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1부, 두근거리며 만나다! 멋진 '라이어' 주진모, 공형진!
유쾌했던 공형진과의 인터뷰 | 2004년 4월 19일 월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공형진을 만났을 때, 그는 25년만에 처음으로 난 다래끼 때문에 멋진 선글래스를 끼고 있었다. 다래끼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편안하게 시작한 공형진과의 인터뷰. 인터뷰이를 자연스럽게 리드해야 할 기자를 오히려 특유의 넉살과 기분좋은 미소로 이끌었던 그였기에, 기자는 인터뷰때마다 찾아오는 긴장감을 감쪽같이 던져버릴 수 있었다. ‘아, 이런 배우이기 때문에 그토록 즐거운 연기를 펼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솟아났던 짧지만 유쾌했던 공형진과의 인터뷰. 그 현장으로, 저와 함께 씽~가보실래요?

*이 인터뷰는 <라이어> 시사회 전에 이루어졌음을 밟힙니다!

먼저, 영화 <라이어>를 끝내고 난 소감부터 말씀해 주세요.
아쉬워요.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아쉽고, 과연 내가 요번에 맡은 역할을 잘 해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아쉽고…만감이 교차하죠. 또 저희들은 작품으로 여러분들에게 표현하는 직업이니까 관객분들은 이번 작품을 어떻게 봐 주실까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하고…계속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하는 수험생같은 기분이에요.

공형진씨가 맡은 배역에 대해서 살짝 소개해 주세요.
(뒤에 놓인 포스터 속의 자신을 가리키며) 이 친구인데, ‘정만철(주진모)’의 죽마고우인 ‘노상구’라는 역할이에요. 이 친구의 독특한 좌우명이 12시 이전에 출근하는 직업은 가지지 않는다는 건데. (웃음) 어떻게 하면 일을 덜 하면서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아주 허무맹랑한 생각을 갖고 있는…좋게 얘기하면 낙천적인 친구에요. 친구가 우연잖게 한 거짓말, 혹은 사건에 연루돼서 그 사건을 수습해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늪에 빠지는 암담한 (?) 역할이죠.

연극 <라이어>는 보신 적 있으세요?
제가요, 93년도에 이 연극이 우리나라에 초연됐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 당시에 한양대학교 출신들이 모인 한양 레퍼토리가 공연을 했었는데, 원래는 <런 포 유어 와이프(Run for Your Wife>라는 레이 쿠니 경의 연극이었어요. 영국에선 ‘경’이라는 칭호를 붙일 정도로 대단히 유명하신 분인데, 팔순 정도 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시는 분이래요. 아무튼 그 당시에 이 연극이 너무 재밌어서 한 세 번을 봤어요. 그런데 십수년이 지난 요번에 우연찮게 영화화됐고, 저한테 섭외가 들어와서 너무너무 흔쾌히 수락을 했죠.

벌써 빵빵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계신데, 약간의 예외도 있지만 대개 코믹한 이미지셨어요. 그런 이미지를 일부러 고수하셨던 건가요?
그렇진 않구요. 제가 찍었던 영화들은 거의 드라마였지, 코믹을 위한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극중 상황이 제 나름대로는 대단히 진지했지만, 여러분들이 재밌게 들여다보시니까 즐거워하셨던 건 같은데…저는 특별히 웃겨야되겠다고 해서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TV 오락 프로그램같은 걸 봐도, 참 재밌으신데 원래 성격이 유머러스하세요?
물론 그런 성격도 분명한 제 성격이죠. 하지만 나머진 반은 깔끔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어서 어떤게 진짜 저라고 규정짓기는 힘들어요. 자연인 공형진은 뭐랄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성격을 가지고 싶어하는 면이 있구요. 양면이 공존한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음, 그래도 영화때문인지 공형진씨를 코믹한 배우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런 점에 대한 불만같은 건 없으세요?
뭐 제가 그렇게 한 거니까 불만이 있을 순 없죠. 하지만 저를 아시는 분들은 연기로 보여질때와 실제의 저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는 걸 아시니까요. 그렇다고 평소에 인상쓰고 다닐 순 없잖아요. (웃음) 거기에 따른 불만이 있다기보단 앞으로 기회가 되서 또 다른 모습들을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으면 되는 거죠. 이미지라는 것은 그때그때 틀려지게 마련이니까 불만을 갖거나 조급해하진 않아요.

주진모씨와 첫 호흡을 맞추셨는데, 어떠셨어요?
5만 프로 잘 맞았어요. 주진모씨가 지금까지 했던 연기들은 대단히 선이 굵고 남성적인 캐릭터가 많았잖아요. 근데 그 친구 실생활이 대단히 재밌고 즐거워요. 이번 작품하면서 제가 진모한테 “야, 진모야! 이런 부분들은 네가 억지로 부각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라 평소의 네 모습대로 하면 난 될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그 친구가 무장해제를 하고 잘 해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보여졌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이번에 자연스럽게 계기가 돼서 해냈는데…그게 주진모라는 배우의 능력이겠죠.

음, 주진모씨가 코믹 연기는 처음이었잖아요. 혹시 공형진씨가 뭔가 조언이랄지 도움을 준 측면이 있나요?
에이, 도움을 줬다고 하는 건 건방진 거구요. 제가 무슨 도움을 줬겠어요? 자기가 알아서 나름대로 준비하고, 잘 표현해 내니까 옆에서 즐거웠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구요. 행복해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다만 같은 파트너로서 도움을 줬다고 하면, 그 친구가 저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한 거 외에는 다른 건 없는 것 같아요.

촬영 중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요? 제가 듣기로, 촬영 현장이 폭소의 도가니였다고 하던데….
저는 촬영할 때 스태프들과의 조화랄지, 그 현장 분위기가 좋으면 영화는 분명 좋다는 지론을 갖고 있어요. 근데 그러기 위해선 자기 안에 훨씬 더 삭막한 분위기들이 있어야 해요. 그게 스태프가 됐든, 배우가 됐든 말이죠. 최선 말고도, 수많은 차선들을 준비하고 있어야 어떤 돌발적인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으니까 아무런 문제없이 흘러갈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현장분위기는 자연히 좋아지구요.
저는 ‘즐겁게 했다’라는 것이, 그런 필요충분 조건들이 다 갖춰졌기 때문에 현장이 즐겁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보거든요. 장윤현 감독님이 이 영화를 보시고, 불안해하는 저한테 정말로 우리나라에서도 웰 메이드 코미디 영화가 나왔다고 자부한다고 격려를 해 주시더라구요. 그 말씀을 듣고 조금은 안심을 했어요. 물론 관객 여러분들이 얼마나 냉철하게 봐 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쉽사리 외면당하거나 욕먹지는 않을 것 같아요.

<라이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예를 들어 김경형 감독이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히트를 쳐서 특별히 신뢰감이 들었다든지 하는….
물론 김경형 감독님이 전작에 대한 히트를 했기 때문에 좋은 어드밴테이지를 갖고 있다는 건 건 부인할 수 없겠죠.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진 않잖아요. 분명히 다른 작품, 다른 배우들과 하는 거니까. 시나리오에 대한 저 나름대로의 믿음, 동료 배우분들에 대한 기대감 등이 한데 어우러져서 거리낌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경형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끌어내는 스타일이셨나요, 아니면 지도하는 스타일이셨나요?
전자인데요, 대단히 예민하고 냉철한 부분들을 기본 성향으로 가지신 분이에요. 자신의 컨트롤에 따라, 배우들에게 편안하게 놀 자리를 마련해 주고, 저희들의 의사를 반영해주고 배려해 주시는 감독님이에요. 배우들로서는 그게 편했지만, 한편으론 훨씬 부담스럽기도 했죠. 왜냐면 저희들의 뜻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주시는 와중에서도, 당신께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딱 주관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그런 부분이 저희들에게 힘이 많이 됐죠.

공형진씨 애드립이 영화에 많이 들어갔나요?
안들어갔다고 하면 거짓말인데요, 애드립이라는 건 상황에 적절하게 녹아들어가야 애드립이지 어떤 개인을 부각시키기 위해 하는 거면, 설정이지 애드립이 아니잖아요. (잠시 생각에 잠기며) 의욕하고도 관계가 있을 수 있는 건데요, 애드립은 그야말로 애드립이 되야지 그게 과하거나 하면 수습할 수 없게 돼요. 본연의 의미에서 탈색되기도 하고…. 감독님이 중간에서 적절하게 잘 컨트롤 해주셨던 것 같아요.

같이 출연한 임현식, 손현주씨도 정말 연기 잘 하고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으신 분들인데….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수긍을 하며)어휴, 거의 달인들이시죠. 전 그래서 다시는 임현식씨하고는 같이 작업하고 싶지 않아요.

(조심스럽게) 혹시 못 튀었다는 생각 때문인가요?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그랬다기보다 너~무 웃겨서 N.G를 많이 내서요. 너무 행복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래도 못 튀지 않을까하는 부담감같은 건 없으셨나요?
그러면 그건 배우의 기본 자질이 아닌 거죠. 자기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야지 무슨 싸움터나 전쟁터도 아니고, 누가 누굴 잡아먹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각자 맡은 위치가 분명히 있는 거니까 그런 부담같은 건 없어요.

평소 연기에 대한 내공은 어떻게 닦으시는 편이세요?
저는 사람들 구경하는 거 좋아하구요, 여러 영화들을 보면서 ‘저 분은 저럴 때 저렇게 표현하시는구나’하고 연구해요. 특별하게 장르를 국한해서 영화를 보진 않구요, 단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가긴 해요.

음,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들 중에서 정말 호흡이 딱딱 맞았던 배우가 있다면요?
주진모씨도 있고, 신현준씨나 신은경씨도 있고, 조인성군도 참 좋았는데…. 최민식 선배님하고는 꼭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요. 호흡이 잘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땐 제가 너무나 잘 모르고 있었어요. 물론 지금 잘 안다는 건 아니구요. 그래도 그때보다는 좀 나아지지 않았겠어요? 최민식 선배님하고는 그런 역할로 다시 한번 꼭 만나 뵙고 싶어요. 그래서 민식이 형한테 안 운다고 칭찬받으면서 해보고 싶어요.

지금 보면, 한국 영화가 코미디 장르에 유독 편중된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르적으로 어떤 것이 호응을 얻더라’해서, 그쪽으로 편중되고 하는 건 그다지 좋은 측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은 많이 다양화됐다고 보지만…. 사실요, 어떻게 생각해 보면 지금 코믹 영화는 끝물같아요. 제가 볼 때 워낙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지셨고, 웰메이드 영화에 대한 욕구가 크시기 때문에, 이제는 어설프게 어영부영 만들어서, ‘이런 영화가 돈번대더라’라고 해서 영화를 만드는 분들한텐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거라고 봐요.

<라이어>가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도 그저 그런 코미디 영화가 아닐까하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 같아요. <라이어>만의 매력을 짚어주신다면요?
대단히 스피드있게 전개가 되고, 탄탄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중간중간 재미와 웃음을 주지만, 마지막에는 거짓말에 관한 폐해같은 걸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선 교훈적인 의미로도 다가갈 수 있구요.

솔직히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세요?
물론 잘 되면 좋긴 하지만, 흥행에 대한 얘기를 제가 지금 꺼내는 건 굉장히 시건방진 얘기가 될 것 같아요.

(웃으며) 아까 재밌는 에피소드에 대해서 말씀 안 해주셨는데요.
아, 임현식 선배님 때문에 너무나 웃겼던 얘기인데요, 대사가 없는 신이었어요. 저랑 진모 는 무슨 생각에 젖어있고, 선배님은 커피를 드시는 장면이었는데. (앞에 놓인 종이컵을 들고 직접 흉내를 내면서) 근데 커피를요, ‘후르륵 후르륵 훠여어어~’ 이렇게 소리를 내면서 드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제발, 선배님! 커피를 그냥 드셔달라구” 그랬는데, 매 테이크마다 다른 신음소리와 호흡을 가지고 커피를 드시더라구요. 나중엔 (웃음이 나서) 그냥 안 보고 연기를 했던 적이 있어요. 그 외에 너무 많아요.

영화 언론 매체에 대한 불만같은 게 있으시다면요?
언론 매체에 대한 불만이라고 얘기하는 게 옳을 진 모르겠는데…저는 현장에서 땀흘리는 분들의 노고는 생각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지적 수준에 도취돼서 주관적인 입장으로 영화를 폄하하는 분들에 대한 생각은 대단히 호전적이에요. (말에 힘을 주며) 직접 만들어보세요. 직접 만들어 보신 다음에 얘기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는 다분히 관객들이 평가하는 것이지, 그분들이 그 영화에 대해서 싸잡아서 평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봐요. 감상의 포인트를 얘기할 순 있겠지만, 마치 판사가 구형하듯이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를 판가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차기작이 정해지셨나요? 시나리오 많이 들어오고 있죠?
(장난스럽게 기자를 보며) 없어요. 농담이구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있는데,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 열심히 도전할 만한 작품을 찾아서 곧 찾아뵙겠습니다.


인터뷰: 심수진 기자
촬영: 이기성 피디


*주진모도 만나고 싶지 않으세요? 그럼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6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16
qsay11tem
괜찮은 배우   
2007-08-09 21:15
kpop20
유쾌한 배우   
2007-05-27 11:23
ldk209
이런 영화도 있었구나.... -,-;;   
2006-12-28 00:05
soaring2
정말 좋은 배우같아요~   
2005-02-13 07:00
cko27
ㅎㅎ공형진 진짜 재밌던데.ㅋㅋ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2005-02-09 18:25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