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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를 사랑스럽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노영심 음악 감독
2022년 8월 18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18일(목) 종영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에는 ‘우영우’를 비롯한 매력적이고 따뜻한 캐릭터와 공감도 높은 에피소드! 더불어 편안하고 가슴에 스며드는 OST 또한 빼놓을 수 없다. 7년 만에 작업실의 문을 연 노영심 음악 감독을 만났다.


‘너를 보며 나를 생각했어.’ (김종완(넬) ‘용기’)


“PART1 ‘용기’에서 ‘너’는 우영우(박은빈), ‘나’는 이준호(강태오)를 의미해요. 제일 처음 만든 노래예요. 가사를 만들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하는 마음으로 접근해요.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멜로디를 타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노 감독은 말한다.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를 마주하면 흔히 마음이 앞서 액션이 커지고 목소리가 높아진다고. 호의라지만, 이런 에너지가 잔뜩 든 상대 앞에서 사회적 약자는 주눅들기 마련이다. 도와줄 때도 그들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교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불쌍해서, 연민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닌 수평적으로 다가간다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해 봤어요. 끝없이 자기를 반추하게 되는 존재를 만난다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요. 회전문의 움직임에 같이 발맞추듯, 영우의 뚜벅뚜벅 걷는 속도와 박자를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오늘도 고독한 상상이 구름을 타고 온다.’ (선우정아 ‘상상’)


“PART2 ‘상상’은 오래전에 만든 멜로디예요. 이게 노래가 될까 싶었는데 과연 노래가 됐네요. (웃음) 이상한 노래라고 습작노트에 적어 놨었거든요. 선우정아가 부르니 믿고 가져갔죠. 회전문 왈츠를 모티브로 풀어냈어요.”

노영심 음악감독(소속: (주)메가히트픽쳐스)은 1989년 쉬운 멜로디와 통통 튀는 가사로 유명한 노래 ‘희망사항’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1980년대 후반 가요계를 평정하며 발라드 계의 전설로 거듭난 가수 변진섭이 부른 이 곡의 작사, 작곡, 피아노&피처링을 겸했다.

“’희망사항’은 친구의 남자친구가 중창할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만든 거예요. 이런 노래를 만들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되더라고요. 신기했죠. 사실 ‘희망사항’은 시대의 코드가 반영된, 다시 말해 시대가 선택한 노래가 아닌가 해요.” 첫 작곡, 작사한 노래로 소위 대박을 터뜨린 감독이다.

여전히 회자되는 레전드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1)의 주제곡, 손예진과 감우성이 주연한 웰메이드 로맨스 드라마 <연애시대>(2006)를 비롯해 <자명고>, <시티홀>, <총리와 나>, <미스트리스> 등 여러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그이다.

“지난해 8월 2일 처음으로 <우영우> 유인식 감독님을 만났어요. 거의 1년간 작업한 셈이네요. 감독님이 제가 활동하는 재단을 통해 연락해 오셨거든요. 감독님은 노영심 음악 혹은 노영심 정서라는 걸 염두에 두고 저를 찾으셨던 것 같아요.”

노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시는 잊혀지는 준비를 하는 시기였다. 미래를 위한 잠시의 휴지기라고 해도 좋겠다.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으니, 어느 정도 시선에서 자유로운 일상을 준비하려는 마음이었다. 재단 활동을 병행하며 생활 속에서 음악 작업을 이어갔다.

“매년 평창에서 발달 장애인을 위한 캠프를 하고 있어요. 유인식 감독님은 전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음악 감독을 제안하셨는데 우연히도 공통점이 많았던 거죠.”

여러 발달 장애인을 만났다는 그에게 ‘우영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고 묻자, 뜻밖의 답변이 돌아온다.

“이해요? 학부모와 아이들과 꾸준히 함께해 와서 생각하게 되는 부분은 있어요. 부모의 심정이나 형편 등 관련 이슈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감히 이해한다고 말하기엔 부끄럽습니다.”

‘너는 내 생일보다 더 좋아’ (O3ohn(오존) ‘Better Than Birthday’)


“PART3 ‘Better Than Birthday’는 영우에게 생일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봤고, 이를 O3ohn과 함께 풀어냈어요. 영우가 준호에게 그러잖아요. (고래가 아닌) 사람이 보고 싶은 건 처음이라고요. 준호에게 사랑을 느낀 거죠. 너는 내 생일보다 좋아, 케이크보다 맛있어 이런 느낌을 미드 템포로 샤방샤방하게 표현해 봤어요.”

‘영우를 사랑스럽게 보이고 또한 사랑을 많이 받게 해주자!’ 노 감독이 작업하면서 삼은 하나의 나침반이다.

“메인 테마곡은 생각보다 늦게 나왔어요. 첫 촬영하고 보니 제가 대본에서 봤던 캐릭터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어요. 감독님이 엉뚱발랄을 강조해서, 엉뚱발랄이 뭘까 깊이 파고들었죠. 자다가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노이로제에 걸릴 듯했어요. (웃음) 마치 모래알에서 금도끼, 은도끼를 꺼내 든다고 할지, 여러 시도 끝에 나온 곡이에요.”

‘따다다 딴따, 따다다 딴다, 따다다 딴’ 상큼하게 드라마의 문을 여는 우영우 테마곡, 심플하고 투명한 이 곡은 과연 주인공 우영우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한다.

“극본이 기본 악보이자 감성 사전이에요. 몇 번을 읽다 보면 끌리는 단어가 들어와요. 다 그 안에 답이 있어요.”

문지원 작가와 사전에 만났냐는 질문에 아쉽게도 불발됐다는 노 감독, 문 작가가 ‘상상’ 노래를 듣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어느 지점인지 알 것 같다고 한다. ‘고독한 상상’, ‘햇살이 밀어준다’는 표현은 자신도 코끝이 찡해진다는 노 감독이다.

“감독님이 총체적인 그림을 너무 잘 그려 놓았고, 음악이 마치 캐릭터처럼 얘기해줘야 하는 부분을 잘 캐치하셨어요. 시청자들이 이런 점을 느낀 것 아닐까요.” 음악에 대한 높은 평가에 겸손한 답이 돌아온다.

제주도 대정리 모슬포에는 고래도 우영우도 그리고 노영심도 있었다


“주인공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서 EQ(공감능력)가 떨어지잖아요. 음악은 EQ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이에요. 그를 주인공으로 어떤 노래를 만들지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생각했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특히 그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어떻게 접근할지 깊이 생각했어요.”

용기’(김종완), ‘상상’(선우정아), ‘Better Than Birthday’(O3ohn), ‘기울이면’(원슈타인), ‘안하기가 쉽지 않아요’(수지) 등 수록곡 모두 노영심 감독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 제주도 에피소드에서 흐르는 ‘제주도의 푸른밤’은 박은빈 배우가 직접 불렀다.

“기한에 대한 압박은 물론이고 오랜만에 하는 작업이라 스스로 주는 압박도 상당했죠. 그때마다 제주도에 가서 고래를 보며 멍때리고 비우는 작업을 했어요. 비우고 걷다 보면 한결 편해져요. 들숨과 날숨의 호흡, 푸른 나무와 풀을 보는 게 많이 도움됐어요. 바다를 뚫어지게 보다가 만든 가사도 있어요.”

노 감독이 자주 찾는 장소는 마침 대정리 모슬포다. 불법포획으로 잡혀 와 돌고래쇼 공연을 하다가 구출돼 제주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춘삼이, 제돌이가 야생에서 터를 잡은 곳이다. 극 중 우영우가 가보고 싶어 하는 장소로 지난 10일과 11일에 방영된 에피소드의 주요 공간 배경이기도 하다.

“제주도 에피소드를 촬영하러 온 그때 마침 저도 제주도에 머물고 있었어요. 어떻게 힘을 보탤지 궁리하다가, 제주도에는 커피트럭도 없어서요, 제주도식 미숫가루차인 ‘보리개역’을 보냈어요. 미숫가루가 맛도 있고 요기도 되잖아요. 100잔을 만들어 같이 가서 나눠줬죠. 즐거운 추억이네요.”

7월 말 음악 작업을 끝낸 노 감독은 음반과 굿즈 발매라는 마지막 작업을 남겨 두고 있다.

“<우영우>를 어떻게 기억하고 간직할지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어요. 마무리 곡인 ‘엔딩 노트’를 타이틀로 했어요. 가능하다면 ‘엔딩 노트’의 음원 수입의 일부에 한해서는 자폐에 대해 연구를 하는 모임이나 단체에 힘을 실어 주고 싶은 바람이에요.”

마지막으로 노영심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건 어려워요. 만약 저를 소개한다면 이름 앞에 ‘피아니스트’를 붙일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좋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이요.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도 좋은 파장을 주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사진. 조세현 작가
제공. (주)메가히트픽쳐스

2022년 8월 18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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