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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명대사 '꼰대같나' 생각했지만... <소년심판> 김민석 작가
2022년 3월 15일 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김민석 작가는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의 근간이 된 대본을 썼다. 그는 극 중 엄격한 '심은석 판사'(김혜수)가 비행소년을 훈계하는 대사를 쓰다가 잠시 '꼰대같나' 싶은 생각에 멈칫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그런 아이를 진심으로 꾸짖는 어른은 세상에 많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최초의 선택을 밀어붙였다. 글을 쓰기 위해 소년범을 취재하던 도중 듣고 겪었던 다소 당황스러운 에피소드부터, 남다른 의미를 지닌 조연 활용법까지... 김민석 작가의 집필 당시 고민과 선택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서면인터뷰를 공개한다.

제작보고회 당시 대본을 쓰기 위해 법조계와 교정시설 등지에서 관련자 50여 명을 취재했다고 말했다. ‘취재가 잘되면 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극 중에는 미처 반영되지 못했지만 기억에 강하게 남는 취재원이나 에피소드가 있나.

기억에 남았던 사례로는, 생각했던 것과 다른 소년 부모님들의 태도였다. 보통 내 아이가 법정에 서고 시설에 가 있으면, 애가 타고 속상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은 부모님들도 꽤 많았다. 법정에서 지금 내 자식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본다던지, '너는 네 인생, 나는 내 인생'. '내가 잘못했나요? 내 자식이 잘못했지. 왜 저한테 뭐라고 하세요?' 등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큰 논란거리가 됐던 사건이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현실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 그렇다면 각색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소년심판>은 소년형사합의부라는 극을 위해 각색된 창작적 세계관 속에서 여러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오랜 취재 기간 동안 관계자들을 통해 들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양분이 되었지만 특정 사건과 인물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작품은 아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로만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소년범죄 처분과 사전 예방을 위한 사회적인 관심과 개선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죄의 현주소뿐만 아니라 사회의 시스템과 재판 이후 소년범들의 삶까지, 법정 안팎에서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다양한 질문거리들을 담았다. 우리 모두 아직 풀지 못한 숙제이니 한번 더 같이 머리를 맞대 보고 싶었다.

“싸가지 없이 어른한테 말대꾸하지 마. 기분 나쁘다고 말 놓지 마. 말보다 감정 앞세우지 마. 어른 보면 먼저 인사하고, 웃을 일 없어도 웃으면서 살아. 그래야 없던 복도 들어와. …… 장하다. 버텨내느라.” 엄격한 ‘심은석’판사 역을 맡은 김혜수의 명대사가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자칫 ‘꼰대 같은’ 표현이 될 수도 있는 문장인데, 이 대목에서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실제 이 대사를 처음 쓰고, 꼰대 같나? 잠깐 멈칫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대사를 쓴 이유는, 실제로 유리같은 소년들 주변에 아이를 위해서 진심으로 꾸짖는 어른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꾸짖는 것도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꼰대라 할지라도' 유리를 위해서 쓴소리를 한 사람은 은석이 처음이었을 거다. 그 공감은 꾸짖음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시청자들도 알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그 장면에서 두 배우 분들이 연기를 끝장나게 해 주었다.

법원 조연 중 만삭의 임신부 역할이 등장한다. 극이 잘 전개되려면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조연에 있게 마련이고, 법정물이나 수사물에서는 대개 그런 역할에 청년 혹은 중년 남성 배역을 집어넣는 경향이 있다. <소년심판>에서는 그 역할을 만삭의 임신부로 활용한 점이 새롭고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준다면.

사실 10부작이 아니라 조금 더 분량이 있었다면 법원 직원들의 에피소드들이 더 들어갔을 거다. 만삭 임신부를 설정에 넣은 이유는, 현실에서 소년범죄가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또 태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이 나라를 이끌어 갈 것이고,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그들의 교육을 받고 자랄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아찔하지 않은가. 현재 우리가 어른으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엄격한 ‘심은석’이든, 온화한 ‘차태주’든 각자의 맥락과 경험 안에서 소년범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든 소년범죄와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하고 싶은 의도인가.

맞다. 비단 소년사건은 멀리 남의 문제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이며, 내 자식이 가해자일 수도, 피해자일 수도, 나의 과거의 문제일 수도, 아니면 지금 우리 옆집 학생의 문제일 수 있다.

차기작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준다면.

차기작에 관한 계획은 아직은 없다. 다만 목표가 있다면 오랫동안 일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사진 제공_넷플릭스



2022년 3월 15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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