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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봐도 범상치 않은 ‘얼굴없는 미녀’ 김인식 감독!
인터뷰 | 2004년 8월 17일 화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바로 이 분이 '로드무비', '얼굴없는 미녀'의 김인식 감독!
바로 이 분이 '로드무비', '얼굴없는 미녀'의 김인식 감독!
<얼굴없는 미녀>가 개봉된지 2주가 되어간다. 그동안 기자의 마음은 그야말로 바늘방석이었다. 물론 농담조였지만, “특집으로 대대적으로 내줘야 돼. 그럼 안 할거야”라는 김인식 감독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귓전을 때려도, 몸이 한 개라도 더 있지 않는 한 도저히 기사를 올릴 수 없었기 때문.
비록 상상이지만, ‘아니, 꼭 인터뷰하고 싶다며 뭐야 대체~~’라는 홍보 담당자의 질책어린 표정들도 아른아른거렸던 나날들이었다. 정말 좀 늦었다! 하지만 <얼굴없는 미녀>를 보고서 뭔가 궁금한 점들이 뭉글뭉글 피워올랐던 분들이라면, 기자의 이 늦은 기사도 애교스럽게 봐 주지 않을까라는 혼자만의 착각을 하며, 인터뷰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참, 질문 중에 왠지 시의성이 떨어진다 싶어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개봉 전에 한 인터뷰이기 때문에...--;;;)

<로드무비> 이후 2년 정도 만에 다시 뵙는 것 같아요. 그동안 쭉 준비해 오던 작품이 <얼굴없는 미녀> 인가요?
아니요. <러브 바이러스>라구,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PPP 갔을 때 먼저 준비하던 게 있었어요. 시나리오도 있었는데, 사스 때문에 연기가 됐죠. 그래서 <얼굴없는 미녀>를 먼저 하게 됐어요.

<얼굴없는 미녀>는 프로듀서 최수영씨에게 듣기로는, TBS에서 방영됐던 동명 드라마를 누군가가 언급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는데, 특별히 어떤 부분이 시나리오를 쓰게 된 원동력이 됐나요?
그 드라마와 <얼굴없는 미녀>는 진짜 무관해요. ‘정신과 의사가 최면을 걸어서 여자를 오게 했는데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서 온다. 알고 보니 귀신이더라’라는 내용이 여러 영화사에서 기획됐었어요.
하지만 전 공포물을 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얼굴없는 미녀>라는 제목을 떠올렸을땐 그런 드라마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전‘정체성의 문제’에서 출발했던 거고, 그 드라마는 보지도 못했고, 줄거리도 몰라요. 모티브를 제공한 건 고맙지만, 그 작품과 <얼굴없는 미녀>는 연관성이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전 처음에 제목을 바꾸자고 했어요. 보셨겠지만 ‘얼굴없는 미녀’는 딱 한번 나왔잖아요. 제목 자체는 좋지만, 호러에 기대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반대했죠. 결국엔 전 영화를 시장에 내놓는 사람은 아니라서 영화사한테 알아서 해라 그랬지만요.

시나리오 쓰는 방식이 어떠세요? <얼굴없는 미녀> 시나리오는 일사천리로 쓰셨나요? 아님...
<러브 바이러스>는 일사천리로 쫙 썼는데, <얼굴없는 미녀>는 구조잡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영화가 도토리표 형식으로 돼 있잖아요. 그 패턴을 잡는게 무척 힘들었죠. 그래서 작업하는데만 한달 반 정도. 스키장에서 썼어요. 낮에는 스키 타고, 밤에는 시나리오 쓰고…. (웃음)

아, 그럼 극중에 김혜수씨 옛연인으로 나오는 남자도 스키장에서 쓰셨기 때문에 우연찮게 나온 캐릭터인가요?
음, 그렇기도 하지만…저는 그림이 잡혀야 시나리오를 쓰는 타입인데, 스키장을 배경으로 영화를 한번 찍고 싶었죠. 또, 제가 <폭풍속으로>에 나오는 패트릭 스웨이지를 좋아하는데 ‘장서’나 ‘장서’ 친구들의 이미지는 그래서 가져온 거에요. 사실은 패러글라이딩하는 것도 찍고 싶었는데, 겨울이 돼 버려서 포기한 거구….

<로드무비>에서 정찬씨가 맡았던 인물이 ‘석원’이었는데, 이번 <얼굴없는 미녀>에서 김태우씨가 맡은 인물도 재밌게도 이름이 ‘석원’이더라구요. 의도적인 건가요?
‘석원’이란 이름이 발음하기 좋잖아요. 시나리오 쓸때 이름 정하기 너무 힘들어.
(이래서 쓸데없이 파고들지 말아야 하는데…^^;;)

시나리오를 먼저 읽었는데, <로드무비>때와 마찬가지로 무척 쓸쓸한 느낌이 들었어요. 감독님은 명랑하거나 밝은 인물들에게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음, 양지(陽地)의 사람들은 일단 너무 잘 살잖아. 그런 인물들은 쓸때 흥이 덜해서, 아픈 인물,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데…또, 내 자신이 어두운 쪽, 음지(陰地)형 인간이야. 낙천적인 사람도 아니구, 삶도 별로 즐겁지 않구….

앗, 보기에는 왠지 안 그러실 것 같은데요! (웃음)
영화를 계속 찍으면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지만…다음 작품은 밝은 작품이에요. 하지만 큰 틀로는 어두운 면이 있는 영화. 역시 소통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데, 난 아직 그 부분에 대해 할 얘기가 많아. 세 번째 네 번째 작품도 다 그 주제로 갈건데, 그리고 나서 다음 채프터 넘어갈 것 같아요.
또, 이번에는 핸드헬드를 안썼는데, 세 번째 영화는 백퍼센트 핸드헬드를 사용하는 시끌벅쩍한 작품이 될 거야.

지수(김혜수)의 남편이나 석원(김태우)의 부인 등 보면 다 애인이 있잖아요. 그런 인물들의 삼각 관계가 건조함이나 쓸쓸함을 풍기는 이유인 것도 같거든요. <로드무비>에서도 석원, 대식, 일주가 그려내는 삼각 관계가 있는데, 그런 관계 설정에 어떤 이유가 있는 건가요?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얼굴없는 미녀>의 경우, 사실 지수는 석원을 사랑하지는 않는 거니까. 석원은 고독한 사나이죠. 그런데 지수라는 여인에게 연민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겉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지고, 그러다 처절한 응징을 받잖아. 음, 희미하게 연결돼 있을 뿐 본격적인 삼각구도는 없어요.

김혜수씨는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캐스팅을 염두에 두었다고 들었거든요. 어떤 점이 ‘지수’역에 맞는다고 생각하셨어요?
음, ‘김혜수’란 배우는 <닥터봉>, <YMCA 야구단>, <신라의 달밤>같은 영화 속에선 굉장히 건강하고, 생활력 강하고, 푼수때기로 나오잖아. 그런데 영화 밖의 이미지는 굉장히 다르죠. 섹시하고 관능적이고…보니까 그렇게 굉장히 이중적인 의미가 있더라구.
김혜수씨가 가진 그런 섹시함, 어떤 면에선 퇴폐적인 이미지를 영화에 한번 가져와 보고 싶었어요. 이때까지 그런 시도를 했던 감독들도 없었고, 시나리오에서 나는 ‘지수’라는 인물을 굉장히 화려하게 설정했었는데, 그런 이미지가 김혜수씨와 맞아떨어진거지.

김혜수씨가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단번에 O.K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캐스팅 과정 중에 김혜수씨와 어떤 얘기를 나누셨나요?
<로드무비>를 무척 좋게 봐서, 내 작품은 무조건 한다 그렇게 생각했대요. 그런데 <얼굴없는 미녀> 시나리오를 받아보니까 감이 잘 안 오고, 고민을 많이 했지. 계약하고 나서도 할까 말까 굉장히 고민하더라구.
전 이번에 ‘김혜수’라는 배우를 사랑하게 됐어요. 그만큼 배우로서 열심이고, 자기 책임감도 강하고 아주 명석하고…이번에 영화 찍으면서 참 좋은 친구를 얻은 느낌이에요.

김태우씨 경우는 단번에 캐스팅된 건 아니지만, ‘석원’이란 캐릭터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어서 캐스팅 과정 중에 감독님께서 인상깊게 봤다고 들었거든요.
태우씨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사실 전 남자배우는 누가 하더라도 상관이 없었어요. ‘석원’은 굉장히 무생물적인 이미지라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됐거든. 사실 김태우씨는 리스트상에 있긴 있었죠, 이미지가 맞으니까.
캐스팅 제안을 하니까 많은 고민을 하다가 해보겠다고 하더라구요. 태우씨가 고생 많이 했을 것 같아. 현장에서 자신의 연기도 못하게 하고, 말도 못하게 하고, 질문도 못하게 하고 독선을 좀 부렸는데…절 따라준 거죠. 고맙죠.

음, 그래서 말인데요. 김태우씨도 김혜수씨도 감정을 확 분출하고 싶은데, 연기를 자제시켰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좀 답답했다는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저는 배우들하고 이야기하는 게 싫어요. 제 영화 자체가 상황을 잘 이해하고, 거기에서 감정을 절제해 가면서 쫙 서 있어주면, 그게 다 모여져 형성되는 거거든요. 배우들의 개인기, 그런 걸로 치장되는 게 싫어요. 아마 <로드무비>때 황정민씨도 굉장히 고생했을거야. 김혜수씨도 힘들어 했지만 잘 따라와 줬어요. 믿어줘서 너무 고맙죠.

그럼 배우들의 목소리톤같은 디테일한 부분도 다 연출시켰던 건가요?
네. 김태우씨는 비음이 많이 나오잖아요. 이번에 많이 잡았죠. 배우들도 뭔가 자기 발성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찬스는 이때다 싶어 고치게 돼요. 태우씨도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죠.

전작 <로드무비>에서 저널이 작용했던 효과와 비슷한 상황이 <얼굴없는 미녀>에서도 발생하는 것 같아요. 김혜수씨의 노출이 (안 좋은 의미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예상하셨을 것 같거든요.
사실 어쩔 수 없는 숙명이고, 이 영화의 팔자죠. (웃음) 그쪽으로 많이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관심을 가진다해도 영화 보면 알겠지만, 에로가 아니잖아요. 전 하나의 마케팅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원치도 않았는데 알아서 홍보해 주니까 아무 신경을 안 쓰죠.
사실 김혜수씨가 ‘벗는다’는 것에 대해선 신경썼어요. 욕먹일 수 없지. 예를 들면 “에이, 벗는다고 하더니 벗는 척만 하는구나”와 같이. 혜수씨도 그래서 결심했던 거고, 최대한 편하게 노출하도록 사전에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또 우리 스태프들이 최고의 스태프들이잖아요. 이때 안 벗으면 언제 벗나 찬스죠. (웃음)
이번에 <얼굴없는 미녀>가 개봉되면, 혜수씨가 ‘벗었다는데 안 벗었네’라는 말도 안 듣겠지만, ‘돈 벌려고 막 벗었네’ 그런 말도 안 들을 거에요. 신경을 많이 썼죠. 균형을 맞추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영화를 봤을때, 왠지 모르게 김혜수씨가 정사신에서 힘들어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미세한 떨림같은 것도 느껴지구, 감독님이 보시기에 원했던 느낌이나 방향으로 잘 나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거기서 조금만 감정이 들어가면 이상하게 되는 거죠. 제가 배우들하고 정사 장면을 찍을때 토킹 어바웃을 안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전 섹스신 자체는 무생물적인 이미지가 풍기길 원해요. 그 느낌을 탁 담아서 편집에서 만들어내는 거죠. 의도적으로 그렇게 찍었어요. 신음소리나 표정이 들어가면 촌스러워지는 거죠. 아마 <얼굴없는 미녀>의 정사신을 보면, 에로틱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을 거에요. 그렇게 찍혀지길 바랬고, 의도대로 했어요. 끈쩍끈쩍한 에로는 원치 않았어요.

영화에서 지수는 경계선 장애를 앓고 있어, 여러 가지 환상을 보잖아요. 석원의 죽은 부인을 본다든지. 마치 <디아이>의 주인공처럼. (웃음)
그쵸. 지수만이 가지고 있는 환각이 많이 있죠. 김태우도 결국 헛것 보고 죽는 거구. 힘들었던 부분은 김태우씨가 떨어져 죽고, 카메라가 방으로 들어가서 오디오를 클로즈업한뒤, 계단을 내려오면 김혜수씨가 나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히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부분을 뺄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자칫 잘못하면 관객들이 귀신이었구나 오해할 수도 있어서. 그래도 넣기로 한 이유는 그게 헛것이라는 장치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했어요. 당신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어떤 의도도 있구. 또, 혜수씨가 너무 아름답게 찍혀서 뺄 수가 없었어. (웃음)

‘지수’가 처음부터 경계선 장애로 설정되진 않았다고 들었거든요.
처음엔 정신병자로 설정했는데 의사들한테 감수를 받게 되잖아요. 정신과 의사인 내 친구들한테 보여줬더니, 논의한 끝에 경계선 장애가 제일 낫겠다고 그러더라구. 경계선 장애는 신경쇠약자에요, 정신병자가 아니구.
경계선 장애는 장애의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고, 병 자체가 명확히 규정이 안 돼 있대요. 물론 그대로 방치하면 정신분열증로 전이될 수도 있구. 지수가 환각도 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잖아요. 그래서 경계선 장애가 제일 낫겠다 싶어, 조금 더 각색을 했죠. 근데 정신과 의사들마다 진단이 다 달라요, 병명도 다 다르구. 그래서 가장 애매한 경계선 장애로 정했어요. (웃음)

‘석원’이 최면 치료를 하는 와중에, 환자와 관계를 맺는다는 게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있죠. 그런데 실제로 가능한 일이에요. 고소 사건도 꽤 많은데, 의사 환자 간에 관계를 맺는게 산부인과가 1위, 2위가 정신과에요. 정신과 의사들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거든.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게 석원이 의사의 선을 넘는다는게 굉장히 나쁜 일이지만, 정확히, 처절하게 응징을 당하잖아. 그런 부분에 있어선 얼마든지 문제 제기를 해도,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정신병 환자들의 사례는 실제로 조사하신 건가요?
전 리서치 작업은 전혀 안 해요. 대충 상식으로 쓰는데, 그래야 상상이 자유로워요. 자료 조사를 하면 거기에 갇히게 돼. 내 경우는 그래요.

석원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는 몇 명의 환자들도, 영화에서 어떤 의미들로 작용할 것 같아요. 그런가요?
그 부분은 드라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들이에요. 석원은 정신과 의사고, 지수라는 인물한 명만 상대하는 인물이 아니잖아요. 석원이 봤을 때, 수연은 어떤 의미에서 지수의 다른 형태의 지수고, 형규도 다른 형태의 석원이라는 거죠. 제 생각엔 <로드무비>때도 똑같은 얘길 들었는데…포커스를 맞추진 않았지만 전 그 인물들을 단지 소도구로 이용하지 않아요. 말하자면, 만약 그 인물들에 포커스를 돌리면 나름의 굉장한 이야기가 되거든요.
하지만 여기선 수연을 비롯한 환자들은 일종의 쉬어가는 화면이죠.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면, 촌스러운 거지.

<얼굴없는 미녀>에선 공간의 상징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병원의 구름다리나 헬스장 등등 말이죠.
그렇죠…전 풀샷을 되게 좋아해요. 풀샷에서 인물들이 오고 가는 모습이 굉장히 많을 거에요. 그런 구도를 선호하는데, 화면 자체가 스펙터클하면서도 뭔가 집중있게 느껴지도록 의도했어요. 텍스트 자체가 쉽게 읽히는 건 재미없잖아요. 처음에 기획실에서 어렵다고 난리 쳤는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

특히 병원의 구름다리같은 경우는 경계선 장애를 앓고 있는 지수를 선명하게 은유하는 장치같아요. 나중엔 지수의 남편도 그렇구요.
그쵸. 액센트 효과를 계속 줬어요. 그게 좋은 상징인거지. 자기만이 아는 상징은 아무 것도 아닌 거잖아요. 그건 제가 철저히 의도한 거고, 관객들이 그렇게 봐 주기 원한 부분이에요. 혜수씨가 굉장히 큰 광장같은 곳을 걸어가는 장면도 많잖아요. 바로 지수의 황폐함, 공허함 같은 걸 표현한 거죠.

영화에서 나오는 소품의 상당수가 감독님의 소장품이거나 좋아하시는 물건으로 알고 있거든요.
음, 그쵸. 예를 들면 나무들이 있는 흑백으로 긴 사진 있잖아요. 그건 민병훈씨라고 흑백 사진으로 굉장히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에요. 실제로 우리 집에 있던 건데, 허락을 맡아서 썼죠.

김혜수씨 의상이 정말 예사롭지 않은데, 감독님께서 고른 건가요?
아니죠. 혜수씨가 의상에 대해서 많이 사진을 올렸었고…저는 영화에서 여배우가 입고 싶은 옷 다 입게 하고, 자신의 맵씨를 뽐내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혜수씨 신났지. (웃음) 그게 여배우로서 즐거운 일이 될 거고, 전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컨펌은 제가 하긴 했는데, 혜수씨가 몇 벌의 옷을 가지고 와서 입어보면, 결정하고… 근데 마음에 안 들면 바꾸게 하는게 배우한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 그래서 대단히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화면이 상당히 스타일리쉬해요. 전작 <로드무비> 때는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색채를 따로 만지면서 한 프레임 안에서도 부분부분 색채를 조정해가는 프레임 편집기법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어땠나요?
음, 우리 촬영 기사가 핸드헬드의 달인이거든요. <거짓말>, <바람난 가족> 등등 되게 유려하잖아. 그런 장점을 가진 사람인데, 전 이번 영화에선 핸드헬드는 없다고 못박았죠. 견고하고 단단한 이미지들을 원했고, 의견일치가 됐어요. 그래서 비주얼들이 나쁘지 않을 거에요. 세게 착착 들어갔고…
라이트도 그랬어요. 기존 방식이 있는데, 전 새로운 방식을 원했거든요. 근데 조명 감독이 감독이 책임지면 하겠다, 감독이 원하는데 왜 못하냐해서 색깔, 필터, 앵글 등을 아주 강하게 썼죠.
아마 이 영화를 보고, 이미지 과잉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의 취향인 거고, 전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도 감독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참, 우리 음악은 어땠어요?

아, 네, 전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감독님이 음악을 좋아하시잖아요. 이번 영화에서 관여하시기도 했나요?
마지막 장면에 ‘보칼리제’가 흐르거든요. 특히 전 신영옥씨가 부른 보칼리제가 무척 아름다워서 계속 영화에 한번 써야지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다 이번에 <얼굴없는 미녀>하면서 편집실에 내 CD를 몽땅 가져왔었는데, 맨 처음 신영옥 CD가 눈에 띄더라구. 화면하고 너무나 잘 어울리구. 근데 영화에 쓴건 신영옥 버전은 아니에요. 좀 빠르죠.

<얼굴없는 미녀>는 <로드무비>에 이어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에 관한 감독님의 진실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되거든요. 특별히 ‘소통’에 대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요?
<로드무비>는 어떤 의미에서 짝사랑이죠. 대식의 사랑은 결국 거부당하잖아요. 하지만 대식은 끝까지 자기 절제를 했던 인물인 반면에, <얼굴없는 미녀>에서 석원은 확 가 버리는 인물이에요. 대식도 죽지만, 석원의 죽음은 그와는 의미가 달라요. 석원은 죽음으로써 굉장히 평온해졌잖아요. 그런 걸 그리고 싶었어요.

<얼굴없는 미녀>에서 지수와 석원 둘 중에 어느 쪽에 더 무게중심을 실은 건가요?
정확히 씬이 반반이에요. 석원을 따라갈 수도 있고, 지수를 따라갈 수도 있고, 감정에 따라 따라가면 되는 거죠. <로드무비>는 그런 의미에선 실패했어요. 똑같이 배분했었는데, 대식쪽에 실리고 말았죠.

소통 부분과 관련해서요. 감독님이 실제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소통의 색깔도 어두운 편인가요?
음, 제가 프랑스 유학파라는 이력 때문에 프랑스 영화의 수혜를 받았다는 식의 평가들이 있어요. 저만의 새로운 영화로 보는 게 아니구요. 하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실제로 프랑스에선 내 영화같은 스타일의 영화가 없어. 내 개성이고 스타일일 뿐이죠.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프랑스 영화풍이라고 쉽게 볼려고 하지 않았으면 해요. 적어도 내 영화를 봤을 때 좋은 책 한 권, 좋은 화보집을 보고 나온 느낌이길 바라죠.

<얼굴없는 미녀>가 어렵게 느껴지는 관객들도 적진 않을 것 같거든요.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헛갈리는 건 좀 있겠지만…김혜수의 회상들도 진지하게 찍혀져서 그게 거짓말일까 생각하는 관객들도 없을 거구요. 전 계속 복귀를 시켰거든요. 지나온 컷에 대해서 계속 해답을 주면서 갔던 거죠.
<얼굴없는 미녀>는 슬프면서 단순한 영화에요. 하지만 관객들이 머리를 좀 써가면서 봤으면 하죠. 그냥 팝콘 먹으면서 보는 게 아니라 머리가 좀 아파졌으면 하는 거죠. 구조 자체는 퍼즐같이 해놨지만 전체적으로는 명확한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아무렴 내 영화가 <장화,홍련>처럼 어렵겠어? (웃음)

영화의 비주얼도 스타일리시하지만, 감독님의 모습 자체도 그런 것 같아요. (웃음) 학창시절부터 그렇게 남다르셨는지?
그랬을 거에요. 왜냐면…전 그래야 마음이 편해요. 남이 뭐라고 하든 의식을 별로 안 하는 타입이죠. 그런데 제가 옷이 많은 가 하면 그렇지도 않거든요. (함께 참석한 마케팅 담당자를 보고) 그렇지? (웃음)
사실 좋게 보니, 스타일리시한거지 재수없다, 밥맛이다, 그런 얘기도 듣죠. 어떻게 보면 사회생활에 더 많은 불이익이 오기도 해요. 제가 데뷔가 늦어진 이유 중엔 그 이유도 클 거에요. 왜냐 믿질 못하겠거든. 또라이같고 신뢰가 안 가지. 지금은 좋게 봐 주니 고마운 거죠.

네, 오랜 시간 감독님 감사합니다~

취재: 심수진 기자


6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10
qsay11tem
졿은 활동을   
2007-08-09 21:28
kpop20
기사 잘 읽었어요   
2007-05-27 03:36
soaring2
김혜수를 내건 작품으로서만 기억에 남네요   
2005-02-13 06:28
l62362
김혜수의 파격노출로만 돌풍을일으켰던.. 영화자체에대한 관심이 부족했었던듯해요..   
2005-02-11 22:31
cko27
ㅎㅎ 뭔가 양념하나만 더 뿌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정말 기대되는 감독중 하나.^^   
2005-02-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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