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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 깐 세 남자, ‘얼굴없는 미녀’ 김혜수를 만나다
인터뷰 | 2004년 7월 20일 화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이례적인 일이었다. 회사 동료들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일만은 꼭 내가 나서야 된다며 알다가도 모를 불타는 사명감에 휩싸여 얼굴에 철판 깔고 세 남정네가 인터뷰 자리에 떼거지로 출동한 사례는.
왜긴 왜겠는가? 떴다 하면 온통 술렁임으로 공간을 숨 막히게 만드는 당대의 미녀 중의 미녀 김혜수를 접선하는 자리였으니 그랬지.

어쨌든, 예상대로 그녀는 아닌 건 아니라고 하고 긴 건 그렇다고 하는 호불호가 명확한 당당한 배우였다. 다만, 이것만큼은 적잖이 근심하며 조심스러워 하는 듯했다. 육체가 본격적으로 현대인의 삶에 있어 중요한 수단과 도구로 들어서는 시대와 맞물려 미디어의 진보로 인해 융단폭격 적으로 노출된 그간의 자신의 화려한 외양 매무새에 배우로서의 존재가 매몰된 것은 아닌지...

깊고 넓게 대중의 망막에 각인된 김혜수의 강렬한 이미지는 그녀가 분한 캐릭터를 올곧게 볼 수 없는 필터로 작용해왔음은 기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화는 물론이고 자연인 김혜수에게도 거듭남의 과정의 장애물로 복무될 수 있는 이러한 질곡에서 헤어나고자 그녀는 <얼굴없는 미녀>를 어렵사리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과 대중은 집요하리만치 이번 작품에서도 상당부분 그녀의 육체성에 골몰한 채 스스로 시선을 가두고 헐떡거리고 있는 중이다. 김혜수의 말마따나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언론매체라면 과도한 오바질은 분명 자제해야함에도 말이다.

그러기에 그녀는 말한다.
“보시면 알겠지만 <얼굴없는 미녀>는 김혜수 몸땡이 하나로 좌우되는 영화가 아니다”



점심식사는 했는지?
(인터뷰가 마련된 장소로 들어가 보니 계속되는 인터뷰로 김혜수는 막간을 이용해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먹고 있는 중이지만 이거 가지고는 안 된다. 더 먹어야 한다.

지금 비가 오는데 이런 날씨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비 오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촬영 끝내고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더빙하고 촬영 때문에 호주 갔다 오고, 뭐 그랬다. 그리고 크랭크업이 예정일보다 한 달 뒤로 밀려 끝나자마자 바로 홍보 들어간 상태다. 혹 아시는가? 개봉일이 7월 말에서 8월 초(6일)로 연기된 것을.....좀 더 많은 분들에게 영화를 알리고자 일주일 밀었다.

이 인터뷰가 오늘 세 번째로 알고 있다. 솔직히 이렇게 인터뷰를 릴레이식으로 계속하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영화 생각난다. 계속 이야기 하다보니. 그럼으로써, 긴장하게 된다. 잊어버리고 싶은 게 많은데 영화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했던 얘기 계속하니 좀 지겨운 면도 있다.(웃음)

완성된 필름은 아니더라도, 영화를 봤을 거다. 필자 역시 몇몇 기자들과 함께 며칠 전 제작사에서 <얼굴없는 미녀>를 봤다.
마침 혼자 보고 싶었는데, 그럴 찬스가 어제 와, 혼자 조용히 영화를 봤다.

어떠셨나?
나야 말로 묻고 싶다. 영화 어떻게 봤나?
낯설게 와 닿은 점도 있었지만, 영화의 몽환적이면서도 우울한 분위기와 정서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주인공인 당신은?
찍으면서 현장 편집 본을 계속 보기도 했고, 정서나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역시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결과물을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나 비주얼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분명 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니까 일단 마음이 편하다. 나 역시 몹시 궁금했는데 말이다.

캐릭터 설명을 굳이 해달라고 하지 않는데 이번만큼은 좀 물어봐야 할 듯싶다. 당신이 귀신이라는 등 도플갱어라는 둥 많은 이들이 모호해 한다.
음, 정서적으로 지수는 과거의 기억과 상처 때문에 불안하고 경계성 장애를 앓는 슬픈 여자다. 과거로 인해 현재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여자이기도 하고...
또 나한테 지수는,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사람 같은 존재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여자이니까...


경계성 성격 장애의, 극도의 감정변화를 보이는, 지수 역할로 분하기 위해 갖가지 준비를 했을 거다. 뭐 도움이 될 만한 영화를 본다 거나 자료 수집 같은 거 말이다.
사실 자료에 의존하는 편은 아니고, 영화 프리프로덕션단계에서 영화에 참여한 전 스탭끼리 사진도 올리고 할 수 있는,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게 의외로 도움이 컸다. 영화가 굉장히 낯선 이미지와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말보다는 이미지로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럼으로써 좀 추상적인 게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그것에 전적으로 의존하진 않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이미지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됐다.

<얼굴없는 미녀>를 결정적으로 선택한 이유?
일단,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를 아주 잘 봤다. 그런 후 시나리오를 받았다.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좋은 감독이 보내 거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어려웠고 복잡하게 와 닿았다. 이야기가 난해 해서라기보단 캐릭터 자체가 부담이 좀 됐고, 낯선 정서를 전달하는 소재이다 보니까.

그래서 모든 것을 오케이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 또한 ‘우울하다’ 어떻다 딱히 표현하기 힘들었고.....하지만 몽환적이고 섬세한 무드 그리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이 작품, 감독과 함께 한번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그러한 지점에서 용기를 내 하게 됐다 볼 수 있다.

영화가 촬영에 돌입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무비스트를 포함한 모든 언론, 그리고 대중들은 사실, 당신의 노출수위에 대해 끊임없이 술렁이며 떠들어왔다. 솔직히, 이러한 분위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영화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이미지만 보여줬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이 옷을 벗고 살이 부대끼기 때문에 그 자체를 야하게 느낄 수도 있을 거다.
영화전문매체가 아닌 이상 눈에 띄게 제목을 뽑아내고 그런 부분에 포커스를 잡는 거, 예상 못했던 건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그런 점이 많이 부각됐다고 본다. 매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거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일면 지나치게 치우치는 건 좀 문제라 본다. 그거 하나로 영화가 판단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영화를 선택하고 연기자가 노출수위를 조율하는 데 있어 사실 개인적으로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고민도 많이 하고 그 외 또 다른 난관이 많은데, 그걸 간단하게 “화끈하게 벗었다”는 식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단순하게 활자화해 표현하는 것은 회의적이다.

그리고 영화를 관객들이 보시면 알겠지만 이 영화는 김혜수 몸땡이 하나로 좌우되는 영화도 아니고, 감독 역시 그러한 의도가 있는 사람도 절대 아니다. 결국, 매체가 많아지다 보니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거 같다. 어쨌든, 생각보다 그러한 노출에 대한 관심 수준이 세다고 느꼈다.

당신의 노출에 대한 관심도 관심이지만 상대역을 맡은 김태우씨의 샤워장 안에서의 등짝 신, 굉장히 인상적이고 의외였다. 터미네이터의 발가벗은 모습이 포개질 정도였으니 여성분들 적잖이 기대하셔도 좋을 거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인상 깊은 신이 있다면
다 남다르고 애착이 간다.

천장과 바닥을 치는 극도의 감정변화를 일으키는 인물이라 촬영하면서 어려웠을 거라 생각된다.
보시다시피 캐릭터가 굉장히 어렵다. 경계성 성격 장애병이라는 것도 생소하고 그것에 대해 상식도 부족하고 그래서 우선 정보가 필요했다. 정서적으로는 지수처럼 극단적이고 극적이진 않지만 내 자신의 모습을 이것저것 둘러보면 끄집어 낼 수 있다고 봤다. 그런 부분을 극대화시켜 지수라는 캐릭터에 임했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치장되었지만 사실 영화는 우울한 정서가 상당히 깃들어 있다. 촬영장 분위기 역시 그러한 영향을 받았는지
당연하다. 이런 영화가 처음부터 왁자한 분위기로 나갔다면 뭔가 삐거덕거렸을 거다. 굉장히 진지하고 침착하게 작업이 진행된 현장이었다.

지수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기보다 상당히 만들어진 목소리다. 위압적임과 동시에 중성적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저음의 모노톤이다. 감독의 특별한 요구중의 하나였다. 물론, 배우들의 동의 하에 이뤄졌다. 지수는 감정 변화가 심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현상이 있기까지는 무감정이다 싶을 정도로 모노톤이다.

영화를 보면 화려한 색감의 옷들과 웬만한 여자들은 소화하기 힘든 멋스런 헤어스타일이 수시로 등장한다. 캐릭터에 따른 설정이겠지만 그간 화면에 비춰진 당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에 만족했을 거 같은데...
선입견이다(단호하게). 개인적으로 화려한 취향을 그다지 썩 선호하지는 않는다. 지수의 외면적인 이미지가 이 정도로 언론에 극대화 될지 사실 몰랐다. 내적인 게 많이 부각될지 알았지.
감독이 지수를 통해 보이고자 하는 이미지나 비주얼은 확고했다. 그래서 영화를 찍으면서도 조심스러웠고 걱정됐다. 지수를 김혜수로 완전 똑같이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말해, 과장된 언론의 표현 때문에 김혜수는 화려한 패션을 선호하고 뭐 그런 식으로 캐릭터에 접근했을 거라는 오해를 받지 않을까 경계했다는 거다. 물론, 지수와 나를 철저하게 분리해 볼 수는 없겠지만 이왕이면 캐릭터 자체로 봐줬으면 한다.

아쉬웠던 점도 있을 거다. 어떤 특정 장면일 수도 있고, 영화 외적인 문제에 있을 수도 있고.
글쎄다. 아까 말했듯이 어제 처음 봤는데 일단 안도감이 들었다. 절대적으로 영화에 만족해서라기보단 내가 찍은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우선은 대중이 어떻게 볼지 초조하다.

영화의 내용과는 큰 상관없지만 영화의 모티브는 오래 전 TBC 방송의 장미희 이순재 주연의 추리극에서 따왔다고 들었다. 혹 보셨나?
봤다. 아주 어릴 때. 지금도 기억하는데 납량 특집극 시리즈 중에서 임팩트가 가장 강하게 와 닿았던 거 같다. 구체적인 스토리나 이미지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장미희 선배님랑 이순재 선생님의 그때 모습들이 생각이 나긴 한다. 하지만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 드라마를 생각하진 않았다.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배우의 입장에서 김인식 감독에 대해 말한다면
굉장히 보기 드물 정도로 자기 스타일이 강렬하고 개성이 뚜렷한 감독이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는 확고한 연출가다. 인간적으로는 아주 순수하다. 표현이 아주 단순하고 직접적이어서 오해받을 수 있을 만큼 밝고 순수한다. 어쨌든, 자기 것에 대한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이다.

꾸준히 영화를 찍기보다는 좀 띄엄띄엄 영화에 출연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스러운 행보인지. 아니면 나름대로의 계획에 의한 결과인지
계획하고 일하는 편은 아니다. 뭐 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 같다.

뭐 세간에 떠드는 시쳇말로 당신이 벗으면 50만은 그냥 들어온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 부분 몸 드러냄에 있다. 솔직히 필자 역시도 그 부류 중에 한 사람일 게다. 허나, 그것 말고도 이 영화가 보여주고 말하고 싶은 부분이 분명 있을 거다. 예비관객들이 뭘 기대하고 왔으면 하나?
연기자 입장에서는 어떤 식의 기대감이든 감사할 뿐이다. 어떤 목적이나 기대감을 갖고 오더라도 그 이상의 것들을 좀 가지고 갈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영화매체에 대해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뭐가 있겠나?
독자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좀 더 폭넓게 정보를 판단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달해줬으면 한다. 매체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한데 종종 관객이나 독자가 순수하게 자기 의지대로 감성대로 헤아릴 수 없도록 정보를 미리 차단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섣불리 단정 짓지 말고 개념정리 하지 말았으면 한다.

앞으로의 계획.
그럴 여력이 없어서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일단 안정을 취할 시간을 갖고. 나중에 생각해봐야 할 듯싶다.

어떤 배우로 만큼은 남기 싫은지.
내가 싫다고 하기 전에 “너 그만해!” 그럴 거 같다(웃음)
인간적으로 철이 없고 연기자로서 어떤 정체성을 파악하기 힘든 이른 나이에 연기자 생활을 했다. 일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 정리된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래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 싫다는 식의 큰 목표보다는 평소 그냥 잘~~~~~~하고 제대로 하는 그런 배우로서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그거조차 힘들겠지만.

마지막으로 인사 한마디 부탁드린다.
4개월간 성실하게 촬영을 마치고 드디어 8월초에 <얼굴없는 미녀>가 개봉하게 됐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영화관에 방문해 직접 기대치를 확인해주시길 바란다.

# 얼굴에 철판 깐 세 남자
취재: 서대원 기자
촬영: 이기성 피디
사진: 최동규 기자


8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12
qsay11tem
이쁘십니다 진짜루   
2007-08-09 21:24
kpop20
예쁜 배우   
2007-05-27 11:09
ldk209
이 때까지만 해도.. 김혜수.. 참 힘들었지...   
2006-12-30 00:56
a1046
멋지게 나이를 먹고 있는 배우 같아서 좋아요. 자기관리같은것도 철저하고.. 남자분들이 모두 인터뷰 하러 나가실려고 하실만한듯^^   
2005-02-15 19:06
soaring2
김혜수씨의 연기력은 좋았지만 영화는 별로였다고 생각합니다.   
2005-02-13 06:39
l62362
작품만을보고 이렇게 한국여배우로선 도전하기 어려운역에 출여결정을하신용기..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2005-02-11 22:52
cko27
ㅎㅎ 볼륨있는 몸매가 참 예쁘시네요.. 드라마로도 잘보고있답니다. 또 좋은 영화로 돌아오시길.   
2005-02-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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