추송웅 선생을 너무도 사랑한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 그 분을 따라 전국유람을 돌 정도로 거의 반미치광이 연극인이었다. 그러니 당연, 형의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배우의 삶을 동경하는 형님과 같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예전에 과일장사는 왜 했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인가?
그랬던 거 같다. 형의 죽음도 컸고 그후 집안에서 내가 가장이 됐다. 스스로 먹고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서 택한 게 과일 장사였다. 가장 박철민다운 직업이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바구도 하고 조크도 날리고 웃음을 건네면서 먹고 사는 그런 광대적인 끼가 녹아 있는 직업을 나도 모르게 원했던 거 같다. 무대 섰을 때만큼의 기쁨은 아니지만 1년 내내 다양한 계층과 성향의 대중을 만나면서 많은 걸 배웠던 시기다.

● 난! 다르다는 말을 좋아한다.

2005년 <불멸의 이순신>으로 KBS에서 연기 조연상을 받았다. TV 출연계기는 뭐였나?
윤계상 이미연이 나왔던 드라마 <사랑에 미치다>를 연출한 손정현 감독의 드라마 단편을 통해 데뷔했고 그 작품을 통해 TV의의 메커니즘을 만나게 됐다. <불멸의 이순신>은 조재현 형의 추천으로 하게 된 드라마다. 워낙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많고 드라마 경력이 오래 되지 않아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조연상을 수상해 상당히 기뻤다.

왜 탔다고 보나?
글쎄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우스꽝스러운 장수, 무식하고 권위 없는 장수 캐릭터를 나름 파격적으로 선보여 까불어 됐던 게 운 좋게 대중들한테 재밌게 보였던 거 같다.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드라마를 해보니 어떻던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TV 메커니즘은 아직도 당황스럽고 어렵다. 6~7편 하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그 빠른 제작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다. 그 속도전 속에서 자기 캐릭터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게 절대 쉽지 않다. 그래서 TV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남자의 여자>의 김희애씨도 그렇고 신구, 변희봉 선생님도 마찬가지고 1주일에 두 편 만들어내는 그 빠듯한 과정에서 대사 외우고 캐릭터 재창조해내는 걸 보면 거의 신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TV를 장악하고 마음대로 노는 광대들을 보면 끊임없는 존경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낀다. 여하간 TV는 나에게 아직도 어렵고 조심스런 매체다.

결국, 연극 드라마 시트콤 영화 등 모든 장르를 섭렵한 셈이다.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저마다 다른 구석이 있다. 그리고 난 다르다는 말을 좋아한다. 틀리다 맞다, 옳다 그르다 이런 표현은 싫어한다.

어떤 의미에서 하는 말인가?
연기에 있어 틀린 연기는 지구상에 한 가지도 없다고 본다. 물론, 연기를 막 시작한 누군가의 기본적인 발음이나 대사 방법 이런 것들을 두고 바르고 그르다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실은 아니다. 정통적인 연기법이 존재했던 70~80년에는 달랐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 깨졌다고 생각한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게 더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사실상 말을 더듬거나 그러한 발음으로 대화를 하고 소통하는 대중들이 얼마나 많은가.

흥미로운 얘기다
그렇다면 진정한 연기는 무엇인가? 정답인 연기는 무엇인가? ‘없다’는 거다. 어떻게 정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사람이 누군가와 말을 건네며 대화를 하는 방법에는 정해진 게 없는 거다. 무수히 많은 다른 것들이 현실에 존재한다. 다시 말해, 40년 배우 생활을 해왔던 선생님과 지금 막 시작한 친구와의 연기는 너무도 다른 거지 틀리고 맞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는 거다! 이 배우는 웃는 색깔이 다르고 저 배우는 비극의 카리스마가 더 있고 또 누군가는 정제된 연기가 차별화 되더라! 이렇게 보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근데 사실상 저 연기가 ‘틀리다 맞다’라며 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게 현실에 존재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주 촌놈이라 생각한다. (웃음)

그럼 발성이나 발음가지고 오다가다 회자되는 최지우나 권상우도 다르게 볼 수 있겠다.
분명 다르게 볼 수 있는 측면이다. 알다시피 두 배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평론가든 누구든 혀 짧은 사람의 발음이 틀리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평가의 잣대가 잘못된 거다. 혀 길어서 발음을 제대로 하는 양반이 그런 말하면 더더욱 아닌 거지! (웃음) 혀가 짧아도 대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카리스마와 매력이 있고 일상적인 향기가 있다면 그 연기는 아름다운 거다. 옛날엔 대사를 정확히 하는 사람이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 그랬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렇게 하면 “어 저사람 연극하네!” 그런 말이 나온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는 거지!

참 미묘한 문제인 거 같다.
배우도 마찬가지고 그 배우를 바라보는 대중도 그렇고 좀 더 열린 시선으로 바라 봤으면 하는 거다. 정형화된 무언가를 깨뜨려 보자는 거다. 우스갯소리로 선배들이 “저거 옛날 같았으면 연기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아니라 본다. 일상적으로 대중들한테 얼마나 친숙하게 다가 가냐 혹은 얼마나 파격적이고 의외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냐! 이게 중요한 시대라 본다.

말이 약간 돌았는데 모든 매체를 넘나들다 보니...
아! (웃음) 그러니까 연극 영화 드라마 이 장르들도 서로 다른 구석이 있다는 거다. 연극은 무엇보다 살아있다는 거! 한 시간 반 동안 NG가 없다는 거! 관객이 앞에 있기 때문에 유기적이고 변증법적 관계라 말할 수 있다. 내가 슬픈 이야기를 하면 관객도 슬퍼하고 슬픈 눈물을 보면 내 연기는 더 극대화되고, 내가 웃긴 이야기를 하면 웃어주고 그럼 난 더 신나서 웃겨보고, 끊임없이 서로 자극해주는 그런 강점이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반면에 영화와 TV는 상상할 수밖에 없는 매체다. 내가 이 대사들을 했을 때 대중들은 이 장면을 보고 어떻게 반응할지 끊임없이 상상하면서 많은 것을 만들어가는 장르가 아닌가 싶다. 또 영화는 한 컷 한 컷 빛 카메라 각도 녹음 모든 걸 정성 들여 천천히 창조하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TV는 많이 만들어내야 하지 않나? 끊임없이 작업하며 아주 쉽게 수많은 대중과 일상적으로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본다. 이렇게 다른 매력들이 나로 하여금 다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물론, 작품만 좋다면.

● 난! 행복한 놈이다

솔직히 묻고 싶다. 조연 캐릭터에 있어서는 이젠 어느 정도 자리에 올랐는데..
에이 아니지! (웃음)

어쨌든, 백윤식 선생 김수로 이문식처럼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난 배우들이 부럽지 않나?
다른 건 하나도 안 부러운데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고 사랑해준다는 게 너무 부럽다. 배우는 사랑받는 거 자체가 행복인 직업 아닌가! 대중들한테 많은 사랑을 받고 그러기에 자기가 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서 할 수 있는 거! 그게 정말 부럽다.

감초 연기자, 함께 있으면 기분 좋은 배우, 잘 나가는 조연 등 수식어가 많은데 혹 개인적으로 원하는 수식어 없나?
굳이 있다면 저 친구 연기에는 희극적인 카리스마가 묻어 있더라! 이런 말 들으면 좋을 거 같다. 반대로 내게 악마의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 또한 언젠가는 제대로 한번 대중들한테 보여주고 싶다.

<혈의 누>에서 악역으로 나오긴 했었다.
달의 뒤편처럼 희극적인 카리스마 뒤편에 존재하는 나의 악마적인 카리스마를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보여주고 싶은데 그런 기회가 잘 안 온다. <혈의 누>를 봤던 감독 한 두 명이 인상 깊게 봤다고는 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더 분출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희극적인 카리스마는 이미 달려가고 있고 그러기에 대중이 그 모습을 더 원한다는 걸 알고 있긴 하다. 하지만 나에게 무서운 기운이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보여주고 싶다.

박철민의 희극적인 카리스마! 그 힘의 일부가 빼어난 사투리 연기라 볼 수도 있다. <타짜>에서 기가 막힌 연기를 보여준 아귀 김윤석 또한 당신한테 전라도 사투리를 배웠다고 하더라! 아귀의 탄생에 이바지 한 셈이다. 그만큼 어떤 경지에 올랐다 본다. 안 그래도 요즘 다시 사투리 연기가 부상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김윤석 그 친구는 아주 겸손한 양반이다. 멋지고 아름다운 친구고. 사실 난 그냥 대본 2시간 읽어본 거밖에 없다. 본인 자신이 너무나 연기를 잘 하니까 전라도 사투리가 맛깔스럽게 나온 거고 아귀 캐릭터가 빛을 발한 거다. 그리고 사투리 자체는 왜 생겼나? 각 지역에서 희로애락을 질펀하게 표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공간의 문화적인 환경에 따라 발생한 거 아닌가! 그 의미는 역으로 그 만큼 살아있다는 거다. 생동감이 넘치고 입체적인 언어다. 지금뿐 아니라 계속 화두가 될 거다. 특히, 조연에게 사투리는 아주 중요하게 갖춰야 할 역량 중의 하나라 본다. 다행히도 난 전라도 복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비유법 은유법 직유법이 넘쳐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좀 구사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한 사나이다. 또 <경숙이, 경숙 아버지>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해봤는데 참 맛있더라! 강원도 사투리도 그렇고. 여하간 우리 조연들은 작품 성격에 맞게 효율적으로 사투리를 잘 구사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투리 없이 경건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일관한 <방과 후 옥상>의 선생 캐릭터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오버보다는 진정성이 필요한 연기였다. 사투리가 요구된 장면도 아니었고, 소리를 마구 지른다고 돋보이는 역할도 아니었다. 반대로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서는 목청을 높여야만 했던 캐릭터다. <목포는 항구다>는 사투리를 끌어들여야 하는 인물이었고. 조연은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그때그때 상황과 조건에 따라 자신의 캐릭터가 안정적으로 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어떤 배우로 통하나?
보기엔 까불댈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측면이 많다. 쉽게 갈 수 있는 장면이야 그럴 수 있지만 중요하고 부담스러운 신에서는 농담도 안 하고 조용히 있는 편이다. 심지어는 이기적인 행동도 한다. 집중도 많이 하는 편이고.

스크린쿼터 등 여러 계기를 통해 한국배우들의 사회의식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매니저먼트에 너무 종속돼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거다.
난 스타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스타라 불리는 분들에겐 대중이 많은 사랑을 주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요구도 하는 거 같다. 사랑 받을수록 도덕성, 사회적인 의식, 철학적인 수준이 높아야 된다는 그 어떤 의무감이 일정 부분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굉장히 매력적인 배우인데도 사회적인 의식이 없다는 이유로 적잖은 분들이 실망하고 그러는데...음 대중들이 좀 더 열고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명배우로서 건방지지만 다소간의 양해를 구하고 싶다.

왜?
왜냐하면 연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배우는 절대 권력자도 아니고 . 사회 활동가, 선생도 아니다. 이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는 수많은 캐릭터와 만나고 또 그 인물로 분해 한동안 살지만 실은 여러분이 기대하는 것처럼 높은 수준이 아니다. 배우라는 환경의 메커니즘에 빠져 있고 집중돼 있기에 다소 편협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짧은 시간에 사랑을 받았을 경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언론과 매체는 그 부족한 측면을 막고, 예쁜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의 허점이 안 보이는 것뿐이다. 사람인데 어떻게 부족한 측면이 없겠나? 당연 있다.

여하간 어떤 쟁점에 대처하는 측면에서 종종 아쉬운 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배우들 역시 사회구성원이고 같이 가는 일원이기에 사회에서 회자되고 쟁점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 공부해야 하고 또 발언해야 된다.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다. 배우들이 좀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위와 관련한 질문인데 현 한국영화판은 386세대가 이끌어가고 있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영화의 놀라운 성장을 견인한 주력부대다. 근데, 자신의 정치적 노선과 입장을 확고히 드러내는 할리우드와 달리 우리의 386세대의 영화인들은 다소 수동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강요할 필요가 없는 문제인 거 같다. 영화에서도 주장하고 일상에서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상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만나니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테고. 뭐 자연스럽게 받아줬으면 한다.

혹 지지하는 당! 있나?
지금은 없다. (웃음)

한국영화계의 병폐 중 꼭 개선되어야할 하나가 있다면
음....다른 무엇보다 이 말을 좀 하고 싶다. 이제 노조가 생겨 7월 1일부터 노사가 협약한 사안들이 적용될 텐데 제발이지 인간적인 것들이 죽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이 상황, 그러니까 인간적인 이해들이 사회적인 약속과 제도에 의해 냉정해지는 과정 아닌가? 분명 그렇게 가야만 하고 옳은 방향인 건 사실인데 서로 의지하며 작업했던 사람 냄새 나는 그런 모습은 변치 않았으면 한다. 단점은 줄이고 이전 환경의 장점은 계속 남아 있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영화 매체에게도 할 말이 있을 거 같다.
아름다운 것은 좀 더 눈부시게 해줬으면 한다. 그렇게 해도 대중들에게 죄가 안 되고 기만이 아닐 것 같다. 또 침소봉대 안 했으면 좋겠고. 좀 더 지켜보고 확인하고 있는 그대로 기사를 써줬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게 서로간의 애정이 아닌가 싶다.

상당한 애주가라 들었다.
한때는 농담으로 그 집에 있는 술은 다 마시고 나와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애주가였다. 근데 지금 주량은 소주 한 병이다. 40대 초반인데 몸이 좀 안 좋아져 절주한다. 제일 부러운 사람이 기분 좋을 때 슬플 때 자신이 원하는 만큼 술 먹는 사람이다. (웃음) 이제는 난 추억으로만 먹는다.

두 딸의 아버지로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는 어떠한가?
딸들에게 투자하는 물리적 시간은 부족하지만 아빠로서 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어떤 놈한테도 지지 않는다, 자부한다. 같이 있는 시간만큼은 정말이지 잘 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남편으로서는 일방적이고 건방지고 싸가지 없는 놈! (웃음) 고치고 싶은데 잘 안 되더라! 근데, 딸을 많이 사랑하니까 부인이 많이 이해해준다.

시쳇말로 지금은 먹고 살만한가?
배고픈 시절 때 꿈이 ‘통닭에 맥주’ ‘삼겹살에 소주 한잔!’ 이게 정말 꿈이었다. 근데, 지금은 그거 실컷 먹을 수 있다. 살쪄서 문제지 언제든 먹을 수 있다. 지금 너무 행복하고 더 바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개런티 때문에 작품 깨졌다는 말은 없을 거다. 작품이 안 좋아서 그럴 수는 있겠지만. 여하간, 가장 큰 두 가지 소원을 이뤘으니 난 행복한 놈이다.

그래도 걱정거리가 있을 게다. 지금 가장 고민스러운 거.
딴 거 없다. <화려한 휴가> 하나다. 이 영화가 대중들한테 사랑을 받아야 할 텐데 이런 고민과 불안뿐이다. 내가 나와서가 아니다. 이 영화는 알다시피, 이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을 그리고 있지 않나? 그 주제나 메시지를 교육하자는 게 아니다. <화려한 휴가>는 그 비극의 현대사 속에 사랑 아픔 웃음 .희로애락을 담고 있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커다란 비극을 만났을 때를 진솔하게 그린 이야기다. 감동 해학 웃음 눈물이 있는 영화다. 이 영화가 대중한테 사랑을 받는다면 정말 원이 없을 거 같다.

개인적인 계획이나 꿈도 있을 거다.
연극 <대한민국 김철식> 그거 내년 초에 공연하는 거. 영화 <스카우트> 매력적으로 찍고 싶은 거. 마지막으로 우리 딸이랑 바닷가 같이 가는 거! 근데 내가 아니라 애가 바빠서리 시간이 될지 걱정이다. 애 스케줄을 줄여서 같이 여행 좀 많이 다니고 싶다. (웃음)

박철민이라는 배우를 스스로 정의한다면
엉뚱한 배우, 흐트러진 배우, 정갈하지 않은 배우, 각이 없는 배우, 빈틈이 많은 배우, 보면 행복한 배우!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

아 그나저나 김대승 감독 결혼 때 사회를 봤더라!
내 또래는 이제 다들 결혼해서 사회를 볼 일이 거의 없는데 김대승 감독이 늦게 결혼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맡았다. 사회는 웬만하면 완곡하게 사양하는 편이다. 그 자체를 이끌면서 가는 게 은근히 버겁다. 사회 봐달라는 청탁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에고! 그 말 하려고 꺼낸 얘긴데...
아~한번 고민해보자! 한번 생각해보지 뭐! (웃음)

2007년 6월 1일 금요일 | 글_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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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g0930
연기잘하시죠....화이팅입니다   
2007-06-09 19:54
windfall12
정말 스크롤의 압박!ㅎ 나도 이글을 읽기 전에는 그저 얼굴만 알고 있고 이름은.. 한번 찾아봐야지 하다가 미뤘었던.. 박철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갈 배우라고 생각하구요!! 홧팅/ㅎ   
2007-06-06 14:52
mcbong
정말 간만에 긴 기사 봤다. 건질 게 있었으니 망정이지..ㅎㅎ 좋은 사고와 행동이 조만간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2007-06-05 19:18
kgbagency
박철민씨도 이제 주연할때 안됐나? ^^   
2007-06-04 10:52
nickiris
주연 못지않은 조연~^^   
2007-06-04 01:13
theone777
ㅋㅋ 입담하나는 유해진과 쌍벽을 이루는 ㅋㅋ!!!   
2007-06-02 22:12
theone777
ㅋㅋ 입담하나는 유해진과 쌍벽을 이루는 ㅋㅋ!!!   
2007-06-02 22:12
lee su in
스크롤의 압박으로 다음에 여유있을때 다시 읽어야 겠네요.^^;
항상 웃음주는 연기 잘 보고 있습니다.^^   
2007-06-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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