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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은 광장에서 촛불 든 시민들” <나의 촛불> 김의성&주진우 감독
2022년 1월 26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광장의 촛불과 여의도의 정치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촛불혁명을 완성했는가’ 감독으로 데뷔한 김의성 배우와 주진우 기자가 <나의 촛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지점이다. 세계사적으로도 길이 남을 촛불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 없어서, 직접 기획·제작·연출하기에 이르렀다는 두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개봉하는 데다 공교롭게도 대선 후보가 인터뷰이로 참여했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의 주축은 촛불을 든 시민과 그날의 기억을 가슴속에 간직한 이들이라고 피력하는 두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큐멘터리 <나의 촛불>은 정치인, 방송인, 법조인 그리고 시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촛불에 얽힌 비화와 촛불에 담긴 의미를 환기한다. 제작 계기와 의도는.

김의성 배우(이하 김의성)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2018년이다. 당시 우상호 의원이 모 프로그램에 나와 탄핵 정국에 얽힌 여의도 비화를 얘기하는 데 매우 흥미로웠다.

주진우 기자(이하 주진우) 우상호 의원만이 아니라 추미애, 박지원, 심상정 등 저마다의 촛불 얘기를 갖고 있더라.

김의성 정치적으로 주역을 담당한 정치인들과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인터뷰를 교차하여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의미있는 결과물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어설프지만, 기획하고 준비하게 됐다.

주진우 사실 우리가 아닌 훌륭한(?) 사람이 만들어 주길 기대했고, 이렇게 역사적으로 기록될 혁명을 누군가 만들고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무도 안 하더라. 그래서 직접 하게 됐다.

각 분야에서 업력 높은 두 분이지만, 감독 그러니까 연출은 처음 아닌가. 감독 데뷔와 개봉을 앞둔 소감은.

김의성 배우로 참여한 작품의 개봉을 준비할 때도 당연히 떨리지만, 이번엔 직접 제작하고 연출까지 한 터라 그만큼 떨리고 절실하다. 얼마나 많은 분이 우리 영화를 봐줄지, 욕이나 하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나온 결과물이 관객에게 가치 있게 다가갈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주진우 솔직히 절박하면서도 무섭다. 촛불혁명을 기억하자고 한 다큐인데 공교롭게도 대선 직전에 개봉하게 되어서 말이다. 도망가야 할지도 모르겠다.(웃음)

지금 언급했듯이 원래 예정했던 2020년 3월에서 많이 지연되어 마침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게 됐다. 시기적으로 어떻다고 보나. (좋다, 나쁘다, 상관없다 등)

김의성 사실은 2020년 총선 시기에 개봉하려고 했다. 원래 선거철은 어떤 영화든 잘 안되는 시기인데 우린 역으로 이때라면 다른 영화보다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지.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고 이후 개봉시기를 저울질하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왔다. 특별히 노린 건 아닌데 극 중 주요 대선 후보가 다 인터뷰이로 참여해서 좀 묘한 상황이 됐다.

주진우 상황은 묘한데 속상한 측면이 있다. 영화를 보고 재밌다, 생각할 게 많다 등 이런 감사한 평을 주시는 분이 꽤 있는데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너무 흥미진진하다 보니…. 영화가 지는 듯하다.

촛불 역사를 기록하면서 고민이 많았을 터다. 연출하면서 고민하고 경계한 지점을 짚는다면. 또 꼭 담으려 한 부분은.

김의성 촛불의 규모와 효과만 강조하여 가슴을 뜨겁게만 만드는 영상은 원하지 않았다. 그 부분이 경계한 지점이다. 차분하게 촛불의 역사를 짚고 그 과정에서 광장의 촛불과 여의도의 정치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차분하고 차갑게 다가가려 했다.

주진우 개인이 저마다의 촛불에 대한 기억을 되돌렸으면 했고, 이를 위해 영화 역시 담담하게 기억하고 기록하려 했다. 인터뷰도 감정적으로 불을 지르거나 누굴 비방해서 감정을 끌어 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특정 장면이 중요하기보다는 촛불의 힘을 거역하지 못하는 정치인, 정치, 나라, 결국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래서 중간중간 삽입한 시민 인터뷰가 영화의 주요 측이고, 나머지 인터뷰이는 촛불을 도와준 힘 정도라 할 수 있다. 손석희 전 사장이 자신은 카메오냐고 물어보던데 이 자리를 빌려 얘기하자면, 카메오는 아니고 엑스트라 정도 되겠다.

공동 연출하면서,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

주진우 초반은 내가 중반부터는 (김) 의성 형이 키를 잡았다. 기획부터 이렇게 정하고 들어갔고 일정도 이에 맞춰 짰다. 그렇기에 서로 이견이 별로 없이 만족스럽게 공동 작업할 수 있었다.

참여한 많은 사람의 면면을 잘 담아낸 것 같다. 진보와 보수의 여러 인사들을 인터뷰했는데 혹시 모시지 못해 아쉽거나 부족하다고 느낀 점이 있는지. 또 인터뷰를 진행한 시민들은 어떤 식으로 선발한 건가.

김의성 주진우 기자와 내 개인 SNS를 통해서 부탁했다. 촛불 광장에 나온 분의 사연을 들려 달라고 또 당시 찍은 사진 등 자료를 요청하니 매우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셨다. 그분들 중 인터뷰를 제안했고, 수락한 분들과 진행했다.

주진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꼭 출연시키고 싶었다. 그 주변을 계속 취재하며 시도했는데 안 됐다. 또 이름을 밝힌 순 없지만, 인터뷰하러 온다고 해놓고 오다가 돌아간 분도 있다.

심상정, 윤석열, 안철수 등 대선 후보의 모습이 담겨있다. 영화 속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나 비하인드컷도 많을 것 같은데.

김의성 오해의 여지가 있어서 한편으론 억울한 부분이 윤석열, 이재명 등 유력 후보가 등장해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극 중 그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작다. 수많은 인터뷰이 중 한 명일뿐이다. 우리 영화의 주역은 어디까지나 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다. 영화를 본다면 이런 부분이 해소될 거로 생각한다. 또 비하인드컷은 인터뷰이에 상관없이 차츰 공개할 예정이다.

주진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겠지만, 한 두시간에 걸쳐 인터뷰한 분이 많아서 가지고 있는 자료는 매우 방대하다. 사실 인터뷰할 당시만 해도 윤석열 후보가 이렇게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지는 정말 몰랐다. 또 윤석열 후보가 워낙 드라마틱한 배경이 있어서 그의 촛불 평가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의견과 목소리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주진우 모든 게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기사는 컷을 잘하는데 영상은 정말 힘들더라. 연출과 관련된 건 앞으로는 하지 않으려 한다. 촬영한 분량이 많아서 역사적, 정치적인 사료가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접어 두려고 한다. 영화는 천재들이 고도의 노력을 기울여 탄생하는 결과물인 것 같다. 나 같은 날라리는 맞지 않는다.

김의성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다면 시작도 안 했을 것 같다. (웃음) 인터뷰한 자료를 모아 놓고 어떤 걸 살릴지 또 버릴지, 그 취사선택이 제일 힘들었다.

예고편을 보니 윤 도리도리 등 자막이 눈에 띄더라. 두 감독의 의견이 반영된 사항인가. 내용으로는 그렇지 않은데 영화가 희화화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쉽더라.

김의성 이래도 되나 싶은 부분도 있지만, 뭐 최종 결정은 감독인 우리가 한 거다. 인터뷰한 걸 보니 지금과 비슷한 모습이라 재미있어서… 이런 자세와 톤을 유지하시는 것 같다. 재미의 요소로 봐 달라.

텀블벅 크라우드펀딩 오픈 하루 만에 목표 금액 500만원을 훌쩍 넘는 2000만원이 모여, 426% 초과 달성했다고 들었다. 영화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는지.

김의성 영화 자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많은 분이 갖고 있는 촛불혁명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과 자부심을 <나의 촛불>이 다시 한번 일깨워서라고 생각한다.

촛불혁명의 의의를 정의한다면.

김의성 지금 같은 고도로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그러니까 직접 민주주의의 힘으로 대의 민주주의를 밀어붙여 탄핵을 끌어 낸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주진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취재하고 지켜보면서 사실 ‘대중은 항상 옮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대중은 천재이거나 바보로, 왜 바보 같은 선택을 할까 싶었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필리핀, 중남미 등의 사례를 보면 그렇다. 그런데 촛불혁명을 보면서 국민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국민의 힘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촛불이 단시간에, 희생없이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라고 보나.

김의성 우린 종특이라고 할 만한 이상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어떤 임계점을 넘으면 다 뛰어나오고, 또 이를 정치인이 무서워한다. 보면 외국의 정치인들은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데 말이지. 덕분에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보지 못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되는 듯하다. 한마디로 위대한 국민들 성향 덕분이라고 본다.

기자로 배우로 각자의 자리에서 정치, 사회적인 메시지를 꾸준히 높여왔다. 혹시 직접 뛰어들 생각은 없나.

주진우 직접, 간접 혹은 광의의 의미로도 없다. 사회가 나아지는데 모든 걸 바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앞에 나서서 돌 던지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그 결과 기사를 써서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기도 했고. 이젠 허리도 아프고 힘들다. 던질 만큼 던졌다고 생각한다.

김의성 SNS를 통해 의견을 내기도 하고, 생활 속에서 정치하고 있는 건 맞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심스러워지는 면이 있다. 목소리를 내는 거엔 책임이 따르고, 목소리가 커진다면 책임도 커지겠지. 행동으로 뭔가 담당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말은 줄이려고 한다.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두 분인데 영화를 봐줬으면 하는 동료를 꼽는다면.

김의성 정우성 배우, 보고 개인적인 소감을 날카롭게 전달해주면 좋겠다. 또 고아성 배우다.

주진우 원픽은 김건희 씨다. 점 같은 것 보지 말고 이 영화를 봐줬으면 한다. 아, 그리고 대선 후보가 모두 보면 좋겠다.

훗날, 혹시라도 지금의 대선 정국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이야길 하겠나. 제목은 뭐가 될까. (웃음)

김의성 조심스러운 답인데, 물으니 대답하겠다. 사상 최강 후보와 사상 최약체 후보의 박빙 대결?

주진우 흠…무속에 관심이 많으니 법사 이런 얘길 해보면 어떨지, 아니면 윤석열 후보의 인생이 워낙 영화적이라 촛불 시민이었다는 게 믿어지나? 뭐 이런 것도. 이제 연출은 안하기로 했지만 말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관객에게 추천할 책이나 영화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김의성 <나의 촛불>과 유사한 결을 지닌 다큐멘터리 <우산 혁명>으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특히, 홍콩에서 일어난 2차 우산혁명은 촛불혁명에 큰 영향을 받았기도 해서 그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지켜보는 게 흥미로우면서도 감동적이다.

주진우 원래 TV도 드라마도 거의 보지 않는 편인데, 이번 <나의 촛불>을 만들기 위해 참고차 여러 영상물을 하루에도 몇 편씩 의도적으로 봤다. 그 중 < D.P. >를 추천한다.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백 개의 기사보다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진제공_(유)주기자

2022년 1월 26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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