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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같은 사랑은 아직” <동감> 여진구 배우
2022년 11월 22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1997년생, 스물여섯, 17년 차 배우. 아역으로 출발한 여진구는 이미 중학교 때 장준환 감독이 연출한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서 김윤석, 조진웅 등의 쟁쟁한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해 온 그의 성장을, 훈훈한 미소와 함께 지켜본 이가 많을 터다. 그가 ‘20대 첫사랑에 빠진 대학생’이라는 꼭 맞는 옷을 입고 관객을 찾는다.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 로맨스 <동감>(2000)의 리메이크작에서 90년대 후반, 청춘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 여진구를 만났다. 수동 카메라 촬영에 흠뻑 빠졌고, 음식과 요리에는 진심이며, 불 같은 사랑은 아직이라는 그의 말을 들어본다.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는 영화로 기억해요.” 200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로맨스 영화 <동감>(2000)의 팬을 자처하는 여진구다. 한때 1990대와 2000년대 한국 로맨스 영화에 푹 빠졌었고, 이때 본 <동감>은 로맨스와 반전 있는 스토리에 색감까지 따뜻한 영화였다고. 덕분에 리메이크 영화에 제안 받아 무엇보다 기뻤고, 시나리오를 받고 보니 역시 좋았다고 회상한다.

개봉에 임박해 진행한 VIP 시사회에는 주지훈, 샤이니 민호, 임시완 등이 참석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영화를 보고 마치 20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해요.” 형들이 향수를 느끼기를 바랐던 여진구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 한편으로는 20대에 이런 청춘로맨스를 남겼다는 점에서 축하를 꽤나 많이 받았단다.

리메이크된 <동감>에서 여진구는 1999년에 사는 95학번 ‘용’으로 분해, 2022년에 사는 21학번 ‘무늬’(조이현)와 낡은 무전기를 통해 기적처럼 연결된다. 원작의 김하늘 롤로 성별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한층 밝아진 모습이다.

“감독님은 ‘용’이 평범한 친구이길 바랐어요. 자기 꿈이나 목표가 확실하기보다 주변과 사회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요. 문학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지만, 어른들의 권유로 이과에 가서 공대생이 되는 청춘 말이죠.” 청바지에 티셔츠 같은 용의 의상과 헤어는 최대한 평범하고 튀지 않게 보이기 위한 스타일링이다. 1999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에 자연스럽게 흡수된 모습이다.

“이런 친구가 처음으로 자기 감정에 확신을 갖게 하는 사람인 ‘한솔’(김혜윤)을 만나잖아요. 정말 눈이 멀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과연 그 감정을 주체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기도 했어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불 같은 사랑을 스물여섯 여진구는 경험해 봤을까.

“큰불 같은 사랑은 아니고, 작은 불 정도요? (웃음) 아직은 사랑할 준비가 안 됐다고, 그러니까 일과 학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큽니다. 그런데 후반부에서 무늬가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요, 너무 외로운 일이잖아요’라고 말하잖아요. 아주 마음을 두드렸어요.” 이러한 대사처럼 살고 싶다고, 가치관이 바뀌기도 했다고 <동감>(2022)의 작업을 통해 얻은 점을 꼽는다. 사랑이라는 걸 어떤 관계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감정이라고 느낀다고 심경의 변화를 전한다.

“실제 저는 ‘용’보다는 ‘한솔’에 가까운 편이에요. 어려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 길에 확신도 있었으니까요. 다만 극 중 용은 평소 친구들과 있을 때의 제 모습과 비슷한 면이 있어요. 한 가지에 꽂히면 눈이 먼다고 할지, 친구들이 ‘사람들이 네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놀랄 거야’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용과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스크린 속 자신을 보며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는 여진구, 너무 계산 없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고 털어놓는다.

이번 <동감>은 20대에 찍은 로맨스라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40대를 연기했다는 데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40대가 된 용의 감정을 헤아려 봤어요. 그가 20대 초반을 어떤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을지, 선배들이 말하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했죠. 또 용은 20대 청춘을 배려할 여유를 지닌 중년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이 변주된 지점 중 하나다. 2022년 무늬와 40대 작가가 된 용은 서로 마주 보며 인사를 나눈다. 40대 분장도 새로웠다. 여러 버전을 준비했으나 용이라면 너무 세련되지도 그렇다고 너무 나이든 모습도 아닌, 딱 그 나이로 보일 것 같아 미세한 주름과 피부 톤 정도만 변화를 줬다.

1997년생, 17년차. 아역으로 출발해 이미 중학교 때 장준환 감독이 연출한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서 김윤석,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등 쟁쟁한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학 진학 후, 관심이 생긴 필름 카메라 촬영과 그 결과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공유하는 그는 필름+수동+흑백 등 수준급의 촬영 실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또 예능을 통해 식재료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요리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거든요. 편식하지 않는 분이 이상형까지는 아니지만, 주요 조건 중 하나예요. 제철과 산지에서 나는 풍성한 식재료를 함께 즐기지 못한다면 너무 아쉽고 슬플 것 같아요.” 겨울은 해산물의 계절이라고, 조금 있으면 대방어 철이라고 소개하는 여진구. 어렸을 때부터 지방 촬영을 다니다 보니 지역의 맛집을 찾아가는 게 낙이었다고. 자연스럽게 지역 음식을 사랑하게 되고 술도 사랑하게 됐지만, 어디까지나 애주가일 뿐 폭주는 아니라고!

“제가 편하고 솔직하게 ‘용’에 접근한 것처럼 관객에게도 웃을 때 웃고, 울 때 울 수 있는 편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하며 배우로서 목표는 ‘오래 하는 것’이라고 꼽는다. 훗날 여유와 확신이 생기면 다른 배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고, 제작에 뜻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내비친다. 20대 남성의 숙제 같은 입대는 건강하게 태어났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마지막으로 여진구는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크게 생각없이 즐겁게 사는 편이에요. 연기할 때 빼고는 고민도 별로 하지 않고, 잘 자고 잘 먹어서 선배님들은 좋은 의미로 ‘건강한 친구’라고 말씀해 주시곤 합니다. 전에는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데 조심스러웠다면, 지금은 예전보다 속내를 많이 꺼내곤 해요.”


사진제공. 고고스튜디오

2022년 11월 22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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