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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프로덕션의 본격적인 신호탄 D1, 덱스터 VP 본부 권보근 실장&이동준 본부장
2022년 1월 21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쌍끌이 천만 영화 <신과 함께 1,2>와 국내 특수효과의 효시이자 선도자. 이 두가지로 ㈜덱스터스튜디오.(이하 덱스터)의 지난 10년이 얼추 가늠된다. 덱스터는 VFX 전문회사에서 나아가 기획부터 촬영, 제작, 후반 작업까지 ‘원스톱 시스템’으로 완성하는 올인원 종합 콘텐츠사로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을 성장 원년으로 선언하며 가열찬 행보를 예고한 덱스터는 지난해 11월, 2년여의 준비 끝에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Virtual Production Studio, VPS)인 D1을 오픈했다. 파주 출판 단지 내에 구축한 D1을 방문했다. VP 본부 권보근 실장과 이동준 본부장으로부터 VPS의 특징과 기술, D1의 출발까지 관련 사항을 시연과 함께 들어봤다.

# 메타버스에 날개를 달 VPS

2021년을 지배했던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는다면? 아마도 메타버스가 아닐지. 메타버스에 대한 전방위적인 관심과 지원, 투자의 물결은 자연스럽게 실감형 콘텐츠 제작과 VPS 구축의 영역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덱스터 역시 ‘D1’만의 특화된 스테이지 솔루션을 개발하고 더불어 메타버스 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2022년 목표를 밝힌 바 있다.

D1에 들어선 순간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마치 연극 무대 같은 중앙과 그 뒷면과 옆면에 자리한 LED 벽이다. 이 대형 LED 벽은 곧 배우가 연기할 공간으로 변모한다. 실시간으로 3D 배경을 투영한 후 LED 스테이지 위의 배우와 배경을 동시에 촬영한다. 실시간으로 VFX 작업물을 즉각 반영하므로 모니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날씨, 조명, 기상 상태, 접근성 등 시·공간적인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촬영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촬영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 코로나 시대에 로케이션과 해외 촬영 등 그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될 전망이다.

권보근 실장은 “LED 볼륨, 미디어서버, 프로세서, 카메라 트래킹, 언리얼 엔진, 스테이지 촬영 장비들이 다 궁합이 딱 맞아야 촬영을 바로 할 수 있는 컨디션이 돼요. 이 중 하나만 삐끗해도 아예 촬영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죠.” 고도의 기술과 첨단 장비가 예민하게 맞물려 VPS가 구현된다는 것이다.

“‘브레인바(Brain bar:언리얼과 VP 시스템 전반에 걸친 하드웨어를 컨트롤 하는 곳)’에서는 이런 장비들의 컨트롤은 물론, LED내 가상 공간의 밝기나 색온도, 소품의 위치 등을 촬영 중에도 실시간으로 대응해주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사실 장비에 있어서 스튜디오 별로 큰 차이는 없어요. 대부분이 하이엔드 장비이기 때문에 만드는 업체들이 다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라며 중요한 건 “이 안의 워크플로우와 제작·기획력”이라고 강조한다.

# VPS의 도입 배경

이동준 본부장의 표현에 의하면 D1은 “국내 최초 혹은 최대 규모”의 VPS는 아니다. 하지만 업계에서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내 최초로 미국 럭스마키나(Lux Machina)와 협업했기 때문이다.

럭스마키나는 버추얼 프로덕션 솔루션·엔지니어링 선두주자로 그간 <더 만달로리안> 시즌1,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오스카시상식, ‘2020 리그 오브 레전트 월드 챔피언십’ 및 다양한 버추얼 프로덕션 워크플로우와 스테이지를 구축해왔다. 또 세계 최대 영화 장비 제조사 아리(ARRI), 리얼타임 3D 엔진인 언리얼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EpicGames) 등 다수의 글로벌 회사들이 D1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탰다.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와 협력을 이끌 수 있었던 건 덱스터가 VPS의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해외 기술 동향을 꾸준하게 주시해 온 덕분이다.

이 본부장은 “덱스터는 VFX 작업을 하면서도 계속 새로운 접근 방식, 제작 방식을 찾고 있었어요. 내부적으로 R&D팀이 있어서 자체 개발하는 동시에 제작도 병행했죠.” “사실 4~5년 전부터 게임 엔진, 언리얼 엔진의 가능성을 주목해왔고요, 그때는 지금 같은 수준까지는 아니라서 시기상조였죠. 좀 지켜보고자 했습니다.”

“이후 어느 정도 기술이나 장비가 따라 발전했고, 미국의 LED 스튜디오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보면서 국내에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정리하자면, “게임 엔진 기술, LED 스크린, 시네마 카메라”가 조합된 결과물을 보고 VPS의 가능성을 확신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VPS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라서 도전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VFX 후반작업을 많이, 효율적으로 잘 해왔지만 어떤 한계를 마주했다고. “후반작업만으로 여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촬영은 지금 했는데, 그 결과물은 나중에 확인하는 것과 같으니까요”라며 업계 사람들이 자주 비유하는 말을 들려준다. “작곡하기 위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 후, 2주 후에 내가 무슨 소리, 어떤 멜로디를 두드렸는지 듣는 것과 같다니까요.”라고 말이다.

덱스터의 자체 기획·제작력은 럭스마키나가 높이 산 역량 중 하나다. “국내의 여러 업체가 럭스마키나와 같이 일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고 해요. 그럼에도 덱스터를 선택한 이유는 자체 제작력 덕분이죠.”라는 권 실장의 귀띔이다.

# 인카메라 VFX, VP 스테이지 구성 및 장점

이 본부장은 “AR/VR에서 실험한 게임 엔진, LED 등이 총 합쳐져서 수렴한 기술이 인카메라 VFX입니다. 장비도 물리적인 구성도 매우 복잡해요. 필요한 기술진도 다양하기 때문에 단순히 긍정적인 마인드만으로 접근해서도, 또 덱스터의 맨파워에 의지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습니다.”라고 한다. 이후 내부에서의 R&D와 해외의 실제 사례를 알아보던 중 만난 게 럭스마키나다. 초반에는 컨설팅을 받은 클라이언트였다면, 잦은 토론과 피드백을 통해 D1을 설립했고 이제는 파트너에 가깝게 됐다는 설명이다.

D1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는 오픈 2년 전 버추얼 프로덕션 파이프라인에 필요한 역량 강화를 위해 VP(Virtual Productiom) 본부를 신설하면서 부터다.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전담 부서와 LED 스테이지를 동시에 보유하여 자체 콘텐츠를 기획·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VPS는 시·공간적인 제한을 극복하는 데 용이할 뿐 아니라 공동작업이 가능한 구조로 전체 공정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VP 본부는 보다 세밀하고 전문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프리비즈팀, 언리얼 환경 제작팀, 촬영팀, 개발팀 등으로 나뉘어 운영하고 있다.

권 실장에 따르면 스테이지 구성 및 장비별 워크플로우는 다음과 같다. 3D 에셋 모델링을 한 배경이 언리얼 엔진을 통해 실시간 렌더링되어 고화질 LED 볼륨에 투영된다. 이렇게 배경이 만들어지면, 이를 배경으로 연기하는 배우를 카메라가 트래킹하여 다시 언리얼 엔진에 반영, 최종적으로 배경과 배우를 동시에 포착한 결과물을 얻게 된다.

VP 작업에 있어 감독과 스탭은 그린스크린(크로마키) 대신 실시간으로 장면을 확인하므로 스탭 간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배우는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나아가 가상으로 보이는 장면과 직접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 또 배우와 조명의 인터렉션 등 후반 작업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LED 화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밝기, 색온도, 감마 제어에 용이하고 사실적인 주변 조명을 구현할 수 있다고 권 실장은 설명한다. 카메라 트래킹에 있어서는 배경이 카메라의 관점에 따라 조정되므로 사실적인 시차와 심도가 가능하다. 또 카메라&렌즈의 실시간 랜더링을 통합하여 젠록싱크(Genlock, 마스터 싱크 제너레이터에 슬레이브 싱크 제너레이터를 동기화시키는 것)할 수 있다. 아울러 당일 장면 선택 가능, 인력 및 세트 등 제작비 및 시간 단축, 포스트 프로덕션 수정 루프 단축 등 효율적인 워크플로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 첫 작품 <더 문>, 덱스터스러움

D1의 첫 작품은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더 문>이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가 참여한 SF 물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남자와 그를 필사적으로 구하려는 지구의 또 다른 남자 이야기다.

덱스터는 올해 특별한 방법으로 새해 첫 업무를 시작했다. 자사 임직원 400여 명이 네이버 웹툰을 바탕으로 기획·개발한 소셜(Social) VR툰(TOON) ‘유미의 세포들 VR’을 활용한 공간에서 만난 메타버스향 시무식을 가졌다고. 이때 여지없이 나온 표현이 바로 ‘덱스터스러움’인데, 지난 10년을 함께한 장본인이자, 새로운 VP 본부를 이끄는 이 본부장과 권 실장에게 그 의미를 물었다.

권보근 실장은 “예전에 ‘덱스터’라고 하면 모두 유명한 미드를 떠올렸어요. 하지만, 요즘엔 저희가 (검색 시) 처음에 걸려서 좀 뿌듯하기도 합니다. 덱스터스러움이란 건 ‘최선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비용적인 측면에서 쉽지 않을 사안이지만, 구성원을 믿고 회사가 이런 결정을 밀어준 거죠.”

이동준 본부장은 “저희끼리도 많이 얘기하는 주제인데요, 과연 덱스터스러움이란 뭔지 말입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공력이 더 들어가더라도 정말 자랑스러울 결과물을 내놓는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사진제공_(주)덱스터스튜디오


2022년 1월 21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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