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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값”에서 시작! <모가디슈> 조인성 배우
2021년 8월 6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안시성>(2018)에서 젊고 맹렬하면서도 유연한 장군 ‘양만춘’으로 분했던 조인성이 3년 만에 <모가디슈>로 관객을 찾는다. <안시성>이 제작규모가 큰 블록버스터 사극을 원톱으로 끌어가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면, 멀티캐스팅한 <모가디슈>에서는 허준호와 김윤석, 두 선배의 든든한 지붕 아래 후배들은 마음껏 연기를 펼친 모양새다. 영화에 대한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조인성을 화상으로 만났다. 생일날 개봉해 부모님이 가장 좋아할 것 같다고 웃으면서 “지난해 4개월 동안 고생해 찍은 작품으로 소개할 만”하다고 겸손하게 말을 아끼는 조인성. 작품마다 “제로값”에서 시작한다는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에서 배우로서 성숙함이 엿보인다.

이국적이고 시원한 풍광과 카체이싱

“이국적이고 시원한 풍광과 카체이싱”, 조인성이 꼽은 <모가디슈>의 관람포인트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한과 북한 외교 일행이 힘을 모아 고립된 수도 ‘모가디슈’에서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 4개월간 모로코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제작비 250억 원의 대작이다.

그의 말처럼 <모가디슈>는 모로코에서 재현한 1991년 모가디슈의 이국적인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많은 군중이 동원된 내란 현장과 시가지 총격전, 디테일하게 재현한 대통령 궁을 비롯해 각국의 공관과 거리 등 정교한 동선과 미술을 보자면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촬영하면서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태프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여실히 느껴진다.

드라마와 액션, 스릴이 균형 잡힌 <모가디슈>의 절정은 후반부, 마지막 탈출구인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향하는 카체이싱 시퀀스다.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친 남한과 북한 일행은 네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반군과 정부군이 빽빽하게 들어찬 거리를 질주한다.

“보시면 알겠지만, 힘들었습니다.(웃음) 카메라의 앵글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데다 운전할 때 가시거리를 확보하는 게 어렵거든요.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최상의 결과를 뽑아내려고 노력했어요. 먼지와 굉음 등으로 힘들었을 텐데 배려해주신 지역 주민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합니다.”

이번 모로코 촬영은 연기 경력 20년이 넘는 조인성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은 발리, <디어 마이 프렌즈>(2016)는 슬로베니아에서 해외 촬영했지만, 그 기간이 보통 2주 안팎이었다고. “이번에는 아예 살러 가서, (웃음) 예상보다 수월했어요.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데다 촬영현장과 가까워서 오히려 편했습니다.”

“촬영이 없을 때는 숙소 근방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는데요. 따로 약속하지 않아도 근처에 있는 시장에 가면 다 만나지더군요. (웃음) 이번에는 촬영장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게 아닌 생활을 같이했기 때문에 연기를 넘어선 일상이 극에도 녹아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친숙함, 익숙함, 신뢰 이런 감정이 일부러 표현하지 않으려 해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장기 해외 올로케이션은 처음이라 배우로서 하나의 경험치를 높였다고 볼 수 있어요. 아마도 이후 현장에서 발휘되지 않을까 합니다. 촬영하다 보면 인간적인 외로움과 고독이 밀려올 때가 있거든요. 이번 경험을 주변 동료들과 나눌 수도 있겠죠. 언제 어떻게 향수가 오고, 어떻게 극복할지를 말입니다.”

베테랑 배우에게도 흔치 않은 경험인 모로코 로케이션, 조인성에게 가장 힘들고 또 좋았던 경험은 무얼까.

“음, 지금 생각해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좋은 공기를 마셨다는 것, 당시는 잘 몰랐지만, 정말 행복한 일이었네요. 힘든 건… 종교적·문화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못 먹은 건데요, 뭐 덕분에 현지의 색다른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재미도 있었어요.”
 <모가디슈>
<모가디슈>

든든한 선배, 믿음직한 후배와 함께

조인성이 맡은 캐릭터는 국정원 출신의 ‘강대진’ 참사관으로 ‘한신성’(김윤석) 대사의 보좌관이다. 남한 외교일행 중 문무(?)겸비라고 할지, 브레인이자 행동이 앞서는 인물이다.

“강대진은 외교부가 아닌 안기부 출신이에요. 시대가 주는 묵직함과 엄숙함을 기본으로 깔되 다양한 모습을 보이려 했습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를 살살 달래며 협상하기도 하고 때론 비굴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죠. 한 얼굴만을 부각하기보다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야 마지막 탈출 시퀀스까지 탄력감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화에 기반한 영화에 걸맞게 <모가디슈>는 자체로 힘 있는 드라마를 담보한다. UN 가입을 놓고 남한과 북한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치열하게 외교전을 벌이던 1991년. 양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대의 공기가 남한 참사관 ‘강대진’과 북한 참사관 ‘태준기’(구교환)의 맞대결에서 여실히 읽힌다.

“전쟁의 참혹함과 시대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집중했어요. 미술, 룩, 의상을 통해 이질감없이 녹아들었으면 했고요. 관객이 당시를 간접 체험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연기가 예술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느꼈어요. 처음에는 언어의 장벽이 클 거로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상대방의 몸짓과 동작 그리고 표정을 보니 이해할 수 있더군요.”

<모가디슈>에서 ‘강대진’은 “나 훈련받은 사람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인물, 극 중반 무렵 대립하던 북한의 태준기 참사관을 멋진 돌려차기로 단숨에 제압하는 짧고 굵은 액션을 보인다.

“(구)교환이가 고생했죠, 몸쓰기는 몸쓰기대로 연기는 연기대로 너무 훌륭히 해줘서 가능했어요.”

“감독님이 액션을 많이 연출하신 분이라 그 구현에 탁월하고 합리적이세요. 배우가 해야 할 부분과 스턴트맨의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 실제로 때리지 않아도 그 이상의 효과를 내는 컷 분할 등 여러 요소가 어울려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시너지의 결정체 같았죠.” “어릴 때 태권도를 배웠는데 감독님이 그 부분을 잘 캐치해 활용해주신 덕분입니다.”

“류승완 감독님과 김윤석, 허준호 두 선배에 대한 신뢰와 믿음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조인성은 <모가디슈>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로 감독과 배우에 대한 ‘신뢰’를 꼽는다.

“<모가디슈>는 류승완 감독님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판단력 그리고 합리성이 응집한 결과물이에요. 감독님이었기에 가능한 프로덕션이자 작품이죠.”

“윤석 선배나 준호 선배 두 분 모두 귀에 쏙쏙 들리게 대화를 쳐주세요. 저희는 듣고 반응만 하면 되죠. 저를 비롯한 후배들의 연기가 빛났다면 모두 선배님들 덕분이에요. 맡은 연기뿐만 아니라 촬영장 전체를 아우르는 모습을 몇 번이나 목격하면서 많을 걸 배웠습니다.”

“윤석 선배의 냉철함과 준호 선배의 온화함이 있어요. 그렇다고 윤석 선배는 차갑고, 준호 선배는 감정적이라는 건 아니고요.(웃음) 두 분의 다른 성향이 조화를 이뤄 현장을 빈틈없이 탄탄하게 이끌어 주셨던 것 같아요.”

“윤석 선배의 ‘살아서 만납시다', 준호 선배의 ‘갈 곳이 없소’, 이 대사 칠 때, 크~ 현장에서 전율이었죠.”

팬들과 소통 늘려갈 것

평소 친분이 두터운 차태현 배우와 동반 출연한 <어쩌다 사장>은 조인성이 이벤트가 아닌 최초로 고정출연한 예능. 어느 겨울, 동네 사랑방 같은 시골 슈퍼를 덜컥 맡게 된 두 남자의 리얼한 ‘사장’ 체험을 담는다. 차태현이 슈퍼의 판매를 책임진다면, 조인성은 주방을 맡아 거창한 요리는 아니지만 정갈한 집밥을 만들어 의외의 면모를 보였다. 소탈하고 인성 좋아 보이는 모습에 새로운 팬이 유입되기도 했다고.

“좋게 봐주셨으면 다행인데요, 한편으로 떨어져(?) 나간 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웃음) <어쩌다 사장>을 하면서 내 안에 새로운 것에 반응하는 무언가가 여전히 있다는 걸 느꼈네요. 또 촬영하면서 주변 이웃과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힐링했죠. 마지막에는 안 가면 안 되냐고 하시는데 정말 따뜻한 감정이 흘러들어오더군요”

“비대면이 익숙해져 가는 상황에서 관객(시청자)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니 안방으로 찾아가야겠더라고요. 언제든 어디서든, 또 본방이든 재방이든 다시보기든, 모바일로 TV로 볼 수 있잖아요.” 예능에 출연하게 된 이유다.

“아직은 예능을 또 할 마음은 없고요. 왜냐하면 제대로 못할 것 같아서요. 단지 너무 무겁게 살지 않으려는 마음은 있어요. 진지하게 임하되, 몸도 마음도 좀 가볍게 바꾸려고 합니다.”

“SNS는 오타나 맞춤법이 틀리면 실망하실까봐 안 하는, 아니 못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어요.(웃음) 제가 어떤 면에서는 아날로그적이라 잘 못 하기도 하고요, 또 실시간으로 공유할 만한 일상도 없답니다.” 조인성은 올해만큼 팬들과 많이 만난적이 없다면서, 비록 SNS로 소통하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크고 작은 역을 통해 만나겠다고 말한다.

데뷔 20년에 어느덧 마흔이 된 조인성, 당연히 지칠 때도 있었을 터.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또 상처를 치유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고민은 다음에 보여줄 것이 무엇이 있을까예요. 연기라는 게 시간이 지난다고 어떤 경지에 오르는 게 아니라 항상 제로값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새 작품에 들어갈 때는 처음 연기하는 신인처럼 떨리기도 해요. 그런데 제로값으로 다시 세팅된다는 걸 알고 나니, 한 작품이 잘 됐다고 막 신나할 것도 아니고, 또 잘 안됐다고 마냥 다운될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죠.”

“올해는 <어쩌다 사장>으로 시작해서 한여름에 <모가디슈>의 개봉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리네요. 얼마 전 촬영 시작한 영화 <밀수>(류승완 감독)는 아직 많이 남은 상태이고, 그 후에는 드라마 <무빙>에 들어갈 것 같아요. 그럼 올해 농사도 끝이죠.(웃음)”

그 어느 해보다 열심히 일했다는 조인성의 최근 소소한 행복은 뭘까.

“일 끝난 후 시원한 맥주 한잔하는 게 취미이자 낙이에요. 아, 그리고 조카가 태어나서 아기 얼굴 보는 즐거움도 있네요.”

TMI 하자면 조인성의 MBTI는 INFJ(일명 ‘선의의 옹호자’) 유형으로 일면 맞는 것 같기도 하다고. 또 배우를 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만약 배우가 되지 못했다면 어떻게든 배우를 하려고 했을 거라고. 그나마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걸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사진제공. IOK컴퍼니

2021년 8월 6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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